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lilbesh ramko, 일본 하이퍼팝의 ‘지금’을 그리는 아티스트

by overt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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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팝이라면 이제는 익숙하다. 소피나 A.G. 쿡, 100 gecs 같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더라도 2024년 쇼츠 어딘가에서는 항상 일렉트로 댄스 팝에 버블검 베이스와 하우스를 섞어내는 <Brat>이 흘러나왔고, 트렌드에 관심이 없더라도 트랩에 ‘쇠 맛’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교차시킨 에스파의 <Savage>라면 쉬이 떠올릴 수 있다. J팝 또한 낯설지 않다. ‘밴드 붐’과 공생하며 세를 불린 J팝 팬층에 고척 스카이돔, 인스파이어 아레나마저 속수무책으로 매진 일관하는 중이다.

언뜻 ‘일본 하이퍼팝’은 꽤 어색해 보인다. 하이퍼팝은 영국이나 미국의 음악으로 여겨져 온 만큼 일본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고, 앞서 살짝 언급한 버블검 베이스나 해체주의 클럽(Deconstructed club) 등 클럽 문화와 연관이 있으니 일본 클럽 문화에 대한 이해도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일본과 하이퍼팝은 꽤나 잘 어울린다. 일본 서브컬쳐 특유의 과장성이 하이퍼팝의 모습과 같은 주파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일본 하이퍼팝의 현재를 대표하고 있는 아티스트로 릴베쉬 람코(lilbesh ramko)를 빼놓을 수 없다. 2월 22일 홍대 BRST Studio에서 열리는 라이브 <Azure Vol.1>를 통해 첫 내한 공연을 가지는 그를 overtone에서 인터뷰했다. 피치포크의 하이프부터 <오징어 게임>과의 공통점까지, 본 인터뷰가 그 이름과 음악 안에 담겨 있던 다양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길 바란다.

날짜: 2025년 2월 13일
방식: 화상 인터뷰 (일본어)
진행: 이한수

lilbesh ramko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lilbesh ramko(offline)新生nanachi.xp/MiAε錬成.+22%yunwii ramko(nw)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사운드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소리가 큰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람코 씨’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
네, 람코면 충분합니다. (웃음)

감사합니다. 우선 lilbesh ramko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원래부터 lil wayne이나 lil peep 같은 아티스트가 좋아서 ‘lil’을 붙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besh’는 집에서 기르고 있는 고양이 이름입니다. 그 둘을 합쳐서 ‘lilbesh’가 됐습니다.
‘ramko’는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만화 <유루유리>의 캐릭터 토시노 쿄코가 작중 만화가로서 활동할 때 사용하는 필명 니시쿄고쿠 람코에서 따 왔습니다.

단순하게 그 캐릭터가 좋아서 ‘ramko’인가요?
아티스트 이름을 고민하고 있던 시기에 이전부터 좋아하던 <유루유리>를 봤어요. 최애 캐릭터인 토시노 쿄코의 활동명이기도 하고 발음이 귀엽기도 해서 “꽤 괜찮다”고 생각해 빌려왔습니다.

‘lilbesh’는 고양이 이름이고 ‘ramko’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귀여운 느낌이네요.
그렇네요.

힙합 문화를 의식해서 ‘lil’을 붙이셨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사운드클라우드 초기작은 트랩이나 클라우드 랩 계열입니다. 어떻게 지금처럼 하이퍼팝, 디지코어 색채를 띠게 됐는지 계기를 알고 싶습니다.
하이퍼팝이나 디지코어라 불리는 음악과는 2020년쯤부터 만나게 됐습니다. 그 시기부터 줄곧 듣고 있지만, 제대로 의식해서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osquinn(이전 quinn, p4kr)이라는 아티스트와 만나게 되면서였어요. 그녀의 곡이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전에 100 gecs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인터뷰도 있었고, 확실히 lilbesh ramko는 하이퍼팝/디지코어 계열 아티스트라는 인상이 있습니다. 동시에 노이즈, 하드코어, 펑크 등의 영향에서는 moreru나 하루 네무리(春ねむり) 같은 일본의 인디 아티스트들의 모습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영향이 있으신가요?
제가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그쪽 음악도 좋아하게 되긴 했지만, 직접적인 영향은 없습니다. 가장 큰 건 역시 100 gecs나 프랑스의 Justice라는 밴드에요. Justice의 음악은 소리가 찢어진다고 할지, 예전부터 디스토션을 엄청나게 사용하는 곡이 많았기 때문에 작법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ピーナッツくん, lilbesh ramko, hirihiri ‘Wha u takin bout’Self-released

피치포크에서 hirihiri 씨와 함께 피쳐링한 피너츠 군(ピーナッツくん)의 ‘Wha u takin bout’가 고평가받은 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두 분의 상성이 좋다고 생각해요. 둘이서 142 claws라는 팀 활동도 하고 계시는데, 어떤 활동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2022년 7월쯤에 hirihiri 씨와 만나서 5곡짜리 EP를 한 번에 만든 적이 있어요. 그 이후에 “너무 재밌다”고 이야기한 게 발전해서 142clawz가 되었습니다. 그해에 FORM에서 주최하는 <All Nighter>, 24시간 안에 곡을 만들고 응모해서 컴필레이션 앨범 기획에 hirihiri 씨와 둘이 도전했고 당시 제출한 곡 ‘142claws’가 지금의 팀명입니다.
24시간 안에 만들어야 해서 자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몬스터 에너지라고 하는 카페인 음료를 마셨어요. 그 몬스터의 일본 버전 카페인 함량이 142g이고, 손톱 모양 로고에서 claws를 연상해서 142claws가 됐습니다.

EP라면 <IDK+LW RMXZ>인가요?
아니요, <10 MICROPHONES AND DISTORTED WAVEFORMS!!>입니다.

확실히 그 앨범을 만들었다면 팀 활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웃음) 최근 발표한 ‘SHIRANKEDO - 142clawz REMIX’도 무척 좋았습니다. 어떤 경위로 탄생한 곡인가요?
감사합니다. 그 곡은 라이브 현장에서 알게 된 분이 “‘SHIRANKEDO’라는 곡을 리믹스해보는 건 어때?”하고 권유해 주셔서 hirihiri 씨와 둘이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AVYSS 레이블 관계자분이신가요?
아닙니다. 뭐랄까, 이것저것 하시는 분이에요. (웃음)

우연히 태어난 작품인 걸로. (웃음)
그렇네요. (웃음)

디스코그래피를 보면 캐나다의 tennyson, 이번에 같은 라이브(<Azure Vol.1>)에 출연하는 hallycore 씨도 떠오릅니다만, 특히 톱 시크릿 맨(トップシークレットマン)과의 콜라보레이션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리지널 넘버 ‘himitsu!!!!!’와 신세이 카맛테짱을 커버한 ‘死にたい季節’ 등에서 함께한 톱 시크릿 맨과의 작업은 어떠셨나요?
작사, 작곡을 하는 보컬 시노다(しのだ)와 만난 게 작년 2월 정도였어요. 서로의 음악 취향 같은 게 의기투합해서,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아 같이 작업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시노다가 기타 리프를 녹음하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좀처럼 잘 안되고 엎어지는 바람에 최종적으로는 제가 찍은 비트에 시노다의 보컬을 얹는 형태가 됐습니다.

그 곡이 ‘himitsu!!!!!’인 거네요.
네.

‘himitsu!!!!!’는 람코 씨도 보컬로 참가하고 계시죠?
네. 일단 제 목소리를 녹음하고 보낸 다음, 시노다가 보컬 데이터를 돌려주는 식이었습니다.

같이 곡 작업을 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글쎄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바이브로 하는 느낌이에요.

lilbesh ramko <徘徊collection>Self-released

작년 9월 발매한 <徘徊collection>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종말(終末)에서 배회(徘徊), 트랙들도 사랑 노래처럼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終末collection>은 큰 의미에서 ‘세계의 종말’ 같은 걸 곡으로 만들 셈이었고 <徘徊collection>은 세계 종말 이후 ‘포스트아포칼립스의 세계’를 이미지화해서 만든 곡이 많아요. <終末collection>보다 <徘徊collection> 쪽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든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終末collection>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외로 그런 생각 없이 만들었어요. 당시에는 정신적으로 불안해서, 그때의 감정을 표현해 보자면 “빨리 세계가 멸망했으면 좋겠어.” 같은.

공감합니다. (웃음)
공감하시는 건가요. (웃음)

<徘徊collection>은 정신적으로 안정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을까요?
그렇네요, 진정했다기보다는, 부감(俯瞰)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어서 종말 후의 세계를 걸어 다닌다는 의미로 ‘배회(徘徊)’라고 붙였습니다.

그렇다면 람코 씨에게 ‘포스트아포칼립스의 이미지’와 ‘사랑’과의 관계는 뭔가요?
사람이 살 것 같은 장소, 누군가 있었던 흔적 같은 건 굉장히 ‘사랑’이지 않나요? 사람이 있던 흔적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같은 걸 좋아해요. 구체적인 테마는 없지만, 무기질적인 것에 느끼는 사람의 온기 같은 걸 의식했던 걸까요.

역사나 유적을 보고 “옛날에는 여기에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느낌.
대체로 그런 느낌이에요. (웃음)

‘nichijou:loopmania’와 ‘うそつき’는 선공개한 곡입니다. 이 두 곡을 먼저 만들고 나서 이것들을 바탕으로 앨범 전체를 완성하신 건가요?
네, 맞습니다.

포스트아포칼립스의 이미지도 ‘nichijou:loopmania’나 ‘うそつき’와 동시에 탄생한 걸까요?
‘nichijou:loopmania’를 만들었을 때쯤에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는 구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부터 ‘うそつき’ 같은 곡이 나오게 된 느낌이에요.

마지막 트랙명이 ‘haikai:pop(배회:팝)’이라서 그 곡이 맨 처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애초에 모든 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어요. ‘nichijou:loopmania’ 다음이 ‘うそつき’, 그다음에 만들어진 게 분명 ‘haikai:pop’였던 것 같아요.

‘re:kazing (feat. AssToro)’의 멜로디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이 곡에서는 람코 씨의 원래 보컬 스타일과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의 조합이 신선했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감사합니다. ‘re:kazing’은 ‘nichijou:loopmania’ 바로 다음에 작업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nichijou:loopmania’의 멜로디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うそつき’와 ‘himitsu!!!!!’의 드롭 구간에서는 압박감이 느껴집니다. 동시에 타격감이 있어서 현장감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어떻게 작업하고 계신가요?
드럼 패턴과 베이스는 전부 MIDI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디스토션을 걸어서 큰 음량을 만들어냅니다.

‘himitsu!!!!!’의 코러스 부분은 멜로디 라인 리듬이 337박자라 응원가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OST ‘Way Back then’과도 공통점이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이 곡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코러스 멜로디가 337박자라는 걸 알아봐 주셔서 굉장히 기쁘네요. 원래 그 곡은 현재의 드럼 패턴이 아니라 337박자였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변경해서 지금은 멜로디에만 남아 있습니다.

가사에 ‘그 아이의 비밀이 알고 싶다’는 귀여운 구석이 있습니다. 혹시 실제로 ‘비밀이 알고 싶은 사람’이 있으신가요?
많습니다. (웃음) 이 곡의 경우에는 톱 시크릿 맨과 만든 곡이기에 시크릿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haikai:pop’는 보컬로이드 계열 노래와도 닮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본 전자 음악 씬은 보컬로이드 씬과도 관계가 있기도 하죠. 향후 보컬로이드를 사용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줄곧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보컬로이드 곡을 좋아하기도 했고, ‘haikai:pop’은 그런 노래들을 많이 들었던 시기에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도중에 기계 음성을 집어넣은 파트도 그런 영향일지도 모르겠네요.

2025.02.22 @BRST STUDIO Hongdae <Azure Vol.1>Team Azure

라이브 이야기로 넘어가 보려고 합니다. 곡 제작부터 자체 기획 공연 <바비페스> 개최까지 굉장한 DIY 정신이 느껴집니다.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딱히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재밌는 거 하자’는 마음으로 느낌대로 살아가고 있어요. 웬만하면 싫은 건 생각하지 않고 ‘재밌는 거 하자’고 마음 먹었더니 지금처럼 된 것 같아요.

즐거움을 우선해 나가는 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올해는 일본 투어, 그리고 2월 22일 한국 공연 <Azure Vol.1>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빠른 성장의 배경에는 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람코 씨가 생각하는 ‘lilbesh ramko 라이브의 매력’이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있지만, 특히 의식하고 있는 것은 ‘발산’입니다. 평소 생활에서는 절대 내서는 안 되는 소리와 음량을 마음껏 낼 수 있으니 그게 기분 좋다고 생각해요.

‘비일상적인 체험’이네요.
맞아요.

라이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은 ‘lost woods!’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추가로 ‘알고 있으면 라이브를 더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곡이 있다면 하나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i (dont) know.’라는 곡은 부르기 쉽다고 생각해서 함께 부르면 기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2월 22일 처음으로 한국에 갑니다. 굉장히 두근두근해요. 먹는 것도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나라여서 여러분과의 만남을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력을 다해 즐겁게 만들어드릴 테니,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Azure Vol.1
날짜: 2025.02.22
장소: @BRST STUDIO Hongdae
상세: https://x.com/presents_azure/status/1881990795408146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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