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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닮은 음악, 라바다부(Labäda Bu) <Labäda Bu>

by 정기엽|

cover image of Labäda Bu <Labäda Bu>
Labäda Bu <Labäda Bu>RAFTERS, Labäda Bu

혼성 듀오 라바다부(Labäda Bu)의 데뷔 앨범. SNS에 어쿠스틱한 자작곡을 업로드해오던 싱어송라이터이자 모델인 페이 그리고 내셔널지오그래픽, 엄브로 등 브랜드의 프로모션 영상 배경음악을 주로 만든 프로듀서 kigrain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모델과 각종 패션을 돋보이게 할 음악을 제작하던 이력 덕분인지 입는 음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게시물 혹은 24시간 남는 스토리에 음악을 첨부하는 모습을 자주 봤을 테다. SNS는 과시의 목적이 분명 있고, 이때 음악은 패션의 역할을 한다. 나를 대신 표현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취향을 관통하는 게 중요해진다. 멋있거나 귀엽고, 쿨하거나 재치 있어야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타이틀 ‘Stories’는 쇼윈도 중심에 설 만한 곡이다. 통통 튀는 하우스 비트와 산뜻한 보컬이 중첩되어 매력적인 색감을 띤다. 귀여운 비니 구매를 자랑하는 포스트 혹은 무심코 비눗방울 이모지를 올리고 싶을 때, 초록 식물의 싱그러움을 포착했을 때 손에 쥘 법한 mp3. 여기서 중요하게 짚고 넘겨야 한다. 소비재가 되는 음악은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다. 소비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은 대중음악에서 한 번도 중요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앨범 커버 혹은 비주얼라이저가 탄탄할 필요가 있겠나.

어쿠스틱 기타 리프가 주를 이룬 첫 트랙 ‘flower’는 신인의 표현력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노련하다. 불운을 나열하면서 꿋꿋이 참아보지만 결국 바스라지는 가면은 많은 현대인이 공감할 포인트가 된다. 짜증스러운 끝맺음마저 1분 중반의 짧은 러닝 타임에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더한다. 비비가 떠오르는 보컬 덕분인지 ‘나비’, ‘책방오빠 문학소녀’ 등에서 그가 선보인 시니컬함도 스친다.

발매사 포크라노스에 전한 인삿말에 이들은 “우리는 과거를 그리워하고 과거를 떠올려요”라고 언급했다. 음반에서도 초중반 트랙 속 현대인의 정취가 후반에 이르러 향수로 탈바꿈한다. 밀레니엄에 칭하던 Y2K와 2020년에 언급하는 Y2K는 다르다. 4번 트랙까지가 복각의 후자라면, ‘can I call you’부터는 보다 직접 맞닿은 전자로 회귀하는 듯하다. 맑은 아이처럼 들리는 목소리의 크리스탈 티를 피처링으로 기용한 것 또한 과거의 순수함을 끌어올리려는 장치였으리라. 도시의 찌든 때를 머금은 다른 곡들과 달리 사랑만을 갈구한다. 도시가 오랜 기간 분산한 시선을 예전처럼 한 데 응축했다.

아직은 수민이나 주혜린이 연상되는 레퍼런스의 크기가 제법 크고, 기교가 과한 부분도 있다. ‘달리기’ 같은 곡에선 코러스와 함께 애드립이 가득한 상태에서 기타, 스크래치 등 정보값이 과밀한 탓에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가창이 포함된 곡에선 일정 정도의 공백도 필요한 법. 그렇다곤 해도 신예가 발표한 음반인 만큼 의욕의 발현으로 읽히는 빽빽함이다.

처음 입을 땐 꽉 끼던 옷도 시간 지나 몇 번의 세탁,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알맞는 핏을 갖추게 마련. 옷걸이에 걸어놓고 자주 꺼내 거울에 대보고 싶게 하는 매력의 첫 작품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의 핵심은 패턴이 동일하게 되찾아 온다는 게 아니다. 같은 아이템도 다른 코드로 유행의 물살을 탄다. 과거를 좇는 노래를 하며 시부야계를 표방하지만 라바다부가 현대적인 이유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