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CE

2025 해외 올해의 노래

by overtone|

2025 해외 올해의 노래 main image

마침내 사진 속 박제된 낙원을 가위로 오려냈다. 1990년대 팝의 온기와 2000년대 디지털 문명이 약속했던 화사한 미래는, 팬데믹 이후의 단절과 불투명한 현실을 통과하며 기만적인 잔상으로 전락했다. AI가 공정해낸 생생한 허구의 이미지들이 범람하는 시대, 음악가들은 역설적으로 그 매끈한 표면 아래 도사린 일그러짐을 직시한다. 흠집 없는 완성 대신 일부러 깨뜨린 소리, 유려한 흐름을 배반하고 불안정하게 흩어진 파편들. 몇 초 단위로 감정을 휘발시키는 쇼츠와 피드의 세계에서 선형적인 멜로디는 더 이상 마음을 붙들지 못한다. 이제 이들은 불완전한 상태 그대로의 날것을 소리로 구현하는 데 몰두한다. 극대화된 혼돈부터 구조의 해체까지 2025년의 음악은 비정형의 지형도를 그린다. 뚜렷한 사건 없이도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감각이 모두의 기저 의식이 된 지금, 소리 없는 와해 속에서 찬연하게 피어난 트랙들을 2025년의 올해의 노래로 남긴다. (이예진)

2025 해외 올해의 노래 image2

10. Ethel Cain (에델 케인) - Perverts

리듬도 선율도 등진 음악은 버티기 어려우나, 아예 무너지기를 택한 음악에게는 오히려 쉬울 일이다. 에델 케인은 추락하는 중이다. 어두운 확신으로 하나의 음을 길게 늘어트려 완성한 이 곡은 팝의 우선 목적으로 군림하던 즐거움의 대척점에 있다. 그렇더라도 그가 향하는 위치는 반대편보다는 정확히 중심이다. 우리가 일상을 매체로 뒤덮어 현실과 유리될 수 있다며 최면을 거는 동안 ‘Perverts’는 극악무도하게 폐부를 드러낸 채 자신의 가장 암울한 심연을 꾸밈없이 공유한다.

갈라지고 뭉개진 노래와 음성, 그리고 공허에서의 한없는 기다림으로 구현한 서스펜스는 압도적인 감상을 주면서도 향후 트랙에서 이어질 이야기에 발진을 거는 도입 트랙의 역할을 수행한다. 초입의 짤막한 찬송과 틈틈이 들리는 식별하기 어려운 대화 소리는 평화보다 우울감을 향하며 여타 드론/앰비언트 뮤직과의 차별점을 생성한다. 찬송과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의 이야기를 병렬한 가사는 에델 케인이 세상으로부터 유리되었다고 느끼는 꼭 그만큼의 거리를 대중으로부터 지키고 있다. 이러한 ‘Perverts’ 속 폐쇄공포적 미학은 그가 SNS에 토해냈던 단상처럼 세계의 병적인 시선에서 자신의 영토를 방어하는 태세로도 느껴진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며,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린다는 것이다.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권도엽)

2025 해외 올해의 노래 image3

9. Miley Cyrus (마일리 사이러스) - Every Girl You've Ever Loved (feat. Naomi Campbell)

내레이션, 브릿지, 사랑 얘기, 작위적이고 촌스러운 선택들, 거기에 디스코 팝까지. 나열하자니 무모하기조차 한 옷을 입고 런웨이를 펼치는 이는 얼터너티브를 집어삼킨 팝스타 마일리 사이러스다. 제목과 곡에 맞게 한층 강해진 나르시시즘으로 집도한 앨범 <Something Beautiful> 내에서도 가장 장식적인 트랙 ‘Every Girl You've Ever Loved’는 자본과 인재가 집약된 팝의 세계가 구현할 수 있는 제일의 맥시멀리즘을 겨냥한다.

전작 ‘Flowers’로 놀라운 성공을 거둔 그는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다던 꽃을 거머쥐기로 작정한 듯 대담하게 전진한다. 꽉 찬 크레딧, 거센 비트, 색소폰 소리에 마일리의 걸음 속 절도가 보인다면, 이어지는 나오미 캠벨의 목소리에선 고고한 눈빛마저 느껴진다. 복고주의의 흐름이 좀처럼 미치지 않던 영역에서 돌연 나타난 장르적 재현은 부드럽게 후반 트랙으로 전승되기까지 한다. 이미 정점을 보고도 진화를 도모하는 그의 태도를 대변하는 ‘Every Girl You've Ever Loved’는 보편적이거나 시의적절하진 않아도 화려한 도발로 치장한 오트쿠튀르를 달성한다. (권도엽)

2025 해외 올해의 노래 image4

8. Jane Remover (제인 리무버) - Dancing with your eyes closed

불길이 치솟는 마검을 손에 쥔 무사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자세로 복수를 다짐한다. 당장이라도 원수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릴 듯한 기세다. 그런데 이 무사, 대체 누구에게 무엇을 복수할 생각일까? 다리아코어 검법의 창시자이자 디지코어 교단 제일로 손꼽히는 무사 제인 리무버는 스스로를 Revengeseekerz, 복수를 찾는 자라고 소개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복수할 대상을 찾는 게 아니라 복수 그 자체를 찾고 있다니. 어쩌면 이 무사, 복수할 대상이 딱히 없는 건 아닐까?

“그런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면 정답이다. 이 복수는 결코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다. 그 대신, <Revengeseekerz>에는 복수라는 감정이 가지는 압도적 크기의 우선도와 주체 불가의 아드레날린이 존재할 뿐이다. 이는 일종의 방향 없는 분출이요, 파괴의 에너지만이 존재하는 순수한 폭발의 순간이다.

이 시점에서 제인 리무버의 칼질은 폭력 행위가 아닌 일종의 검무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검이 가진 에너지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검무, ‘Dancing with your eyes closed’는 이러한 맥락에서 작품뿐 아니라 디지코어라는 장르의 개념 그 중심에 우뚝 설 자격을 갖춘다. 그를 지금의 자리로 올려 놓은 디지코어 명검, 하이퍼팝-힙합 시류 중심을 관통하는 레이지의 칼날… 수많은 검들이 그녀의 난폭한 울부짖음과 함께 무차별적으로 흩날리니 클럽과 인터넷, 모든 관객이 전자음의 뜨거운 희열 하나로 연합한다. 과연 현 시점 디지코어라는 장르가 발산할 수 있는 보편적 에너지의 극의. 인터넷 뮤직 커뮤니티가 낳은 희대의 천재 제인 리무버는 이 4분 간의 환희로 언더그라운드 팝이 가지는 본질적 한계를 단숨에 격파해버렸다. (이승원)

2025 해외 올해의 노래 image5

7. PinkPantheress (핑크팬서리스) - Stateside

아이스 스파이스와 함께한 ‘Boy's a liar Pt. 2’의 여흥이 온전히 가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새로운 작업물로 돌아온 핑크팬서리스. 믹스테잎 <Fancy That>의 선공개 싱글 중 하나인 ‘Stateside’는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로맨스를 그린다. “난 미국으로 갈 거야 / 오늘 밤 널 만날 수 있는 그곳으로”라 말하는 적극적인 태도는 마치 2025년 복각 ‘American Boy’(칸예 웨스트가 피쳐링한 에스텔의 곡)와도 같다. 숨 가쁜 호흡을 심어넣은 ‘Illegal’이나 “나랑 하고 싶어? 와서 말해봐.”라는 ‘Tonight’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으면서도 뭇 남심을 거머쥘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샘플링과 인터폴레이션의 사용 또한 여전하다. 첫 믹스테잎 <to hell with it>의 대표곡 'Pain'에서는 스위트 피메일 애티튜드를 샘플링했고, 직전 정규작 <Heaven knows>에서는 한국의 에프엑스와 자이언티를 빌려왔던 그다. 이번 ‘Stateside’는 아디나 하워드의 ‘Freak Like Me’ 첫 벌스 부분 멜로디를 매끄럽게 인터폴레이션한 뒤 브레이크비트를 전면에 내세워 자신의 색깔로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핑크’스럽기만 한 건 아니다. 인디 슬리즈 리바이벌의 대표 주자 더 데어가 프로듀싱에 참여하면서 2000년대 초 특유의 중성적인 섹시함과 쿨함을 더했기 때문이다. 커버 아트와 뮤직비디오 등에 콜라주와 붉은색 타탄의 색상 팔레트가 사용된 것도 핑크팬서리스라는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협력한다. 이제 이 영국 음악의 여왕은 미국으로, 2분 30초의 벽을 넘어서며 더 넓은 영토를 호령하게 됐다. (이한수)

2025 해외 올해의 노래 image6

6. Natalia Lafourcade (나탈리아 라푸르카데) - Cancionera

마리아 나탈리아 라푸르카데 실바는 어린 시절 걸 그룹 Twist 활동과 해체를 겪은 뒤, 자신의 이름을 내걸며 솔로 이력을 시작했다. 이후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 낸 정규 5집 <Hasta la Raíz>를 통해 아이돌 출신에서 라틴 그래미의 주인공이자 멕시코의 팝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의 주제가 ‘Remember Me’에 참여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던 그가 다시금 이목을 집중시킨 건 2022년 정규 11집 <De todas las flores>였다. 미국 시장이 <Un verano sin ti>와 <Motomami>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며 라틴 음악에 주목할 때, 이미 Musas 연작(<Musas Vol. 1>, <Musas Vol. 2>)으로 라틴 음악의 뿌리(Raíz)를 탐구하고 있었던 그녀의 노력이 라틴 재즈라는 모습으로 때마침 꽃피웠기 때문이다.

‘Cancionera’는 보다 라틴 음악에 집중한다. 이 차벨라 바르가스를 연상시키는 란체라 스타일 발라드는 우선 단출한 악기 구성으로 독백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1:48초 경부터 본격적으로 재즈 피아노와 현악기를 맞이해 스스로를 애수에 젖은 춤곡으로 승화시킨다. 전작처럼 아날로그 테이프 레코딩을 고수했고 이번에는 원 테이크 방식으로까지 녹음했다는 후일담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러운 결과물이다. 고향 베라크루스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담아낸 <Cancionera>, 그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이 자전극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음유시인의 페르소나 ‘La Cancionera’가 보여준 뿌리와 내면의 깊이는 실로 그의 인생 그 자체다. (이한수)

2025 해외 올해의 노래 image7

5. Oklou (오케이루) - blade bird

Hegoak ebaki banizkio nerea izango zen (내가 그 날개를 잘랐더라면 나의 것이 되었을 텐데),
ez zuen alde egingo (날아가지 않았을 텐데).
Bainan, honela ez zen gehiago txoria izango (하지만, 그랬다면 더 이상 새가 아니었을 텐데).
Bainan, honela ez zen gehiago txoria izango
eta nik... txoria nuen maite (그리고 나는... 새를 사랑했으니까.)

Txoria txori (Joxean Artze)

가족 간의 다툼, 연인과의 갈등, 그리고 이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랑에 실패하는가. 왜 사랑은 일순간 날카롭게 변모하여 상대방과 나, 우리의 사랑을 난도질하는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자행하는가. 하이퍼팝 진영의 가장 섬세한 시인 오케이루는 바스크의 저명한 시 <Txoria txori>(새는 새)를 인용하며 우리의 사랑과 이기심, 소유욕적 환상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우리를 무너뜨리는지에 대한 섬세한 우화를 선보인다.

사랑하는 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로 결심한 그녀의 선택은 마냥 새장이 되어 새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하늘 위에 포근한 구름이 되어 그녀가 사랑하는 새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이다. 언제 어떻게 안아줘야 할 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여전히 그 마음 속 깊숙이에는 두려움과 불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끌어안기를 택하는 오케이루의 이 성숙한 결론은 사랑이라는 것이 그 상대방과 나의 불확정성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것임을 상기시키며 예상치 못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취약한 감정에 대한 성숙한 탐구와 섬세한 스토리텔링, 정밀한 연주가 결합한 올해 가장 인상적인 러브송 중 하나인 ‘blade bird’는 바로 지금도, 어쩌면 영원히 “우리는 모두 구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 것이다. (이승원)

2025 해외 올해의 노래 image8

4. Geese (기스) - Taxes

납세를 거부하는 남자의 독백은 죄악을 특혜처럼, 순교를 고문처럼 묘사한다. 그리고 의사를 부르는 목소리와 스스로를 치유하라는 선문답 같은 조언과 자기 파괴를 암시하는 말이 이어지며 치료를 거부하는 광경을 펼친다. 이 병적인 순간은 환희에 가까운 음색으로 표현되어 더 혼란스럽다. 풍자와 아이러니로 지은 부조리극. 고전적인 선악의 분간이 뒤틀리고 충만한 죽음이 매번 지불하는 삶보다 낫다는 냉소. 이런 마당에 환자는 내가 아니라 세계다. 그러니 남자는 부조리극에 딱 들어맞는 성가심, 분노, 우스꽝스러움 사이의 기분에서 윽박지른다. 자신조차 돌보지 못하는 돌팔이에게는 진료비를 내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데뷔 직후부터 능란한 밴드 사운드를 보여주던 기스는 보컬 카메론 윈터의 솔로 앨범 <Heavy Metal>을 통해 평단의 극찬과 함께 특이점을 맞이했다. <Gettig Killed>의 리드 싱글로 선봉장 역을 맡은 ‘Taxes’는 프리키한 보컬에 힘입어 고전적인 뉘앙스보다 얼터너티브한 감성을 장착하는 변화를 감수했다. 건반과 동시에 맞이하는 곡의 전환부처럼 이례적인 만큼 도약 또한 환상적이었다. 텅 빈 거리나 지하에서 공연하고, 서로 물어뜯는 광란 앞에서 태연하게 연주하는 뮤직비디오 속 밴드의 모습처럼 곡에는 양가적 감상이 도사린다. 욕심처럼 끊임없고 불같이 일렁이는 열정, 그 열정의 증발을 내려보는 관찰자의 차분한 눈. 몰아치는 온도차 공격에 정신을 반쯤 잃은 우리에게 기스는 무심코 록의 위대한 순간들이 미처 끝나지 않았음을 신봉하게 한다. (권도엽)

2025 해외 올해의 노래 image9

3. caroline (캐롤라인) - Total euphoria

싱크홀과 같다. 우리는 살면서 언제든 이별할 수 있으니 상심하지 말자는 어느 배우의 말처럼, 관계의 단절은 늘 그렇게 갑작스레 들이닥친다. 도입부부터 드럼과 보컬, 기타가 제각각 다른 곳을 응시하며 내뱉는 불협화음은 마음을 포개는 대신 각자의 방향을 향해 흩어지는 팔로우 기반의 인간관계를 닮았다. “네가 허락한다면 나도 그들을 들이겠다”라는 가사는 피상적인 연대를 승인하는 맞팔로우 버튼처럼 가볍고, “우리가 서로를 떠난 방식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던가?”라는 물음은 소리 소문 없이 눌리는 언팔로우, 혹은 ‘나락’이라는 이름으로 지워지는 한때의 친밀함을 떠올리게 한다. 이별은 요란한 통보 대신 조용하고도 확실하게 발생한다. 2분 48초경 터져 나오는 노이즈의 폭발 이후에도 덤덤히 노래를 이어가는 캐롤라인의 목소리처럼, 우리 역시 회피적인 이별을 거듭하며 오늘을 버틴다.

일상과 우정이 한순간에 침식당할 수 있다는 불안. 발밑에 숨겨진 거대한 어둠 위를 걷는 유일한 방식은 상처를 끌어안고 자신을 다독이는 일뿐이다. “난 괜찮아(I have been alright)”라는 괄호 속 문장을 되뇌지만, 반복할수록 괜찮지 않은 자신만 선명해진다. 대수롭지 않다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고, 애초에 소외되어 있었다며 합리화해 봐도 진정한 유포리아는 요원하다. 어쩌면 이별을 필사적으로 외면하는 상태가 우리 시대의 유일한 이상향일지도 모르겠다. 끝내 닿지 않을 “네가 잘 지내길 바라”라는 말을 속으로만 삼키며 부유하는 것. 우리는 마음 한구석에 구멍 하나씩을 품은 채 살아간다. 정치와 젠더, 가치관의 변수 속에서 언제든 갈라설 준비가 된 세계를, 이 곡은 단 하나의 전복적인 사운드로 꿰뚫는다. (이예진)

2025 해외 올해의 노래 image10

2. Ninajirachi (니나지라치) - Fuck My Computer

컴퓨터와 맺는 관계가 깊어진 2025년, 사적인 질문을 친구가 아닌 인공지능에게 건네는 풍경은 일상이 되었다. 소통의 축이 인간에서 비인간으로 급격히 기우는 시대, 1999년생 호주 DJ 니나지라치는 고독과 집착을 싱글 하나에 응축한다. “I wanna fuck my computer.” 비인간 존재를 향해 ‘Fuck’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발화는 외설보다 순수한 합일 갈망에 가깝다. 뇌와 소프트웨어가 완전히 동기화되길 바라는 욕구가 날카로운 언어로 분출된 결과다.

사운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충돌하는 전자적 파열음에서 출발해 분절된 샘플링과 글리치로 치닫는다. 무심한 데드팬 보컬 위로 날 선 신스가 겹겹이 쌓이며 청자를 압박하고, 둔탁한 금속성 노이즈는 집요한 비트에 길들여진다. 기계적으로 뒤틀린 소리는 역설적으로 창작자가 품은 지독한 외로움을 폭로한다. 육성을 데이터 조각으로 으깨 합성된 노이즈 속에 강제로 심는다. 이 기괴한 청각 수술을 통해 창작자와 도구가 서로를 집어삼키는 순간을 소리 물성으로 구체화한다. 결국 ‘Fuck My Computer’는 가상과 완전한 합일을 꿈꾸는 21세기식 무아지경이다. 기계는 도구를 넘어 감정을 주고받는 유일한 대상이자 자아 확장판으로 군림한다. 매끄러운 팝 형식을 의도적으로 거스르는 흐름은 시스템 오류처럼 들리지만, 파열음조차 음악으로 수용하는 순간 새로운 미학 지평이 열린다. 인류와 기술의 경계가 무너진 자리에서 피어난 차갑고도 뜨거운 찬가. (이예진)

2025 해외 올해의 노래 image11

1. Dijon (디종) - Another Baby!

그루브는 어떻게 탄생할까? 흔히 우리는, 특히 알앤비 같은 장르에서, 드럼, 베이스, 보컬 등의 질료가 서로 매끄럽게 맞물리면서 일련의 ‘그루브’가 형성되는 것이라 믿곤 한다. 이 타이밍에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그루브는 꼭 매끄러워야 할까?

흥미로운 가정을 하나 해보자. ‘그루브’라는 단어와 ‘분절’이라는 개념이 같은 문장, 같은 음악 안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보통 분절이 아닌 ‘끊임없는 분절’이 말이다. 여기 그 가정에 대한 실례가 하나 있다. <Absolutely>의 섬세한 베드룸 알앤비로 이름을 알렸던 싱어송라이터/프로듀서 디종의 두 번째 정규 앨범 <Baby>는 과연 “그루브는 매끄럽다”라는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반하며 등장한다. 드럼, 건반, 보컬 등 다양한 소스를 날카롭게 개입시켜 곡선의 그루브를 쉼없이 해체한 후, 이 산산조각난 파편들을 콜라주하듯 이어붙여 또 하나의 곡선 구조를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완성된 그루브는 어떤 연속적 곡선이 아닌 불연속적 파트의 조합이 되고, 이것이 곡선의 형태를 가장하고 있을 뿐이다.

앨범의 하이라이트인 ‘Yamaha’가 이렇게 완성된 그루브의 윤색에 집중한 명작이라면, 또다른 하이라이트로서 등장하는 2번 트랙 ‘Another Baby!’는 그 개입과 분절의 구성적 쾌감에 집중하는 걸작이다. 인트로를 채찍처럼 휘둘러 단숨에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는, 이미 완성된 선율 곳곳에 드럼이나 건반을 고압적으로 삽입하여 마치 수압 절단기처럼 그루브를 마디 단위 이하로 해체시킨다. 이렇게 산산조각난 질료들을 다시 이어붙인 결과에는 필연적으로 어떤 불연속적인 지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그 2차원의 괴리 사이에서 쾌감은 어떤 3차원의 양태로 솟아난다. 물론 그가 어떤 영감 끝에 이러한 구성을 끌어냈을지는 명확치 않다. 유출로 곤욕을 겪은 제이 폴(Jai Paul)의 창조적 파괴일 수도, 고압의 본질적 쾌감을 탐미하는 어떤 아트 팝의 습관일 수도, 저 옛날 프린스(Prince)가 보여줬던 그것의 유산일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중요한 것은 그 결과가, 현 시대 어떤 알앤비보다도 날카롭게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고, 이것이 향후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중요한 청사진이 되리라는 사실이다. (이승원)

Honorable Mention

11. The Orchestra (For Now) - Skins
12. Smerz - You got time and I got money
13. FKA twigs - Sushi
14. ROSALÍA & Björk & Yves Tumor - Berghain
15. Magdalena Bay - Second Sleep
16. Sudan Archives - DEAD
17. Olivia Dean - So Easy (To Fall In Love)
18. Psychedelic Porn Crumpets - March on for Pax Ramona
19. Jerskin Fendrix - Jerskin Fendrix Freestyle
20. Jim Legxacy - father
21. FKA twigs - Striptease
22. Tyler, the Creator - Sugar On My Tongue
23. Alex G - Afterlife
24. Maruja - Look Down On Us
25. Clipse & Kendrick Lamar - Chains & Whips
26. Mac Miller - 5 Dollar Pony Rides
27. Burial - Comafields
28. HAIM - Relationships
29. 青葉市子 (Ichiko Aoba) - COLORATURA
30. Wednesday - Wound Up Here (By Holdin On)
31. Rochelle Jordan - Doing It Too
32. Oneohtrix Point Never - Lifeworld
33. Perfume Genius - It's a Mirror
34. Mon Laferte - Mi Hombre
35. Black Country, New Road - Nancy Tries to Take the Night
36. Lady Gaga - Abracadabra
37. Darkside - S.N.C.
38. Deafheaven - Doberman
39. Nourished By Time - BABY BABY
40. McKinley Dixon - Run, Run, Run Pt. II
41. CMAT - EURO-COUNTRY
42. Japanese Breakfast - Honey Water
43. Lorde - Shapeshifter
44. Ecco2k & Bladee & Machatok - Expression On Your Face
45. Elita - Masturbating in a Coffin
46. redveil - buzzerbeater / black christmas
47. kanekoayano - 太陽を目指してる
48. Amaarae - S.M.O.
49. YHWH Nailgun - Sickle Walk
50. james K - Play
51. Bad Bunny - BAILE INoLVIDABLE
52. yeule - Evangelic Girl is a Gun
53. Blood Orange - Mind Loaded
54. aya - off to the ESSO
55. Hiromi's Sonicwonder - Yes! Ramen!!
56. betcover!! - 野猿
57. Panda Bear - Defense
58. Model/Actriz - Cinderella
59. By Storm - Double Trio
60. Viagra Boys - Man Made of Meat
61. underscores - Do It
62. glaive - We Don't Leave The House
63. JADE - Plastic Box
64. Slayyyter - BEAT UP CHANEL$
65. Tame Impala - Dracula
66. Earl Sweatshirt - TOURMALIN
67. Fred again… & Skepta & PlaqueBoyMax - Victory Lap
68. billy woods - Lead Paint Test
69. Hayley Williams - Mirtzazapine
70. 初星学園 (Hatsuboshi Gakuen) & 篠澤広 (Hiro Shinosawa) - サンフェーデッド
71. SOPHIE - GET HIGHER
72. EsDeeKid & fakemink & Rico Ace - LV Sandals
73. Silvana Estrada - Dime
74. loopcinema - MERCÚRIO
75. 小袋成明 (Nariaki) - Kagero
76. RAYE - WHERE IS MY HUSBAND!
77. Danny Brown & underscores - Copycats
78. Mei Semones - Animaru
79. clipping. - Dominator
80. macaroom - nagaame
81. Tate McRae - Sports Car
82. Ninush - The End
83. Kali Uchis - All I Can Say
84. Yung Lean & Bladee - Inferno
85. Joanne Robertson - Always Were
86. Racing Mount Pleasant - Call It Easy
87. Haruy - Sign
88. Wet Leg - catch the fists
89. 藤井風 (Fujii Kaze) - Casket Girl
90. e5 & 原口佐輔 (Sasuke Haraguchi) - 地獄先生
91. deftones - milk of the madonna
92. Raveena - Sun Don't Leave Me
93. Peterparker69 & 野田洋次郎 (Yojiro Noda) - Hey phone
94. Gingerbee - Samba do Nosso Céu
95. XG - GALA
96. no na - Superstitious
97. KATSEYE - Gnarly
98. ISSBROKIE & femtanyl - NASTYWERKKKK!
99. f5ve - リア女
100. AiScReam - 愛♡スクリ〜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