INTERVIEW

NECTA 인터뷰 : <Seoul Bizarre>와 서울의 사랑

by overtone | 

서울은 정말이지 기묘한 도시다. 수많은 문화가, 수많은 사람이 교차하기에 서울은 무척 기묘하고, 그 기묘한 서울에서는 기묘한 사랑이 태어난다. 서울의 싱어송라이터/전자음악가 넥타(NECTA)는 그 기묘한 사랑을 탐구하고 전달함으로써 서울이 어떤 도시인지, 어떤 도시였는지, 어떤 도시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물론 <Seoul Bizarre>가 어떠한 질문을 던지기 위한 작품인 것은 아니다. 사랑은 그 자체로 너무도 기묘하기에 그 존재 자체로 의문이 되고, 우리는 그 기묘함에 빨려 들어갈 뿐이다.

<Seoul Bizarre>는 결국 어떤 기묘함에 대한 작품이지만 그 소리가 모두를 관통하고 감싸안을 때, 그 기묘함은 비로소 보편이 된다. 그렇기에 <Seoul Bizarre>는 우리의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다. 넥타가 제시하는 ‘Bizarre’한 사랑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고, 그로써 우리는 우리 모두의 사랑이 특별함을 깨닫게 된다. 이번 인터뷰 역시, <Seoul Bizarre>가 그랬듯, 넥타라는 이 기묘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들여다 봄으로써 사랑과 음악의 특별함에 대해 떠올려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날짜: 2025년 4월 16일
방식: 대면 인터뷰
진행: 이승원, 이예진, 이한수
정리: 이승원

NECTA 인터뷰 : <Seoul Bizarre>와 서울의 사랑 main image

음악적으로 다양한 방향성을 보여왔고,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일종의 슬럼프가 있었다. 계속해서 음악적으로 색깔을 바꾸고, 장르적 색채를 막 바꿔가는 그 자체가 나의 색깔이라는 생각을 그 시점에서는 하지 못했고,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야 되나” 하는 생각을 좀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계속해서 그렇게 다른 옷을 입고, 색깔을 바꾸는 것 자체가 나의 스타일인 것 같다. 언젠가부터 다양한 색채 안에서 비슷한 톤을 유지하기만 한다면 그게 넥타의 컬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다음부터는 마음을 놓고 음악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데뷔 초기를 떠올려 보면 전자음악 아티스트라기보단 전자음악 요소나 사운드를 잘 쓰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아티스트 쪽에 가까웠다.

2024년 발매된 3곡짜리 싱글 <Jacuzzi>가 기점이 된 것 같다. 그 후부터 일렉트로닉 쪽 성향이 강해졌다. 원래 항상 <Jacuzzi>라는 타이틀의 정규 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그때는 온전한 정규 앨범을 만들 만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정신적, 경제적으로도 부족했고, 음악적인 조력을 받을 만한 상황도 갖춰지지 않았었다. 그래서 준비만 거의 1년을 하다가, 정규 앨범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좋다고 생각하는 노래 3곡만 내버렸다. (준비가 길어서인지 아티스트 커리어의 1막이 끝난 느낌이 든다.) 그렇다. 원래 앨범으로서의 흐름과 서사가 있는 작품이었기에 각 포인트만 뽑아서 꼭지점 정도만 전달하였음에도 스스로의 색채가 응축되어 전달된 듯하다.

cover images of NECTA <Jacuzzi>,NECTA ‘SEROTONIN’
NECTA <Jacuzzi>Self-Released
NECTA ‘SEROTONIN’Self-Released

그렇다면 <Jacuzzi> 이후, 지금처럼 전자음악이나 클럽음악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자아들 중에서, 당시 삶의 과정에서 이긴, 존재감이 강한 자아가 나와서 내 음악의 색채를 결정하는 것 같다. 동시에 나 스스로 인정 욕구가 정말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과 같은 댄서블한 튠, 일렉트로닉 쪽 음악을 할 때 뭔가 협업 제의라던가, 외주라던가… 이런 게 많이 들어온다. 그렇지 않은 곡이 나오면 “넥타가 하고 싶은 거 하나 보다”하는 반응이 좀 있는 것 같고. 그런 점이 내 인정 욕구를 자극하는 것 같다.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대중의 반응이 음악의 반영이 되면 되었지 굳이 고집을 강하게 부리면서 음악을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쩐지 인디펜던트로 활동함에도 불구하고 대중음악에 대한 어프로치나 관심이 강해 보인다.

확실히 그렇다. 물론 내가 타협 가능한 선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작품의 색채가 그 바깥으로 나가거나 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떤 종류의 선인가?) 주로 비주류 음악에 존재하는 어떤 비주류성이 있는 음악들을 좀 좋아해서, 그런 부류의 선인 것 같다. K팝 쪽에서 송라이팅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데서 나의 흥미를 발산하면서 주류 음악에 대한 스스로의 니즈를 충족하고 한을 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번 EP <Seoul Bizarre>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나.

사전 질문지에 “<Seoul Bizarre>가 섹슈얼리티를 넘어 사랑에 관한 작품 같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들켰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작품을 보는 사람이 없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단 그저 ‘파티 걸의 하루’ 정도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확실히 <Seoul Bizarre>라는 작품, <Seoul Bizarre>의 곡들이 모두 사랑에 관한 노래라고 생각한다. 제목에 사랑이 들어가는 곡도 있고 말이다.

cover image of NECTA <Seoul Bizarre>
NECTA <Seoul Bizarre>Self-Released

작품의 제목이 <Seoul Bizarre>라는 점이 흥미롭다. 앨범 타이틀에 서울이라는 지명을 넣은 이유가 있는가.

앨범 타이틀에 서울을 넣은 것이, 서울을 막 엄청 사랑한다던가,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던가 한 것은 아니다. 서울에 대한 내용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작품에 <Seoul Bizarre>라는 제목을 내건 것은 작품이 내가 서울에 있을 때 겪은 이야기들을 담았고, 그 이야기들이 약간 요상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상한 향이나 특유의 하입된 에너지가 앨범 제목에서 느껴졌으면 했다.

또 이런 점도 있다.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가사의 99%가 영어인 데도 불구하고 국내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는데, 나는 그게 나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목을 <Seoul Bizarre>로 정함으로써 “서울에 있는 사람이 이러한 가사를 내뱉었다.” 이런 것도 말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Seoul Trash Girl’이 작품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트랙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 Seoul Trash Girl이라는 친구가 작품의 메인 캐릭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 캐릭터는 나일 수도 있고, 이 노래를 들으며 공감하는 그 사람일 수도 있고, 그런 느낌이다.

서울에는 얼마나 살았나. 서울 출신인가?

그렇다. 한 번도 서울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서울 토박이, 서울 촌년… 이런 느낌. (웃음)

멋진 답변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온 서울에 대한 인상은 어떠한가.

내가 느낀 서울이라는 곳은 정말 바쁘고 빽빽해서, 마치 회색도시 같지만 그래서인지 노을이 지거나 함박눈이 내리면 더 대비가 되어 특별하게 느껴지는 도시다.

제목에 서울도 있지만 Bizarre라는 단어도 있다. 대충 기묘한, 요상한 정도로 해석되는데.

일단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 중에 실라 E(Sheila E)의 ‘A Love Bizarre’(1985)라는 트랙이 있는데, 그 노래를 보면 “우린 절대로 하지 않을 만한 일을 해.(We do things we never do)”, “우린 전부 기묘한 사랑을 원해.(We all want a love bizarre)” 같은 가사가 있다. 근데 서울이라는 도시를 떠올려 보았을 때 내가 절대로 하지 않을 만한 기묘한 행동, Trash Girl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촉매제 같은 느낌. Seoul Bizarre라고 할지, Bizarre Seoul이라고 할 지도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결국은 ‘A Love Bizarre’에서 사랑을 서울로 치환하여 <Seoul Bizarre>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다. Bizarre라는 단어의 어감도 마음에 들었다.

작품 내에서 말한 바와 같이 ‘Bizarre한 느낌’이 가장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음악만 본다면 도파민 방출형 일렉트로닉 팝이라 그렇게 Bizarre한 파트가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뮤직비디오에 그러한 인상을 많이 담으려 했던 것 같다. 내가 음악을 만들 때 상상한 이미지가 있는데, 듣는 사람들은 이 음악의 사운드를 듣고 본인들만의 이미지를 상상할 것 아닌가. 뮤직비디오 속 이미지를 통해서 내가 표현하려는 Bizarre함, 그 비전은 이거다 하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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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CTA <Seoul Bizarre> 뮤직비디오 中 ‘NYMPHO’ 파트 스틸컷

언급한대로 뮤직비디오에도 흥미로운 요소가 많았다. 특히 퇴폐업소 명함, ‘Horny Spray’ 등 에로틱한 오브제들이 종종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앨범이 표현하고자 하는 Bizarre함과 관련이 있다고 보아도 될까.

서울에 있는 타이포그래피들이 정말 예쁘고 특색 있고, 또 재밌다고 느껴져서 뮤직비디오를 처음 구상할 때부터 이러한 타이포그래피들을 뮤직비디오의 소품으로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에로틱한 오브제들이 많기는 한데 이것이 일부러 에로틱하게 가져가고자 100% 의도한 것은 아니고, 노래 자체가 애시당초 엄청난 의미를 내포한다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사랑 노래고, 섹시한 노래이기 때문에 소품들의 테마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나온 것 같다.

곡 단위로 제작되는 일반적인 뮤직비디오와 달리 앨범의 수록된 5개의 곡이 하나의 뮤직비디오로 이어지는 구성도 흥미롭다.

요즘 노래가 정말 많지 않나. 일단 나만 해도 트랙을 디깅할 때 3초 정도만 듣고 마음에 안 들면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넘겨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만약 1분 50초까지 들었다면 정말 마음에 드는 파트가 나왔을 수도 있는데 거기까지 듣지 않고, 그래도 아깝지 않은 거다.

그런 맥락에서, 뮤직비디오에서도 굳이 필요 없는 파트나 필요 없는 씬을 덧붙이면서 하나하나 구구절절하게 보여주기보다는 “나 이런 생각,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노래를 만들었어.” 정도를 딱 떠먹여주는 형식이 이번 앨범에 더 걸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20~30초 정도의 영상 5개를 만들고, 하이라이트 멜로디 형식으로 구성하되, 이 영상들이 모두 유기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뮤직비디오 감독님과 나누었다. 듣는 이로 하여금 빠르게 듣고, 빠르게 받아들여 체화하기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뮤직비디오 감독 시모나(CIMONA)와는 어떤 접점이 있었나.

20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다. 친구의 친구였다. 그 분이 원래는 음악도 하고, 영상도 만들고, 비디오자키 같은 것도 하시던 분인데, 내 스스로 그 분의 감각을 전적으로 믿는 부분이 있다. 유머도 되게 잘 통하고, 어떤 섹시함에 대한 비전이나 코드, 시야가 통하는 사람이어서 이 사람과 뭔가 만든다면 분명히 어떻게든 재밌는 게 나오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소품에 대해 자세히 들어가 보자. 곡마다 각각의 오브제들이 등장한다. 첫 트랙 ‘Kick Clutch’ 부분에는 자동차가 영상의 핵심 오브제로 나오고, 흥미롭게도 그 안에서 거북이 두 마리가 등장하는데.

‘Kick Clutch’는 일화가 많은 곡이다. 친구 중에 자동차를 정말 좋아하는, 속된 말로 ‘차쟁이’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와 가끔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이 분이 자동차나 카레이싱에 대한 정보를 자꾸 나한테 주입하려고 한다. 카레이싱을 하다가 클러치를 두 번 이렇게 하면은 차가 떠서… 드리프트가 된다던가… 같은 이야기들을 자꾸 해주는데, 그런 설명들이 너무 흥미로웠다. 이야기 자체에서 굉장히 공격적인 느낌도 들었고. 이 사람이 이 자동차나 카레이싱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겠나. 그래서 이런 내용들을 사랑과 접목시켜서 얘기를 해본다면 어떨까 해서 ‘Kick Clutch’라는 곡이 나오게 되었다.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에서도 일화가 있었다. 거북이들을 데려와 촬영을 한 데에는, 이 앨범의 주제가 아무래도 일반적이지 않고 Bizarre한 느낌인 만큼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 햄스터… 막 이런 동물이 나오면 재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근데 거북이라는 동물이 아무래도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니지 않나. 키우던 개체를 잠시 양도받아 촬영하고 돌려드리기도 조금 그렇고, 아예 분양을 받아서 촬영이 끝나고 키우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그렇다고 막 홍제천에 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촬영지인 용인 근처 파충류 숍에 전화를 해서, 저희가 이런 촬영을 하고 있는데… 혹시 발정난 거북이 개체를 잠시 빌릴 수 있겠냐, 육지 거북 암수 쌍이었으면 좋겠고, 크기는 주먹보다 조금 컸으면 좋겠다. 책임비는 분양할 때 수준으로 드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냥 5만원만 주시고, 픽업하고 다시 데리고 오는 것만 잘해주세요.”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이게 되네.” 하는 마음으로 발정난 거북이 암수 쌍을 데리고 와서 촬영을 하기 시작했는데, 곤란하게도 이 친구들이 발정난 개체들이라고 해서 언제 어디서나 짝짓기를 하는 건 아닌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촬영이 조금 딜레이됐던 기억이 난다. 거북이가 짝짓기하기를 기다리는 게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일 아닌가. 지금 돌아보면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다.

‘Seoul Trash Girl’ 파트에도 등장하고, 앨범 커버에도 출현한 푸른색 마네킹으로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

‘Seoul Trash Girl’ 같은 경우 처음엔 쌍방울이나 BYC 같은 그런 오래된 OG 속옷 매장에서 찍고 싶었는데 시간이나 재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공간을 나타내는 가장 주요한 소품이 무얼까 하고 생각해 보니 그 속옷을 입은 토르소 마네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토르소에 가깝고, 좀 더 Bizarre한 것을 찾아보던 과정에서 그 파란색 마네킹 친구를 데리고 왔다. 해석하기에 따라 나의 페르소나라고 볼 수도 있고, 나의 친구라고 볼 수도 있고, 앨범의 화자인 Seoul Trash Girl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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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CTA <Seoul Bizarre> 뮤직비디오 中 ‘Dirty Sweet’ 파트 스틸컷

마지막인 ‘Dirty Sweet’ 파트의 귀를 파주는 장면도 흥미로웠다. 이대화 평론가의 <MIXMIX TV> 인터뷰에서 얘기한 바에 따르면, 다들 이 장면을 퇴폐업소와 관련된 장면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그렇다. 진짜 뭔가 귀엽고 더러운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귀 파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오해하는 게 기분이 나쁘다던가 한 것은 전혀 아니고, 재미있는 해석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부분이 많다.

아베 야로의 만화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와도 정서가 비슷해 보이는데.

그렇다.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의 경우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 꽂혀 있던 만화책 중 하나였는데, 중학생 때인가 고등학생 때인가 이 만화를 처음 봤을 때 정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아베 야로 특유의 유머나 그림체도 정말 좋아한다. 신기하게도 이 뮤직비디오가 처음부터 그 작품을 모티브로 제작한 건 아니었는데, 만들고 나서 생각해 보니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의 인상과 많이 닮아 있더라. 앵글도 꽤나 비슷하고. 뭔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것과 우연히 닿은 느낌이라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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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얘기로 넘어가 보자. 앨범을 보면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힘을 보탰고, 이전에 작업을 했던 프로듀서들도 여럿 보인다.

‘Lady Love’를 만든 프로듀서 202 로랑(202 Laurent)의 경우는 이전 싱글 ‘SEROTONIN’을 만든 분이고, ‘Seoul Trash Girl’과 ‘Dirty Sweet’을 만든 무디파이(Moodify)는 직전 ‘tricky!’를 만든 프로듀서다. ‘Kick Clutch’를 프로듀싱한 엘엔비(Lnb)의 경우 이전에 어떤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했을 때 알게 된 분으로, 힙합 쪽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하던 프로듀서 듀오인데 지금은 일렉트로닉 쪽을 엄청 파고 계시는 것 같다.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했고, 그만큼 다양한 곡이 있지만 결국 앨범의 전체적인 틀은 일렉트로니카 내지는 클럽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소에도 이러한 종류의 음악을 자주 접하는 편인지.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떴을 때부터 테크노를 들을 수 있다. 근데 요즘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는 것도 있다. 그런 음악을 계속 듣다 보면 삶이 그렇게 바뀌는 느낌이 들어서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평소에 좋아하거나 자주 듣는 장르가 있다면.

덥스텝 같은 것도 좋아한다. 초창기의 클래식 덥 + 스텝. 일단 BPM이 150이 넘어가는, 너무 빠른 음악은 ‘칠’한 느낌이 없다면 잘 듣지 못하는 것 같다. 보컬이 나른하다던지, 뿅 갈 것 같은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나온다던지…

최근에는 브라질리언 퐁크도 많이 들었다. 이게 사운드를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약간 하이퍼팝처럼 들리는 부분도 있고, 앞에다가 실물 악기 같은 걸 넣으면 팝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 굉장히 흥미로운 장르다.

장르로 따지자면 트립합을 제일 좋아한다. 나의 성격이나 인생, 그런 것들을 가장 잘 대변하는 장르인 것 같다. 인생의 주제가라고나 할까. 트립합 앨범을 내는 게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근데 아직 지금의 나는 스스로 트립합 앨범을 만들고 보컬로 표현해내기에는 부족한 보컬이라고 생각한다. 핑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확실히 보컬에 있어서 그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조금 더 테크닉적으로 완숙해지면 언젠가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트립합 중에서도 특별히 ‘인생의 주제가’처럼 다가오는 곡이나 앨범이 있다면.

스모크 시티(Smoke City)의 ‘Underwater Love’인 것 같다. 이 노래를 듣고 나서 그 전과 그 후의 음악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 전까지는 뭘 들어도 100% 만족이 되지 않았는데 이걸 듣고 이게 내 모든 미래를 만족시켜줬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면인가.) 내가 사람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요소라던가, 인생을 살면서 내가 발전하고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소가 곡에 있다. 곡을 들어보면 조금의 조급함도 없고 냉소적인데 이러한 태도도 너무 좋고… 섹시한 코드를 얘기하지 않는데도 섹시하다. 마치 인간이 가지는 우울의 스펙트럼을 전부 이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앞선 인터뷰에서 클럽 문화를 체험하면서 음악적 취향이나 삶의 모습이 바뀌는 것 같다고 한 바가 있다.

확실히 그런 게 있다. 클럽 문화 안에 있을 때와 밖에 있을 때의 느낌도 되게 다르고, 그러한 문화들을 알고 나서 노래를 만드는 것과 모르고 만드는 것도 굉장히 다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이런 것들을 모를 때는 클럽 음악의 요소를 차용해서 내가 원하는 느낌을 표현하려는 데 큰 중점을 두었다면, 클럽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동반되고 나서는 여기서 음을 찌그러뜨리면 클럽에서 들었을 때 매력적일 것 같다던가, 베이스를 이런 식으로 하면 여기서 사람들이 저절로 춤을 출 것 같다던가 하는 관점이나 공식을 더 고려하게 된 것 같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겠다.

그렇다. 확실히 일렉트로닉 음악이나 클럽 음악의 문법을 많이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 본래 내 스타일이었다면 여기서 보컬을 좀 더 강조해서 부르는데, 여기서는 힘을 완전히 빼고 단어를 쿨하게 툭툭 뱉는 식으로 부른다던가 하는 식이다. 이런 식이 장르에 좀 더 어울리니까 말이다.

보컬 얘기가 나왔으니, 본인의 보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나는 음치다. 물론 “노래를 아예 못한다” 이런 식의 음치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음악 대학교를 나와서 피아노를 많이 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샾(♯)이나 플랫(♭)된 음, 다시 말해 반음 간격을 감각적으로 구별하지 못한다. 근데 나는 그 부분이 내 보컬에 있어서 어떠한 나른함이나 공간감을 더해주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아마레(Amaarae) 같은 톤을 되게 좋아해서 일종의 미성이나 예쁜 소리들을 내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확실히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요소와 나의 목소리 사이에서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보컬의 결이나 음악 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작사 또한 바뀐 점이 많아 보인다. 작사 과정에서는 어떤 부분을 중점에 두었나.

전작들, 특히 알앤비 톤의 가사를 쓸 때는 정말 공을 많이 들인다. 근데 난이도만 보면 이번 앨범의 가사를 쓰는 게 더 어려웠다. 알앤비의 경우 할 말이 많으면 그 말을 어느 정도 다 담는 게 가능한데, 이번 작품의 경우 많은 할 말 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추릴 필요가 있었다. 단어 여러 개 중에서도 가장 멋있는 단어를 심혈을 기울여서 골랴야 하기도 하고. 그런 게 조금 다른 부분이었다.

‘Seoul Trash Girl’에 있는 “Take me to the church”라는 가사는 굉장히 인상 깊었다. 대한민국에서 교회가 가지는 느낌이 다른 국가와 다른 만큼 굉장히 지역적이면서도 독특한 인상이었는데.

우리나라에는 교회가 정말 편의점만큼이나 많은 느낌이다. (그런 일상성이 발현된 것인가.) 어떠한 반항적인 이미지, “그래, 난 안 갈 거니까 끌고 갈 테면 끌고 가 봐.” 이런 느낌이다. 어릴 때 성당 가기 싫었던 마음이 이제 발현되었다고 봐도 되겠다. (웃음)

개인적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가사가 있다면.

‘Kick Clutch’를 보면 "Listen up yall stupid ass / Drivers out there / Return your license / You don't deserve to drive these wheel / You should walk / Just return it”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 파트의 경우 앞서 언급한 자동차 애호가 친구를 통해서 나오게 되었다. 언젠가 그 친구에게 불량 운전자들을 향해 한마디를 해보라고 하였는데, 가사의 내용처럼 “바보 같은 운전자들아, 너 운전면허증 나라에 반납해, 넌 이 자동차를 몰 자격이 없어, 넌 걸어다녀야 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 그게 너무 재밌고 웃겨서 가사로 쓰게 되었다.

‘Lady Love’에는 브릿지 파트에 불어가 잠깐 나오기도 하는데, 퀴어 커플에게 “전화 하는 거 녹음해서 보내줘, 내 앨범에 넣을래.”라고 부탁해서 받은 부분이다. 너무 귀엽지 않나. (‘Lady Love’는 확실히 레즈비어니즘에 대한 인상이 강하다.) 완전히 레즈비어니즘에 대한 노래다. “Spendin' all my money for her lady lumps”, “나는 그녀의 혹을 위해서 내 돈을 다 쓸 거야”, 이런 어떤 여성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이 레즈비언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약간 보이시한 비주얼을 많이 떠올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레즈비언들도 많지 않나. 그래서인지 뭔가 이 곡으로 그런 여성성에 대한 추앙이나 예찬을 담은 노래를 써보고 싶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의 사랑 얘기도 있고, 또 그에 대한 애정도 있어 보인다.

사람이 살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사랑의 언어들이 있지 않나. 지금 내 생각으로는 그 언어들이 이렇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모든 순간이 사랑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이 인터뷰에 대해 “인터뷰 너무 좋아요”라고 한다면 그런 ‘인정하는 말하기’ 과정에서 사랑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연인 간의 사랑이 최고다.” 이런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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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클럽에서 릴리즈 파티를 하기도 했었다. 이번 공연에 대한 소감은 어떠한가.

확실히 이전에는 댄서블한 트랙이 있다 하더라도 아예 클럽을 위해 만들어졌다 싶은 트랙은 없었다. 근데 이번 앨범의 경우 5번 트랙 ‘Dirty Sweet’을 제외하면 전부 클럽 친화적인, 디제잉하다가 갑자기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트랙들이니 사람들의 하입을 유발하기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이든 이전이든, 공연을 하면서 인상깊거나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

공연을 하고 나면 아무리 주변에서 잘했다고 해줘도 스스로 후회를 하는 편이라 막 좋았던 순간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근데 나중에 현장 리캡 사진이나 비디오를 볼 때 약간 얼빠져 있는 사람들의 표정, 집중한 듯한 모습을 보면 확실히 관객들의 어떠한 지점을 자극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그 공연 시간과 그 밤을 책임져야 한다는 일종의 광대 마인드가 있어서 공연 당시에는 행복감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음악가로서 앞으로 어떤 음악을 보여주고 싶은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궁극적으로는 트립합 앨범을 내보고 싶다. 물론 앞서 말했듯 나 스스로 그만큼 완숙한 보컬로 성장하고, 트립합에서 사용하는 신스에 대한 이해도가 확실히 갖춰진 시점에서 만들고 싶기에 아마 한참 나중이 될 것 같다.

당장은 그냥 계속, 내 귀에 가장 재미있고, 자극적이면서 나라는 사람을 담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일렉트로닉이 아닐 수도 있다. 섹시 드릴 같은 걸 갑자기 해본다던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