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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u kasai <Lula>

by 이한수 | 

cover image of uku kasai <Lula>
uku kasai <Lula>Self-released

일본 음악에는 밝은 정서가 두드러진다. 이는 제이팝 특유의 코드 진행과 희망찬 주제 의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팝 문법에서 자유로운 앰비언트나 전자 음악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건 무언가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일본 앰비언트의 대부 요시무라 히로시(吉村弘)의 <Green>과 애니메이션 음악감독 마스다 토시오(増田俊郎)의 <충사> 사운드트랙을 떠올려 본다. 두 음반은 자연을 주제로 삼아 공간을 만든다. 물이나 빛, 동식물을 소리로 표현할 때 자연은 ‘원래부터 그러한 것’이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처럼 묘사되는데, 사실 자연의 순환 속에서도 물은 흙과 피로 더럽혀지기도 하고 빛은 구름에 가려지기도 하며 동식물 역시 병들어 생기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필드 레코딩이 아닌 앰비언트일수록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태초 혹은 원시의 형태를 그린다. 맑고 투명한 자연의 이상적 단면을 그리는 음악은 직관적이고 밝다.

2018년 하세가와 하쿠시(長谷川白紙)가 <草木萌動>로 복잡하고 빠른 리듬으로 서브컬처 스타일의 과잉된 음악을 선보이며 조도를 한 차례 더 높였다. 그를 포함해 유키치 카사쿠 멘(諭吉佳作/men)이나 하라구치 사스케(原口沙輔) 같은 젊은 재능들은 글리치와 재즈 팝, IDM 등을 무기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냈는데, 이는 기존 레이 하라카미(レイ・ハラカミ) 같이 정적이고 쓸쓸한 와비사비 미학과 갈라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uku kasai의 <Lula>는 후자다. “클럽과 집의 인력 사이에서 흔들리며 탄생했다”고 설명하는 이 앨범은 댄서블한 일렉트로팝에 칠 아웃한 인디트로니카를 섞고 글리치를 뿌려 완성한다. 보컬 톤과 순식간에 흩어져버리는 연약함은 따스한데 템포 있는 드럼이 텐션을 올린다. ‘Clouds’나 ‘hibye’, tofubeats와 함께 작업한 ‘製図’가 특히 그렇다. 밀도 높은 보컬 주위로 퍼지는 키보드와 이들의 토대가 되는 드럼(‘Clouds’에서는 시계 초침 같은 소리가 대신한다). 하세가와 하쿠시처럼 매우 밝지도 않고 sora의 <Re.sort>(2003)나 앞서 언급한 앰비언트처럼 이상적인 공간을 서술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작법을 차용하고 있어 마냥 외롭지도 않다.

이러한 절충안에는 Oni라는 팀으로 함께 활동하는 Cwondo의 영향이 있는 듯싶다. 밴드 No Buses의 멤버기도 한 Cwondo는 인디트로니카를 중심으로 솔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uku kasai와 Oni는 일본에서 열린 한일 전자 음악가 교류 기획 umm edition을 통해 김도언, HWI, Wona, Mount XLR과 같은 국내 아티스트와 함께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 라인업을 통해서도 이들의 음악이 어떤 바운더리에 있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어 보인다.

<Lula>는 클럽과 집, 그리고 그 사이의 공간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도 이를 기술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 그것에서 얻은 감정의 텍스처를 싣는 데 오롯이 집중한다. 덕분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온전히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 밝은 모습을 띠지만, 그 이상으로 웃지 않는다. 그래서 신나거나 즐겁기보다 외로움을 덜어내게 한다. uku kasai는 본작을 통해 지금 자신의 상태를 기록한다. 일기처럼 단편적인 여덟 피스. 풍경 어디에도 두지 못한 적적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소리는 그 자체로 깨끗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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