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나고야의 떠오르는 신예, 밴드 Trooper Salute 인터뷰

by overt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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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EP와 연이은 싱글 ‘천사예요’(天使ちゃんだよ)에서 보여준 팝적인 센스로 단숨에 올해 후지 록 페스티벌 루키 스테이지에 이름을 올린 Trooper Salute. 지난 7월에 발표한 ‘불치’(不治)에서는 정반대의 얼터너티브한 면모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예고하며 더욱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overtone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나고야 출신 인디 밴드 팬의 시선에서 이야기하는 나고야와 인디 음악 씬, 영감을 받은 아티스트, 음악과 무대에 임하는 태도 등을 알 수 있었다. 본 글이 이들의 음악에 보다 빠져드는 계기가 되어 한층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날짜: 2025년 10월 2일
방식: 서면 인터뷰 (일본어)
진행: 이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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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신 와중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귀중한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밴드 소개 부탁드립니다.

Trooper Salute라고 합니다. 2022년 대학교 밴드부에서 결성해, 2024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라이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첫 EP <Trooper Salute>를 릴리즈했고 2025년에는 <모리, 미치, 이치바 2025>(森、道、市場2025), <FUJI ROCK FESTIVAL ’25 ROOKIE A GO-GO>, <SPACE SHOWER SWEET LOVE SHOWER 2025> 등 일본 내의 록 페스티벌에도 출연했습니다.

Trooper Salute라는 밴드명의 유래가 궁금합니다.

코미야(小宮, Key.): Jay Bocook의 ‘Trooper Salute’라는 곡에서 따왔습니다. 마칭 밴드 곡이에요.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에서 마칭 활동을 통해 알게 된 곡으로 정말 멋있고 제목 글자 모양도 마음에 들어서, 당시부터 ‘만약 밴드를 만들면 무조건 이 이름으로 해야지!’ 하고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같은 의미에서 ‘론 산겐’(ロン三元) 씨의 이름의 유래도 여쭙고 싶습니다.

론 산겐(ロン三元, Ba.): 입학 시에 선배가 별명을 지어주는 대학 전통이 있는데, “마작을 좋아합니다” 하고 말씀드렸더니 마작 요소 + 어감으로 ‘론 산겐’(ロン三元)이라고 지어주셨습니다. 전적으로 그 선배의 센스에요.

앨범이나 굿즈의 일러스트는 무사시(ムサシ) 씨가 그리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밴드 로고나 포스터 디자인 같은 부분도 혹시 담당하고 계신 건가요? 일러스트도 디자인도 매번 정말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사시(ムサシ, Vo.): 앨범 커버나 굿즈 일러스트는 제가 그리고 있지만, 로고나 포스터 디자인은 약해서 주로 친구한테 부탁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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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아이치현이라고 하면 일본의 3대 도시로 불릴 만큼 큰 도시지만, 한국에서는 도쿄나 오사카에 비해서 낯선 곳이기도 합니다. 도요타라든지 IVE의 레이 씨 정도라면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Trooper Salute는 나고야 출신임을 내세우는 밴드라고 생각해서 가볍게 질문드립니다. 나고야는 어떤 곳인가요?

코미야: 차를 많이 만드는데도 다들 운전이 험합니다. 불법 주차가 많아서 왼쪽 차선으로 다닐 수가 없어요.

음악적으로는 도쿄와 비슷할 정도로 다양함이 받아들여지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라이브 하우스마다 (장르, 분위기의) 구분이 확실하게 돼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올해 4월 나고야의 Zepp와 CLUB QUATTRO에서 라이브를 보고 왔습니다. 이런 큰 규모의 공연장이라면 다른 도시에도 있으니 낯설지 않지만, 작은 규모의 장소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나고야의 라이브 하우스 중에서 직접 서 보셨던 곳이나 소개해 주고 싶은 곳이 있을까요?

코미야: 자주 활동하는 곳은 우선 stiffslack이에요. 레코드 샵에 라이브 하우스가 같이 있어서 얼터너티브, 포스트 록, 하드코어, 일렉트로니카를 생업으로 하는 밴드가 다수 출연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도카이 지역의 젊은 밴드 육성에 힘을 쓰고 있는 인상이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KD하폰(KDハポン). 고가도로 아래에 있는 라이브 스페이스로 수용 인원 80명 정도의 작은 규모지만, 현 바깥에서도 유명한 밴드가 라이브 하러 오기도 하는, 나고야에서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베뉴입니다. 음식 메뉴도 풍부한데 카레나 가파오라이스가 정말 맛있습니다. 꼭 방문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CLUB QUATTRO 공연 전, 아래층에 있는 TOWER RECORDS에서 구경하다가 Trooper Salute의 음반이 잘 보이게 진열된 걸 봤습니다. 딱 한 장이 남아 있어서 얼른 구매해 버렸습니다. (웃음) 큰 음반샵에서도 주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얼마 전에는 후지 록 페스티벌에도 출연하셨잖아요? 한국에서도 가끔 Trooper Salute의 이름을 발견하곤 합니다. 최근 늘어난 인기에 대해서는 좀 체감하고 계신가요?

코미야: 조금씩 실감하고 있습니다. 막 활동을 시작한 작년과 비교하면 라이브에 와 주시는 분들이나 스트리밍 리스너 수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에… 이따끔 Instagram이나 X의 DM으로 해외 리스너 분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십니다. 전부 답장하지 못해 면목 없습니다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커버 밴드를 해 주시는 학생분들이 늘어서, 저희도 평소에는 커버 연주를 하기 때문에 정말 기쁩니다.

J-POP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이치현 출신 밴드 중에서 SPYAIR나 04 Limited Sazabys, 스키마스위치(スキマスイッチ), 녹황색사회(緑黄色社会) 같은 이름을 알고 계실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막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밴드를 아는 건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9월 28일 개최되는 <THE WORLD IS YOURS 2025>에 함께하는 밴드 토케나이 나마에(溶けない名前)가 나고야 출신인 걸로 알고 있고, Trooper Salute 기획 공연 <ENCOUNT Vol.1>에서 같이 공연하는 엠푸테이(えんぷてい)도 나고야 출신이네요. <ENCOUNT>를 통해서도 점점 더 알아갈 수 있겠지만, 지금 알려주실 수 있는 나고야의 동료 밴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코미야: 이번에 자체 기획 라이브 나고야 편에서 함께 공연하는 QOOPIE나 스즈키 미키코즈(鈴木実貴子ズ), 그리고 개인적으로 EASTOKLAB는 이미 나고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각 씬에서 주춧돌 역할을 하는 밴드라고 생각해서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필청입니다.

그리고 모쿠교진(木魚人), 와타쿠시(ワタクシ), 우와키나 봐카(浮気なヴァカ)는 앞으로 반드시 어딘가에서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지금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NCOUNT>가 나고야와 도쿄의 2 도시에서 전개되는 것도 그렇고, 도쿄 활동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8월에는 RAY의 우치야마 씨가 주최하는 <tie in reaction vol.11>에 RAY, TØGARÜ와 함께 서셨는데, 정말 가고 싶었습니다. (웃음) 이런 활동 덕에 지역성에 갇히는 게 아니라 Khaki나 cephalo, 유레루와 유레(揺れるは幽霊)처럼 동시대 일본의 밴드들과 씬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분들께 아이디어를 얻거나 배우는 점이 있을까요?

코미야: 엄청 많습니다. 저부터가 현재 인디 씬의 팬이라 절차탁마하는 라이벌 의식이 별로 없어요. 정말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만인에게 열려 있어야 하고 개인의 생각대로 개량하거나 편곡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멋진 기법은 시의적절하게 채용하고, 오마주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다만 베꼈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세심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역으로 저희를 의식해서 가사를 썼다거나 사운드 메이킹을 했다는 이야기도 가끔 듣는데, 무척이나 기뻐요.

대학에서 결성한 밴드인데, 혹시 학교는 다들 졸업하신 건가요? 아니라면, 공연을 위해 여러 지역을 방문하는 데에 힘드신 건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코미야: 론 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학교 4학년입니다. 매일 수업이 있는 게 아니라서, 오히려 학생 쪽이 다른 지역에 가기 편한 환경이에요.

cover image of Trooper Salute <Trooper Salute>
Trooper Salute <Trooper Salute>EIGHT BEATER

첫 EP <Trooper Salute> 이야기로 넘어가 보려 합니다. 셀프타이틀 음반으로 하신 이유를 여쭙고 싶습니다.

코미야: 처음에는 다른 제목으로 하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워낙 갈리는 바람에 중재안으로 셀프 타이틀이 돼 버렸습니다.

곡 작업은 코미야 씨가 기초를 세우고 나머지 멤버들의 편곡이 더해져서 완성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코미야 씨가 공유해 주신 Spotify 플레이리스트 <1stEP リファレンス>에서 느꼈던 건 전반적으로 사운드에서는 재즈의 영향이, 가사에서는 상대성이론의 영향이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이 2가지 만으로 정리하기는 어렵겠지만요. 이건 코미야 씨의 취향인가요, 아니면 밴드 전체의 취향일까요?

코미야: 완전히 제 취향입니다. 재즈 그 자체보다는, 재즈나 클래식에 영향받은 아티스트의 사운드를 좋아해요. 편곡이 단조롭지 않기도 하고, 요즘엔 신시사이저 같은 걸로 간단하게 독특한 소리를 넣을 수도 있잖아요? 복잡하면서도 너무 화려하지 않은 느낌이 좋아요. 가사는 상대성이론도 정말 좋아하지만, 일본어 랩에서도 조금 영향받고 있습니다. 라임을 위해서만 쓴 가사를 좋아하거든요. 뜻은 자연스럽지 않더라도 가사를 뱉으면 느낌이 좋고, 반복해서 들으면 왠지 깊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들려오는. ICE BAHN의 가사와 씨름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보컬의 무사시 씨, 베이스의 론 산겐 씨, 드럼의 우메무라 씨, 기타의 이와이 씨는 곡을 완성할 때 ‘이런 요소를 넣고 싶다’거나 ‘이런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 하는 게 있을까요?

무사시: 들으면서 불쾌감을 주는 목소리가 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론 산겐: 귀에 맴도는 베이스라인이라든지, 감정이 실리는 베이스라인이 될 수 있도록 의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어떻게 코드 감을 낼지를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메무라: 노래나 기타, 키보드의 멜로디와 유니즌 하는 프레이즈를 만드는 걸 의식하고 있습니다. 멋있잖아요.

이와이: 배킹으로 받쳐주는 역할이 많지만, 곳곳에 노래할 수 있을 듯한 프레이즈를 집어넣고 싶다고 생각하며 치고 있습니다.

첫 트랙은 ‘차가운 머메이드’입니다. ‘무임승차(キセル乗車)해서 해안으로 떠올라’라는 가사가 너무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뉘앙스인지 감을 못 잡았는데, 파도에 올라타서 상륙하는 모습을 머리로 그릴 수 있게 되고부터는 이렇게까지 재치 있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신 건가요?

코미야: ‘차가운 머메이드’(冷たいマーメイド)라는 말을 생각해 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린 건 여자아이가 해상 열차에 타고 있는 정경이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는 바다와 열차를 엮어낸 장면이 많다고 생각해요. <원피스>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데서 무의식적으로 영향 받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이 곡이 5분 22초나 되는지 지금 알았습니다. 근래 팝 시장에는 틱톡 같은 미디어 형식에 맞춰 곡 시간도 2분 여대로 짧고 송 폼도 단순해지고 있는데, 보너스 트랙인 ‘십 전’(十纏)을 제외하면 모두 3분 30초 이상입니다. 혹시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곡의 길이를 의식할 생각도 있으신가요?

코미야: 없습니다. 전하고 싶은 것이나 그리고 싶은 것을 잘라내면서까지 곡의 길이를 줄이면 언젠가 자기 작품에 애착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담아낸 결과 길이가 짧을 수는 있겠지만, 필요한 전개는 확실히 남기고 싶습니다.

‘마법소녀’는 무사시 씨의 가성과 상행과 하행을 반복하는 멜로디, 2분 50초 부근의 보컬에서 악기로의 몰입감 있는 전환, 마지막의 ‘아아’로 맺는 방식까지 빼놓을 부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화자의 혼란스러움이 점점 깊어지는 이야기도 매력적이고 갈릴레오나 데카르트 같은 인물을 데려오는 표현 방식도 재밌습니다. 작업을 하시면서는 다들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두었는지 궁금합니다.

코미야: 깜짝 놀라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편곡했습니다.

무사시: 기계적인 느낌과 생생한 느낌을 동시에 살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노래했습니다.

론 산겐: 마지막 후렴 전에 나오는 간주 부분에서 반음 이동을 많이 사용했고, 근음마다 같은 코드를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어긋나게 해서 불안정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의식했습니다. 소리가 큰 부분은 멋있다고 느껴질 만한 베이스라인이 되도록 했습니다.

우메무라: 심벌의 음색, 스네어의 건조한 톤에 공을 들였습니다. 꽤.

이와이: 코러스 이펙터를 잔뜩 걸어서 이상한 느낌? 마법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습니다. 음원의 폭음 파트는 그런 연주에 능한 선배가 담당했습니다.

유튜브 채널에 ‘마법소녀’의 라이브 영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보라색 썸네일에 한껏 취해 있는 무사시 씨를 보고 들어왔는데, 직선적이고 강렬하게 연주하는 멤버들과 음 이탈을 내며 한껏 미소 짓는 얼굴을 보곤 좋은 의미로 대단한 밴드를 찾았다고 직감했습니다. 라이브 무대가 음원과는 많이 다른데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매번 라이브 편곡이 달라지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코미야: 마법소녀는 비교적 최근까지 음원대로 연주했어요. 근데 기타 악보가 꽤 엉망이라 EP 발매 기념 라이브를 준비하면서 “음원 퀄리티를 내는 건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공연 직전이 돼서야 뭘 연주해도 그럴싸하게 들리도록 라이브용 편곡으로 바꿨습니다. 내가 건반 잘 해볼 테니까 여러분은 미니멀하게, 느낌 위주로! 같은 식으로요. 결과적으로 그게 꽤 마음에 들어서 지금은 그 편곡으로 고정하고 있습니다. 매번 바꾸는 곡은 거의 없고, 굳이 꼽자면 ‘사고회로’(思考回路) 정도예요. 그 곡만큼은 라이브마다 구성을 바꿀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습니다.

‘유체이탈’은 가사집을 보면 괄호를 두 겹으로 감싸서 유체이탈 상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나 ‘((!!!))’ 같은 부분이 어떻게 소리로 표현됐는지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코미야: 경애하는 하세가와 하쿠시(長谷川白紙) 님이 곡명을 이모지로* 하거나 가사를 갸루문자처럼** 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 외에도, 쉬는 구간에 글자를 넣는 건 왠지 샤프트(모노가타리 시리즈 등)의 애니메이션 같아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 하세가와 하쿠시 ‘o(__*)’** 하세가와 하쿠시 ‘悪魔 / Evil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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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은 악기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무사시 씨의 피리로 곡을 본격적으로 열기도 하고 중간중간 비브라 슬랩으로 효과음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각 악기를 사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코미야: ‘미인’의 리프는 맨 처음 신시사이저로 만들었는데, 그다지 느낌이 오지 않았어요. 무사시가 어렸을 때 시노부에(篠笛)를 배운 적이 있다고 해서 한 번 불어 달라고 해 봤는데 괜찮아서 그대로 채용했습니다. 비브라 슬랩은 동아리에서 네코센(猫戦)을 커버했을 때 샀는데 이후 아무도 쓰질 않는 게 불쌍해져서 무리해서 넣어 봤습니다.

가사의 시작은 ‘흔들렸어 그 아이’(揺れたあの娘), 그다음 가사의 시작은 ‘유령이야 그 아이’(幽霊だあの娘)입니다. 라임을 맞추기 위함일 텐데, 혹시 밴드 유레루와 유레(揺れるは幽霊)과도 어떤 관계가...

코미야: 우연입니다. ‘미인’은 2023년 가을쯤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체이탈’과 ‘미인’도 라이브 영상이 있습니다. 키미시마 오오조라(君島大空) 씨도 그렇고 종종 이렇게 2곡을 하나의 영상으로 묶던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중간에 멤버 소개가 있어서 그런 걸까요?

코미야: 큰 이유는 없지만, 라이브에서 보통 두 곡을 연달아 연주하기 때문에 곡 사이 부분도 그대로 남겨둔 느낌입니다.

‘미인’ 작업에는 betcover!!의 ‘狐’를 참고했다고 봤습니다. 코미야 씨가 betcover!!의 야나세 지로 씨를 좋아하신다고 발언한 것도 있고 해당 곡과 ‘유체이탈’ 라이브 영상을 보면서 플룻이나 말미의 ‘닷닷다다다’ 같은 부분이 영향받지 않았을까 하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별개로, 곡에서 정지하는 부분들, 예를 들면 ‘유체이탈’의 ‘너를’(君のこと) 하고 멈추는 것처럼 두 곡에서는 특히 한 번씩 멈췄다가 가는 게 눈에 띕니다. 키미시마 씨의 ‘除’나 betcover!!의 ‘バーチャルセックス’, 얼마 전에는 서브컬쳐 씬에서도 ‘サンフェーデッド’ 같은 곡이 이렇게 순간적으로 긴장을 부여했다가 풀어주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즉흥 재즈에서 오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지만, 최근 일본 음악 씬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아 어떻게 사용하게 된 방식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코미야: 딱히 의식한 적은 없어요. 단지 편곡할 때,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음악이 나오면 듣는 분들이 피곤해질 거라고 생각해 곡 중간마다 포인트를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속세탈출’(浮世離れ)입니다. 가사에서 모르는 표현이 있어서 먼저 여쭙고 싶습니다. 세로한(瀬露伴)은 어떤 건가요? 셀로판(セロハン)을 음차한 걸까요?

코미야: 네, 셀로판테이프입니다. 예전에 셀로판의 한자를 찾아봤을 때 ‘瀬露伴’이라고 적혀 있는 사이트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검색해 보니까 안 뜨는 게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요… 본가 거실에 목공예로 만든 셀로판테이프 케이스가 있는데, 그걸 이미지화해서 가사에 넣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가사 중에 해리 카니가 등장합니다. 실제로 꽤 좋아하시나 봐요. 만약 그렇다면, 이전에 ‘사춘기 남학생의 망상’이라고 앨범을 소개한 것도 자전적인 내용일까요?

코미야: 오히려 저 자신이 재즈에 그리 익숙하지 않아요. 노구치 분(野口文) 씨가 ‘botto X’의 가사에서 언급했듯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재지하네’ 하고 말하곤 하잖아요? 저도 근처 카페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재즈를 Shazam으로 찾고, 그것만으로 전부 안 것 같다고 생각하는 타입이었어요. ‘얕은 지식으로 재즈를 듣는 남자 고등학생’이 우연히 알게 된 카니의 이름을 떠올린다– 그런 장면을 가사에 넣어 봤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도 남자 고등학생 특유의 풋풋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속세탈출’은 많이들 재즈 풍이라고 평가하지만, 제 표현으로 하자면 ‘가짜’ 재즈에요.

CD 보너스 트랙 ‘십 전’도 좋습니다. 꽤 재즈 스타일인 곡인데, 미니멀하면서도 있을 건 다 있어서 앨범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는 것 같습니다. 5번 트랙과 비슷한 시기에 작곡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런가요?

코미야: 정확히 맞히셨네요! ‘십 전’도 ‘속세탈출’도 밴드 결성 이전, 대학에 갓 들어온 봄 무렵에 피아노를 치면서 만든 곡이에요. 그래서 화음 진행과 보컬이 메인이고 밴드 편곡 단계에서도 프레이즈는 거의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cover image of Trooper Salute ‘天使ちゃんだよ’
Trooper Salute ‘天使ちゃんだよ’EIGHT BEATER

‘천사예요’는 올해 5월에 발매됐습니다. 가사에 등장하는 ‘잘하는 과목’(得意科目)이라든가 곡의 주제라든가 EP의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발매하게 된 곡인지 궁금합니다.

코미야: 저희에게는 EP 같은 팝적인 곡과, 라이브에서는 자주 하지만 아직 발매하지 않은 얼터너티브 스타일의 곡이 있습니다. 사실은 올해 후자의 방향성으로 장편 앨범을 만들려고 했지만, 중간 다리 역할을 할 만한 작품(EP 단위로)이 필요하겠지~ 해서 그렇게 탄생한 곡입니다.

이 곡이 꽤 입소문을 탄 것 같아요. 국내에서는 Trooper Salute의 이름이 나오면 꼭 이 곡의 뮤직비디오 링크가 나오더라고요. 일본에서도 그런 느낌인가요? Spotify 알고리즘의 영향일까요.

코미야: 알고리즘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 곡을 내고 나서 라이브에 와 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신규 팬 확보를 명확히 노렸던 곡이기 때문에(제발 터져라! 하고 생각했습니다), 속으로 목표 하나를 달성해 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서 한국의 상황을 알 수 있어서 기쁘네요!

EP는 셀프타이틀이기도 하고 밴드를 처음 만나는 창구여서 그런진 몰라도 보컬과 키보드, 피리의 화려함이 정신을 흔들어 놓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천사예요’는 그런 것들도 있지만 기타와 베이스, 드럼 같은 밴드의 필수 요소들이 잘 들어온다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더 익숙한 소리여서 인기를 얻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실제로도 ‘조금 더 밴드 사운드를 의식하자’라는 목표가 있었던 걸까요?

코미야: EP는 악기 프레이즈 등을 제가 지시한 부분도 많았지만, ‘천사예요’부터는 각자가 무엇을 연주할지 생각하거나 포인트 아이디어를 가져왔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밴드 사운드 의식이 높아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단순히 연주 실력이 늘어난 게 크죠.

cover image of Trooper Salute ‘不治’
Trooper Salute ‘不治’EIGHT BEATER

‘불치’는 Trooper Salute가 결성하게 된 계기였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코미야: 정확히는 결성이 아니라 라이브 활동 시작의 계기입니다. Trooper Salute는 2022년에 대학교 밴드부에서 결성해 약 1년 반은 부내 활동에 전념했습니다.

전환의 계기가 된 건 stiffslack에서 열린 부내 라이브였어요. 거기서 ‘불치’를 선보였을 때 PA*인 타피(タピ) 씨가 높이 평가해 주시면서 “한 번 나와보지 않겠어” 하고 권유해 주셨습니다. (참고로 이때 ‘미인’도 연주했습니다.)

당시 소속되어 있던 밴드부는 외부 활동 문화가 거의 없어서 초기에는 낯선 환경에서 활동할 때도 많았지만, 타피 씨가 지속적으로 서포트해 주신 덕분에 무사히 본격적인 밴드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 Public Address, 여기서는 음향 엔지니어

8분이 넘는 긴 곡이라 처음에는 포스트록 같은 건가 싶었습니다. 느린 템포로 이어지는 우울한 곡이라서 이전까지의 곡들과는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그런데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곡이라고 들어서 어떻게 해서 이런 곡이 먼저 나왔고, 이후에는 어떻게 훨씬 밝은 곡들이 나오게 된 건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코미야: ‘불치’ 이후에 ‘차가운 머메이드’나 ‘유체이탈’이 만들어졌는데, 이건 ‘미인’을 먼저 싱글로 선공개해 버리는 바람에 그랬습니다. ‘미인’을 포함한 EP를 제작할 때 어느 정도 세계관이 같은 것들을 내야만 해서 필연적으로 만들었습니다.

EP처럼 팝적인 곡은 대학에 들어올 때까지 제 취향이라는 느낌이고, 미발매 곡들이나 ‘불치’ 같은 어두운 곡은 대학에 들어와서 밴드부 선배들의 추천으로 빠진 취향이에요.

밝은 곡들을 발매하다가 갑자기 어두운 곡을 발매하게 됐는데 걱정되거나 하진 않으셨나요?

코미야: 엄청 불안했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어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조금 더 강했어요. ‘불치’로 저희를 알게 된 분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뮤직비디오도 독특합니다. 스튜디오에서 라이브 한 걸 촬영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였나 음원 중 하나를 한 번에 녹음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였나요, 아니면 음원이었나요? 감정이 더 직접 전달되는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미야: 뮤직비디오를 한 번에 찍었습니다. 음원은 가장 오래된 편곡에 가깝고, 뮤직비디오는 최근 라이브에서 하는 편곡입니다.

‘불치’가 맨 처음 만든 곡이라고 하셔서 만든 노래를 전부 발매했을 줄 알았는데, 미발매 곡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들통’(つつぬけ), ‘홀리 나이트’(ホーリーナイト), ‘정체’(正体) 등을 라이브에서 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쯤 발매될지 알 수 있을까요?

코미야: 정확히 정리하면 ‘마법소녀’ → ‘속세탈출’ → ‘H.E.L.L.O.’ → ‘친구가 있었습니다’ → ‘미인’ → ‘불치’ 순으로 (밴드에서) 제작했습니다. (실은 마법소녀 전에 3곡 정도 있지만, 그것들은 두 번 다시 라이브에서 연주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지고 있는 곡은 다 합쳐서 20곡 정도인데, 천천히 발매하고 있어서 라이브에서는 세트리스트의 절반 정도를 미발매 곡으로 채우곤 합니다. 올해 2번째 EP를 발매하고 나머지 곡들도 2026년~2027년에는 발표했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나고야의 떠오르는 신예, 밴드 Trooper Salute 인터뷰 image7

올해 5월에는 아이치현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모리, 미치, 이치바’(森、道、市場)에도 출연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가 보고 싶은 페스티벌인데, 수백 개의 가게가 모인다는 콘셉트와 천막으로 된 스테이지, 해변에서의 라이브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에 요시자와 카요코 씨가 ‘모리, 미치, 이치바’에서 ‘残ってる’를 부른 영상을 정말 좋아해서, 곡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비 내리는 와중에 누군가의 첫사랑처럼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최고예요. Trooper Salute가 같은 페스티벌에서 노래하는 영상을 보고 그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아이치현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라서 더 어울린다는 느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라이브는 어떠셨나요?

코미야: 관객으로 참가했던 페스티벌이라 출연이 결정됐을 때부터 스테이지가 끝날 때까지 반년간 꿈결 같았습니다.

무사시: 2024년에 트리오 편성으로 출연하셨던 요시자와 카요코 님의 스테이지를 라이브로 봤었는데, 완전히 동일한 시간대의 똑같은 스테이지에 출연하게 되어 “동경하는 무대에 섰다!”는 기쁨이 강했습니다.

론 산겐 씨의 Vlog도 봤는데, 키보드가 고장 나서 프로레슬링 기술을 거는 것과 공연 직전에 토리코 OP 같이 부르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괜히 궁금했습니다. (웃음) 평소에도 라이브 전에는 그런 분위기인가요?

코미야: 페스티벌처럼 큰 무대에서는 왠지 분위기에 휩쓸려서 원을 만들고 다 같이 모이게 되지만, 열혈스러운 분위기는 싫어서 장난삼아 애니송을 부르곤 합니다.

후지 록 이야기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ROOKIE A GO-GO 무대라 해도 정말 큰 페스티벌입니다. 출연 소감이 궁금합니다.

코미야: 즐거웠습니다. 나에바*는 이세계였어요. 헤드라이너인 Fred again..이나 Suchmos가 같은 시간대에 겹쳐서 정말 끝났다 하고 생각했는데, 많은 후지로커들이 보러 와 주셔서 “아, 우리는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구나” 하고 감동했습니다.

* 苗場, 후지 록 페스티벌 개최지

이미 한 번 큰 무대에 출연하셨는데, 앞으로 서 보고 싶은 무대가 있으신가요? 목표를 듣고 싶습니다.

코미야: 지금까지 출연한 페스티벌의 더 큰 스테이지로 컴백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는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역사에 남겨 온 히비야 야외 음악당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긴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언젠가 한국에서 라이브하고 싶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