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쿠로이와 아스카(黒岩あすか), 빛과 그림자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by overt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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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난바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여행 장소 중 하나일 것이다. 도톤보리에서 덴덴타운으로, 그리고 그 거리의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겨본 적이 있다면, 어쩌면 이 오래된 공연장을 마주쳤을지도 모른다. 1986년 보어덤스의 멤버였던 야마모토 세이치 씨가 시작한 라이브 하우스 난바 베어즈. 약 40년 동안 문을 열어 오며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찾는 손님들을 안내한 곳이다.

쿠로이와 아스카도 이 작은 공간에서 꿈을 키워 왔다. 이곳을 자신의 “원점”이라고 즉답한 그 목소리에서 <괴물>에 담긴 검푸른 소리의 유래를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도쿄 시부야를 지나 후지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니가타까지 점점 넓은 무대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그를 overtone에서 인터뷰했다. 이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시선을 가진 아티스트의 세상을 잠시나마 들여다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날짜: 2025년 6월 3일
방식: 화상 인터뷰 (일본어)
진행: 이한수

쿠로이와 아스카(黒岩あすか), 빛과 그림자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main imageTuff Beats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쿠로이와 아스카입니다.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SNS에 직접 그린 그림을 꽤 많이 올리고 계십니다. 그림도 음악처럼 예전부터 해 오셨던 건가요?
그림은 최근에 그리기 시작했어요.

최근이라면, 1~2년 정도 되신 걸까요?
작년부터네요.

작년에 시작하셨을 줄은 전혀 몰랐어요. 엄청 잘 그리십니다.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바다와 고양이를 그린 작품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바다와 고양이는 쿠로이와 씨의 음악 제작에 어떤 영감이나 영향을 주고 있나요?
둘 다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줘서,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합니다.

쿠로이와 아스카(黒岩あすか), 빛과 그림자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image2X @kuroiwaasuka

난바 베어즈라는 공연장에서 자주 라이브를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쿠로이와 씨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장소인가요?
원점. 맨 처음을 가리키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맨 처음 라이브를 하신 장소가 난바 베어즈인가요?
라이브 자체는 몇 번 한 적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음악할 거야”하고 마음먹고 시작한 곳이 난바 베어즈에요.

난바 베어즈는 보어덤스의 멤버셨던 야마모토 세이치 씨가 세운 걸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야마모토 씨는 전작에서 게스트 보컬로 참여하기도 하셨어요. 같이 작업하신 건 어떠셨나요?
제가 보컬로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고 부탁드렸어요. 분명 야마모토 세이치 씨의 목소리가 제 목소리하고 잘 어울릴 거라고 직감했습니다.
음원은 별도의 장소에서 녹음했는데, 듣자마자 ‘역시 야마모토 씨의 목소리라서 다행이었어.’ 하고 생각했습니다.

쿠로이와 아스카(黒岩あすか), 빛과 그림자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image3

밴드 ‘밤’에 대해서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결성된 건가요?
제일 처음에는 저 혼자서 라이브에 섰을 때, 같이 연주하셨던 분들이에요. 스하라 씨, 지금은 멤버에서 빠진 기타의 사와노 씨와 드럼의 아키바 씨, 이렇게 셋이서 즉흥 밴드로 합주했어요. 그 당시에 드럼이었던 아키바 씨가 제 뒤에서 연주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셔서, 그대로 세 명이 ‘밤’이 되었습니다.

라이브를 하시면서 ‘이 멤버들과 조금 더 해 봤으면 좋겠다’라거나 ‘마음이 맞는 것 같다’ 하는 게 있으셨던 걸까요?
처음에는 밴드를 한 적이 없어서 괜찮을까 하는 불안함은 있었지만, 점점 연주를 맞춰가면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해 나가게 되었던 것 같아요.

현재 밴드 멤버들을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지금 밴드 멤버는 베이스의 스하라 케이조 씨, 드럼의 senoo ricky 씨, 기타의 hama 씨와 HEAT 씨, 그리고 저까지입니다.
기타를 맡고 계신 두 분은 하드코어 계열의 밴드를 하고 계세요. 제 라이브 기획을 해 주셨던 분을 통해서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스하라 케이조 씨와는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스하라 씨는 애시드 마더즈 템플의 멤버로 활동하셨다가, 야마모토 세이치 씨와 ‘나침반’이라는 밴드도 하셨어요. 쿠로이와 씨가 밴드 활동을 통해서 본 스하라 씨는 어떤 분이신가요?
단번에,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전부 알아버리는 사람.

스튜디오를 어둡게 하고 녹음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제작 스타일이 밴드명인 ‘밤’과도 관계가 있을까요?
‘밤’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웃음) 뭐랄까, 제가 무척 긴장하는 타입이어서 캄캄하게 하면 안심하고 노래할 수 있어서 그렇게 할 뿐이에요.

실제로 녹음실을 어둡게 하고 녹음하면 안정이 되시나요?
긴장은 계속 하지만, 어두운 게 보다 노래에 집중할 수 있어서, 안심하고 부를 수 있는 건 있어요.

확실히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웃음)
한 번 해보세요. (웃음)

‘쿠로이와 아스카와 밤’ 명의로 라이브 활동이나 앨범 제작을 하고 계십니다. 솔로와 밴드, 각각에 임할 때 느끼는 차이가 있으신가요?
혼자가 아닌 걸 할 수 있다는 것과, 온도, 혼자일 때랑 밴드일 때의 온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밴드가 더 끓어 오른다 같은 의미는 아니죠.
네,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예를 들어 보자면, 촛불의 불꽃처럼 푸른 불꽃이 더 뜨겁다고 하잖아요. 단순히 분위기가 끓어 오른다는 느낌이 아니라.

최근 듣고 계신 아티스트가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환경음악을 많이 듣고 있어요. 물소리 같은 것들을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음악 활동을 시작한 지 10년 이상이 되셨는데, 활동 초기와 비교해서 스스로 바뀌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반대로 ‘이것만은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다’라고 생각하는 게 있으시다면 그것도 궁금합니다.
근본적으로는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야가 넓어졌다는 건 무척 느끼고 있습니다. 사물을 조금 더 넓은 시선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은 음악을 계속해 오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야가 넓어졌다는 건 음악에 한정된 이야기인가요? 아니면 일상생활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인가요?
일상생활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네요. 이번에 제작한 앨범의 ‘괴물’이라는 곡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나쁜 저주를 걸어서 기분 나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좋은 저주를 걸어서 좋은 괴물이 될 수 있게끔 하자’는 생각에서 만들었는데요. 그렇게 노래로 만들고 시야가 넓어지는 일도 있습니다.

10년 전의 쿠로이와 씨였다면 ‘괴물’이라는 곡을 만들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네요.

정규 2집 제작 당시에 피아노를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것이나 흥미를 갖고 계신 분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밴드의 소리뿐만 아니라 환경음이라든가, 노이즈라든가, 그런 것들을 섞은 음악도 해 보고 싶습니다.

가령, 앞으로 10년을 그려본다면, 어떤 걸 하고 싶으신가요?
보다 다양한 풍경을 보고 싶어요. 해외에서 라이브한다거나,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걸 해서 다양한 풍경을 보고 싶습니다.

쿠로이와 아스카(黒岩あすか), 빛과 그림자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image4

이번 앨범 제작 시에는 먼저 곡을 만들고 순서를 정하셨나요? 아니면 앨범의 전체적인 구상을 먼저 하고 나서 곡 작업을 시작하셨나요?
먼저 곡을 완성하고 순서를 정했습니다.

앨범의 맨 처음과 맨 끝 모두 밤바다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트랙은 제목도 ‘밤바다’(夜の海)입니다. 첫 곡이 발밑으로 바닷물이 밀려오는 느낌이라면, 마지막 곡은 해안도로로 올라가서 바닷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입니다. 두 곡에 대해서 조금 더 여쭤보고 싶습니다.
첫 번째 ‘밤을 붙잡다’(夜を掴む)라는 곡은 해 질 녘에 바람이 불고 있고, 지금부터 밤이 되어 가는 것을 상상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첫 곡부터 밴드 음악입니다.
마지막 곡은 여러 풍경을 봤지만, 현실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혼자가 되어 버렸다는 끝맺음이에요. 밤을 넘고, 동틀 녘, 다시 살짝 어두운 밤이 끝날 무렵을 이미지화해서 작업했습니다.

‘밤을 붙잡다’라는 곡이 바람에 대한 이미지를 만든 곡이라고 하셨는데, 듣고 보니까 파도 소리는 사실 바람 소리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네요.

첫 곡 ‘밤을 붙잡다’는 연주곡이라, 그다음 트랙이 되어서야 쿠로이와 씨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두 곡의 연결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만, 이런 구성을 의도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언제 목소리가 들어오는 걸까, 노래가 들어오는 걸까 하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풍경 속으로 ‘짠’ 하고 나타나는 듯한 느낌으로 노래를 넣고 싶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노래’(おやすみなさいのうた)는 자신을 위한 노래인가요? 아니면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든 곡인가요?
저 자신을 위해 만든 곡입니다. 스스로에게 잘 자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듣는 사람도 구원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만든 곡입니다.

‘멀리’(遠く)의 중후한 베이스와 사이키델릭한 기타 톤, 그리고 Tuff Beats 레이블을 통해 탄생한 곡이라는 점에서 하다카노 라리즈를 연상했습니다. 이 곡을 작업하시면서 영향받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아뇨, 없었습니다. 갑자기 만들어졌어요.

그렇다면 우연인 걸로 괜찮으신가요?
우연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웃음)

가사가 상당히 추상적이고 반복적입니다. 그중에서도 ‘바다’, ‘그림자’, ‘빛’, ‘저주’ 같은 단어들은 이제까지 작품의 제목들이기도 하면서 이번 앨범의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말들은 앨범 전체의 테마나 메시지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여태까지의 활동을 되돌아보는 의미도 들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어디에도 그림자가 있다고 생각해요.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가 생기잖아요. 그걸 계속, 몇 년 동안 생각해 오고 있어서, 그걸 바탕으로 곡을 만들고 있는 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나쁜 사람’(悪い人)이라는 제목에서 이제까지의 작품과는 다소 다른 인상을 받았습니다. 악의가 느껴집니다. 이 곡은 어떻게 태어난 곡인가요?
‘나쁜 사람’은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병을 앓고 있는데, 그 병의 파도가 닥쳤을 때 ‘아, 또 왔구나’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걸 사람에 빗대서 만들어 봤습니다.

앨범 제목이기도 한 6번 트랙 ‘괴물’(怪物)은 상당히 압도적이었습니다. 동화 같은 내레이션, 객관적인 시점에서 주관적인 시점으로 옮겨 가는 코러스, 하얀 피아노 위로 쌓이는 듯한 검은 노이즈 등, 인상적인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가사에 등장하는 ‘괴물’에 대해서 조금 더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괴물은 저 자신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기도 해요. 저는 모두가 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나쁜 의미가 될 수도 있고, 좋은 의미가 될 수도 있어요. 모르는 사이에 험담을 해서 나쁜 괴물이 된 사람이 있으면, 무척 친절한 일을 해서 좋은 괴물이 된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cover image of 2025.07.25~27 @Naeba Ski Resort <FUJI ROCK FESTIVAL '25>
2025.07.25~27 @Naeba Ski Resort <FUJI ROCK FESTIVAL '25>SMASH Corporation

FUJI ROCK FESTIVAL '25 출연, 정말 축하드립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감사합니다. “해냈다!”라는 느낌이네요. (웃음)

예전부터 후지 록에 출연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후지 록 페스티벌에 가 본 적은 없지만, 큰 곳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은 갖고 있었어요.

출연은 7월 25일이네요. 열사병 조심하세요. (웃음)
감사합니다. (웃음)

나에바 스키장(후지 록 페스티벌 개최 장소)은 산 중턱에 있어서 바다로부터는 꽤 떨어져 있죠. 오사카에서처럼 태평양을 바라보면서 노래할 때와는 분명 소리도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별히 기대하는 게 있으실까요?
모든 게 기대돼요. 모르는 장소에서 모르는 공기에 닿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환경음악 작품을 만들게 되신다면, 영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네요.

난바에서 도쿄, 그리고 니가타(후지 록 페스티벌 개최지)로, 라이브 장소가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공연 해보고 싶은 장소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해외에 가 보고 싶어요. 한국, 대만, 유럽도 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오시게 되면 꼭 알려 주세요. (웃음)
네. (웃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음악을 하면서 기쁜 일들이 생깁니다만, 오늘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FUJI ROCK FESTIVAL '25
날짜: 2025년 7월 25~27일 (쿠로이와 아스카와 밤 25일)
장소: Naeba Ski Resort
상세: https://en.fujirockfestiv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