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베이비돌과 인피니티 클럽 일대에서 열린 패치룸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페스티벌을 꾸린 세 사람이 이번에는 칩 포스트 갱으로 첫 정규 앨범 <우리가우리라고부르는것들>을 내놓았다. 숨 가쁜 시간을 지나온 지금, 세 사람의 소감을 묻고 싶었다.
‘Caveman noise rock band’를 자청하며 EP에서 동굴 속 충돌과 폭발을 그렸던 이들은, 이번 앨범에서 ‘우리’라는 더 넓은 질문으로 나아간다. 같은 가치를 품고 살아가는 가까운 이들에서 시작한 우리는 나와 다르더라도 제 원칙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한순간 같은 가치를 나눈 이들에게까지 넓어진다. overtone은 이번 인터뷰에서 앨범의 여러 가지 키워드와 의미, 그리고 패치룸과 DIY 활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인터뷰를 읽는 시간 당신도 ‘우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날짜: 2026년 9월 21일
방식: 서면 인터뷰
진행: 이한수

1.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상욱: 안녕하세요, 칩 포스트 갱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오상욱 입니다.
션: 칩 포스트 갱에서 드럼을 치고 있는 션입니다.
지수민: 베이스를 치고 있는 지수민입니다.
2.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입니다. 베이스 수민 님이 밴드 멤버를 모집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리듬 기타 없이 현재의 구성으로 자리 잡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상욱: 넷은 너무 많고 둘은 너무 적습니다. CB MASS 같은 거죠.
3. 정규 1집 <우리가우리라고부르는것들> 발매 축하드립니다. 우선 각 멤버 분께 이번 앨범을 한 줄로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상욱: 어떻게,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
션: 종이 한 장 차이로 나뉘는 ‘우리’의 모습이 현재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에 대한 대답.
지수민: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화.
4. 발매 직전 패치룸 페스티벌과 병행하느라 많이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공연과 앨범 발매가 무사히 끝난 지금 소감이 궁금합니다.
상욱: 바쁘고 긴장되는 순간들이었지만 그것들이 어떤 임계점을 넘어버리니까 다 전부 지나가 버린 꿈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행사는 워낙 바빠서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웃음)
션: 이하동문입니다. 다만 저는 릴리 잇 머신의 앨범이 10월 27일 발매 예정이라 그거 관련해서 많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뭔가가 끝나지 않은 느낌입니다.
지수민: 이거 동시에 하자고 한 사람 누구야?
5. 첫 번째 정규 앨범은 대체로 의미가 큽니다. 멤버분들은 이번 앨범 작업에서 특별히 해 보고 싶었던 게 있으셨을까요?
상욱: EP 이후 자유즉흥연주/프리재즈에 빠져 있었는데, 그런 분야의 연주자들이 연주에 임하는 태도와 정신, 철학 등을 많이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나름의 연주 체계와 연주론을 쌓아 올리고 1집에서 그걸 새로운 도구로서 활용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션: 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저는 주로 칩포갱 음악에서 송라이팅을 할 때 구조 짜는 것을 주로 담당하게 되는데 이번엔 6박도 넣어보고 3박도 넣어보고 그런 뻔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지수민: 하나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비주얼라이즈부터 시작한 앨범 컨셉 구상도 같은 맥락이었고요. 연주뿐만 아니라 앨범을 구성하는 요소요소가 하나의 흐름으로 합쳐져서 해상도 높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6. EP 발매 시점엔 ‘동굴’이 하나의 키워드였습니다. 이번엔 ‘우리’인 것 같아요. 멤버들에게 ‘우리’란 무엇이고 어디까지인가요?
상욱: 늘 어려운 질문입니다. 가장 간단하게는 우리와 같은 종류의 가치를 품고 있고 또 그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일 것 같구요, 좀 더 넓게는 나와 다르더라도 스스로의 원칙과 기준이 뚜렷하고 정합성을 갖고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며 일관된 태도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션: 아까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는데, 어떤 가치관이나 신념을 가지고 있냐에 따라 ‘우리’의 기준이 넓을 수도, 한없이 좁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와 원수들’이 그런 맥락에서 붙여진 제목이기도 하고요. 믿고 있는 것이 같다면 언제든 우리가 될 수도 있고, 그 안에서 다른 담론들과 생각들이 부딪히면 원수가 될 수도 있죠.
지수민: 같은 순간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입니다. 가변적이고 느슨한 순간을 공유하는 찰나의 ‘우리’들도 우리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7. 전작에 SHISHAMO를 향한 샤라웃이 있었다면(?) 본작엔 우희준, 피치트럭하이재커스 등 조금 더 근거리의 동료를 향한 샤라웃이 들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샤라웃이 이어질까요? 혹시 마음속에 두고 있는 동료가 있을까요?
상욱: SHISHAMO는 사실 그 이후에 은퇴해버리셔서…제가 굉장히 좋아하긴 했습니다. 특별히 곡으로 옮기지 않더라도 영향을 받고 마음속에 두고 있는 동료들은 늘 많습니다. 그래도 요즘 가장 마음에 걸리고 또 저한테 인상 깊은 동료 뮤지션/밴드는 올드 잉글리쉬 쉽독의 송그루 씨와 밴드 원형이 아닐지…
션: 사실 ‘Long Summer’같은 경우에는 희준 씨를 샤라웃해야겠다! 라고 해서 만들어진 곡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뮤지션입니다. 다만, 피치트럭하이재커스, 소음발광 전 베이스 김성빈 군, 핀 피오르/파란노을의 세션 드러머이자 스테고의 드러머 강영조 군 등 친구들에게서 영향을 받고 그 친구들을 샤랴웃하고 싶은 마음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사실 SHISHAMO는 샤라웃보다는 드럼 라인을 훔친 거에 가깝긴 한데…
지수민: 이 곡은 누구를 생각하며 만들었고 이 곡은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고… 등등을 특정히 밝힌 곡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곡도 있는데, 그게 누군가에게 영향받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항상 동료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태도에 많은 영향을 받고 그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복합적으로 음악에 녹아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8. ‘번개’도 또 하나의 키워드인 것 같습니다. 일본어로 번개를 의미하는 ‘INAZUMA’가 멜론에 의하면 타이틀 곡이고, 가사도 있죠! 앨범 커버도 번개 맞은 사람의 등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상욱: 황석영 작가께서 어느 글에서 ‘벼락이 치면 온 세상이 어둠 속에서 순간 모습을 드러내듯 깨달음이나 문학도 그런 것이다’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저에게는 그 이미지를 갖고 온 곡입니다. 믿음과 신념을 품고 바라는 형태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션: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 <번개>에서 제목을 따 왔습니다. 멤버마다 번개라는 심상에서 느끼는 것들이 다르겠지만, 저는 5~60년대 일본의 밤과 낮을 떠올리며 곡을 만들었습니다. 맨 마지막의 스윙 리듬이 그래서 들어간 것도 있구요.
지수민: 커버의 요소 “번개 맞은” “등"을 한 번에 간파당한 건 처음입니다. 접촉과 영향, 충돌과 상흔이 어떻게 닮아있는지 생각하며 들으면 더 재미있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9. 이번에도 AFM Laboratory와 작업했고 여전히 날것의 느낌을 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다 정제된 소리를 들려줍니다. 앨범의 사운드를 만들면서 어떤 고민을 하셨을지가 궁금합니다.
상욱: 사실 연주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의미로는 EP보다 더 ‘날 것’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노이즈와 불협음을 다뤘고, 그걸 만드는 페달도 훨씬 컴팩트하게 사용했어요. 연주의 다이나믹 역시 페달을 켜고 끄는 행위로만 소리의 단차를 만들지 않고 터치의 강약 조절과 연주 중 기타 자체의 볼륨 노브를 조절하는 방식을 통해 아날로그하게 만들었구요. 이 음반이 EP보다 정제된 소리로 들리셨다면 저희가 저희의 무기였던 굉음과 노이즈를 다루는 데 익숙해지고, 이 음반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녹음 이전에 충분한 고민이 있어서 그랬을 것 같습니다. 철 들었다는 이야기처럼 들리네요.
션: 일단 드럼 마이킹을 다르게 했고, 스네어 톤도 조금 다르게 쳤습니다. 그거 말고는 딱히 고민한 게 없는데 다 AFM 분들이 잘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수민: (제가 연주한 베이스에 한해서는) 역할에 대해서 더 고민했습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의 악기, 수단으로서의 사운드에 집중하고 특히 제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대해 오래 생각했습니다. 그게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10. ‘용산’은 거주지에서 밀려나는 경험을 담은 트랙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배경에 그런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곡 자체에서는 그런 텍스트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션: 저는 제목이 주는 힘을 믿습니다. 그래서 가사가 없더라도 제목을 보고 연상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곡을 쓰려고 합니다. 청자분들 중에서도 포크레인 소리같이 전진하는 킥 소리가 인상 깊었다는 분들도 계시고, 저희의 부가 설명이 있어야 ‘아 그렇구나’라고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이제 저희의 손을 떠났으니 그 문제는 저희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욱: 같은 의견입니다. 물론 작곡 단계에서 직접적으로 이 곡의 뿌리는 용산 철거민 투쟁에서 왔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샘플링을 넣는다거나 보컬을 얹는 등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있긴 했는데, 르포의 형태로 이 곡이 전달되길 바란 만큼 그런 직접적인 방식들이 음악적으로 좋은 접근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것도 있구요.
지수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든 그 이유입니다.
11. 록, 펑크, 노이즈, 하드코어 같은 장르 이름으로 지금까지의 칩 포스트 갱을 설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혹시 향후에는 이 바운더리를 더 넓힐 의향이 있으신가요?
션: 그러기엔 저희가 너무 연주를 못합니다.
상욱: 뭐, 역사적으로 수많은 밴드가 그러했듯 자연스럽게 넓어지긴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넓어진 모습에 음악적인 내실이 있어야 한다는 거구요.
지수민: 하고 싶어진다면! 그럴 이유만 있다면 어떤 형태든 취할 수 있어요.
12. ‘즉흥성’이 앞서는 음악을 하고 계시는데, 곡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도 궁금합니다.
션: 말 그대로입니다. 잼을 하면서 곡을 만드는 편인데, 뭔가 좋게 들린다 싶으면 녹음기를 켜서 녹음하고 방금 했던 테이크를 복기하면서 곡의 물렁했던 구조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드는 편이고요. 보통 수민이의 베이스 리프로 시작하지만, 상욱이의 기타나 저의 드럼으로 시작하기도 합니다.
상욱: 저 개인으로는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관습에 기댄 연주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즉흥성과 확장성이 주된 요소인 음악을 하는 만큼 늘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수민: 잼을 하면서 곡을 만들게 시작하지만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이 곡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가 정해질 때입니다. 이게 정해지고 우리가 같은 이야기를 공유할 때가 곡이 선명하게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13. 3인조 밴드이고 각 악기가 선명하게 들리다 보니 실수하면 티가 확 날 것 같습니다. 이런 게 무섭지는 않으신가요?
션: 하도 많이 해서 이젠 뻔뻔해지기로 했습니다. 들리셨다면 축하합니다.
상욱: 결과를 성공과 실패로 가르지 않는 음악을 만들어 놓고 그런 걸 무서워하는 건 좀 우스운 일이죠.
지수민: 저는 실수 안해요

14. 아티스트 콜렉티브로서 패치룸 활동도 병행하고 계십니다. 잡지, 공연,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오셨는데, 향후 해 보고 싶은 것들이 더 있을까요?
상욱: 아티스트 콜렉티브라는 말이 너무 깍쟁이 같아서 피하려고 그렇게 노력해왔건만 결국 이렇게 불리는 날이 와 버리는군요. 패치룸 이름으로 오프라인 레코드 가게를 낼 생각이구요, 가게 안에서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소량으로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구조를 그리고 있습니다. 패치룸에서는 제가 존재하지 않는 음반을 리뷰하는 [FAKE PRODUCT]라는 코너를 연재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다룬 존재하지 않는 음악을 다른 아티스트들과 모여 한 곡 정도씩 진짜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션: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데, 21세기 ¼ underrated album list라고, 100대 명반 등 어느 리스트에도 꼽히지 못했지만 자기는 너무 좋아하는 그런 앨범들을 주변 뮤지션들한테서 리스트를 받고, 취합해서 그에 관한 잡지를 만드는 걸 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아카이빙 프로젝트가 왕왕 있었는데, 웹진 키드로써 이런 걸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습니다.
지수민: 특별히 생각해 놓은 방향은 없지만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이벤트들을 더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직접 방문해 만지고, 듣고, 경험할 수 있는 그런 활동들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15. 이번 패치룸 페스티벌은 베이비돌과 인피니티 클럽 등을 포함해 신촌 일대에서 진행됐습니다. 칩 포스트 갱에게 신촌은 어떤 공간인가요?
션: 딱히 의미를 두고 있진 않는데, 이제는 너무 익숙한 공간입니다. 제가 신촌에 잠깐 살았기도 했었고, 릴리 잇 머신 멤버들 중에 연세대 인원들이 좀 있어서 그 근방에 자주 가기도 했습니다. 아직 뭔가 집이라고 하기에는 신촌은 너무 넓고, 베이비돌이나 인피니티클럽 정도를 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상욱: 헌팅포차, 990원 생맥주, 오락실, 홀덤펍…션이 말한 대로 신촌 전부가 집이라기에는 너무 넓고 ‘우리’가 아닌 것들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또 서초나 강남 가서 헤매다 보면 신촌의 하수구 냄새들이 그리워진다는 점에서 이 모든 요소에 알게 모르게 정이 든 것 같긴 합니다.
지수민: 어떤 요소만을 취사선택할 수 없고 싫은 부분과 좋은 부분, 이상한 부분이 기묘하게 혼재된 곳입니다. 최근 신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위문화 이벤트나 언더그라운드 무브먼트는 확실히 기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뻔한 거리에서 낯선, 어쩌면 한참 전부터 웅크리고 있었을 무언가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광경을 보는 게 재밌습니다.
16. 내년 패치룸 페스티벌 2회는 없다고, 계속해서 많은 분의 도움에 기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분명 있을 텐데, 지속 가능한 DIY를 위해서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상욱: 해야 할 것들을 합니다. 지금 있어야 할 것, 지금 필요한 것들을 합니다. 패치룸 페스티벌을 열 때에도 주변에서 그거 큰 의미 없다고 많이들 말렸고, 앞서 말씀드린 패치룸 가게를 내겠다는 의견도 많이들 뜯어말리고 있지만, 내가 움직여서 뭐라도 생겨날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그냥 하려고 합니다. 거대 자본이 덮쳐오면 박살 나는 건 다 똑같지만 그렇다고 어차피 망하니까 한 발 물러나서 팔짱 끼고 냉소만 하는 건 비겁하고 재밌지도 않잖아요.
션: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딱히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해결하거나 어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그것으로 파훼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해왔는데 앞으로도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는 늘 있었고 그것이 미래에 갑자기 없어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지수민: 내가 뭔가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필요한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17. 어떤 문화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션: 누군가가 문화를 만드는 것은 너무 멋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면 어떤 문화가 생겨나지 않을까요?
상욱: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 문화고 태도이기 때문에 제 속에서 그걸 정형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사랑하는 일이 있으면 직접 하는 문화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는 마음 정도는 가지고 있습니다.
지수민: 서로서로 인사하는 문화.
18. 다시 칩 포스트 갱으로 돌아와서, 후배 음악가분들께 무엇을 보여주고/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상욱: 후배? 벌써요?
션: 보통 후배들한테 뭘 보여주려고 하는 선배들이 대부분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희는 그냥 안 보여주려고 합니다.
지수민: 예술활동증명 신청은 음악저작권협회 신탁자등록을 할 시 더욱 수월합니다.
19. ‘Caveman noise rock band’를 자청하고 있는 칩 포스트 갱은 지금도 여전히 동굴 속에 있나요? 아니면 밖으로 나왔을까요? (만약 속에 있다면, ‘우리’는 동굴 속에 있나요?)
션: 동굴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굴에 살고 싶지는 않았죠 저희도. 편견이나 무지, 아니꼽게 보는 눈초리 등 때문에 여기까지 어찌저찌 밀려난 것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뭐 여기가 싫은 건 아닙니다. 동굴 되게 넓고 박쥐도 있고 종유석도 멋있고 물도 많으니까 여기서 초음파 뿜으면서 더 재밌게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밖에 살려면 또 삽니다.
지수민: 들락날락합니다. EP에서 순간적 에너지, 충돌, 폭발같은 키워드로 스스로를 설명했다면 1집에서는 나와 타인이 ‘우리’라는 범위 아래 확장됩니다. 동굴은 여전히 ‘우리’에 속해있는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우리’에게 충분한 공간을 내어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동굴 벽에 비친 우상이 ‘우리’의 그림자 일부라는 것을 아는 이상 동굴에 매여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상욱: 올해 밖에도 많이 나가봤는데 역시 동굴이 편해요.
20.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메시지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상욱: 음악 많이 들으시고 공연장 많이 찾아 주세요. 밴드도 많이 하시면 좋겠습니다.
션: 릴리 잇 머신 텀블벅 후원해 주세요.
지수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칩 포스트 갱 정규 1집 [우리가우리라고부르는것들] 쇼케이스
날짜: 2026.10.03 (토)
장소: @모래내극락
출연: 칩 포스트 갱, 복숭아를 던져라
상세: https://booking.naver.com/booking/6/bizes/883104/items/8059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