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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scores - <U>

by 이승원|

cover image of underscores <U>
underscores <U>Mom+Pop

2026년 현재 Jane Remover와 함께 언더그라운드 팝 최대의 스타로 취급받는 그녀 underscores가 씬의 첫 주목을 받은 일은 얼추 5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타 대단한 재능들이 그랬듯 유년시절부터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오던 그녀는 2021년 정규 데뷔작 를 발표했고, 이는 당시 청취의 주역으로 떠오르던 Z세대 마니아층의 주목을 받게 된다. 베드룸 팝, 록, 펑크 등이 거칠게 버무려진 이 혼란스런 팝 앨범은 당시 전환기를 맞던 하이퍼팝 씬에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고, 그녀 본인 역시 단숨에 씬 내 최대의 유망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본작이 팝 씬의 미래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투의 선지적 찬사 또한 마니아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튀어나오곤 했을 것이다.

물론 그녀가 씬의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녀의 두 번째 정규작인 <Wallsocket>부터다. Mom+Pop과의 계약 이후 첫 앨범인 <Wallsocket>은 독특한 컨셉 설정을 통해 직전 <Fishmonger>의 다양성 기조를 성공적으로 심화한 작품이었으며, 전작보다 확연히 높은 완성도와 안정적 짜임새를 자랑한 작품이었다. ‘Cops and robbers’, ‘Locals (Girls like us)’ 등 몇몇 댄서블한 트랙은 팝 카테고리의 직관적 전달력을 선호하는 마니아층에게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 팝 앨범이 요구받는 대부분의 가치를 충족한 작품에 평단의 극찬이 쏟아졌던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하이퍼팝의 돌연변이 신성으로 주목받은 그녀는 그렇게 언더그라운드 팝의 대표적 주자로 급부상했고, 이제 그녀는 다음 스텝, 이제껏 딛어온 발자취보다도 월등히 묵직한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만 했다.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언더그라운드 주머니를 뚫고 나온 그녀의 다음 스텝은 놀랍게도 메인스트림 팝의 외투를 입는 일이었다. 그녀의 세 번째 정규작 <U>는, 기존 록 친화적인 발화 혹은 트랙 간 극단적인 낙차가 완전히 절제되어 있으며 오히려 2000년대 전후 일반적인 팝의 문법을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다. 일렉트로팝 위주의 음향적 구성부터 팝 음악의 전형적 악곡 구조, 섭취하기 용이한 탑 라인 멜로디까지(물론 애초에 그녀는 언더그라운드 팝 씬에서 가장 대중적인 멜로디를 구성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요소만 나열해 놓고 보면 언더그라운드 플레이어의 작품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울 수준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명성에 대한 냉소 등을 다루는 악곡의 주제 또한 팝 스타들이 으레 사용하던 그것과 동일하며, 분명한 사운드의 댄스 팝 뱅어(banger)와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알앤비 트랙을 아우르는 작품의 다양성조차 팝/K팝 앨범의 고전적 배치 방식으로 해석된다. 이 정도의 선회라면 그녀가 본작을 통해 메인스트림 팝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 또한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본작 <U>는, Rina Sawayama의 <Hold The Girl> 같은 작품처럼, 보다 넓은 청중을 목적으로 본인의 색채를 퇴색하거나 하는 류의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본작은 그러한 팝의 클리셰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긍정하면서도 이를 본인의 색채 및 기법으로 구현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둔다. 일례로 ‘The Peace’에서, 그녀는 보코더 샘플의 반복적 사용과 미니멀한 작법을 통해 ‘Hide And Seek’(Imogen Heap/2005)에 대한 오마주를 노골적으로 표방하지만, 그 과정에 온전히 스스로의 터치만을 허용하여 제법 이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 ‘Hide And Seek’처럼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진 이 곡은, ‘Hide And Seek’처럼 순수한 해방감을 주지만 이로 향하는 방식은 확연히 underscores의 솜씨다. Imogen Heap의 정적 여백 속을 그녀 특유의 역동적 찹으로 가득 채웠음에도 악곡의 거시적 공간은 여전히 본래의 정적 에너지를 유지한다. PC 뮤직 베이스와 EDM 아웃트로를 동시에 아우르는 ‘Innuendo (I Get U)’나 2~3세대 K팝에 대한 애정을 표하는 ‘Do It’ 등 역시 비슷한 맥락. 아티스트 본연의 기법을 강박적으로 고수하면서도 오마주 대상이 가진 고유의 인상과 화풍을 유지하는 일은 과연 뛰어난 프로듀싱 역량과 대상에 대한 애정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다.

이렇듯 고유의 언더그라운드 방법론과 메인스트림 요소를 동시에 지향하는 작품의 방향성은 현 시대 팝의 방향성과도 같은 맥락을 가진다. 실제로 최근 시대의 파편적 청취와 언더그라운드 확장은 메인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 사이의 경계를 계속해서 모호하게 만들고 있으며, 서로의 사운드를 탐미하듯 침범하는 확장적 경향은 이러한 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시차는 존재하겠지만, 언더그라운드 팝의 음향적 기법을 메인스트림에서 사용하는 일은 이제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며,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들이 과거 팝의 정서와 사운드를 찬미하는 일 또한 이제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Britney Spears와 SHINEE, Jane Remover와 Skrillex를 동시에 아우르는 <U>는 대체 어디에 소속되어야 하는가? 언더그라운드인가, 오버그라운드인가, 아니면 양쪽 모두인가?

그래서 <U>는 결과적으로, 언더그라운드와 메인스트림을 동시에 긍정하며, 현대 팝의 이러한 모호성을 고유의 작가적 인장으로 치환하는 작품이 된다. 이러한 면에서 <U>는 작년 Jane Remover의 <Revengeseekerz>과도 닮은 점이 있어 보인다. <Revengeseekerz>의 Jane Remover가 디지코어와 하이퍼팝, 클럽 댄스 음악과 실험적 힙합의 모호한 경계선을 뭉뚱그리고 이를 아티스트의 상징적 작가성과 복수를 위시한 공격성으로 뒤덮었다면 <U>의 underscores는 선술한 팝의 위계적 모호성을 긍정하기 위해 아티스트의 기술적/예술적 골격 위에 팝스타의 살가죽을 뒤집어 쓴 모양과도 같다. 언더그라운드의 비타협적 프로듀싱 위에 보편의 주제와 보편의 지향, 보편의 구성을 덮은 본작의 소리는 과연 보편과 소수 모두를 만족시키고 그 경계를 잠시나마 무너뜨릴 잠재력을 가질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이 낙천적 개방성을 통해 양지와 음지의 구분이 더 이상 무의미한 것이라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그녀가 데뷔 때부터 제창해 온 팝스타의 모습이라면, 이보다 보기 즐거운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underscores -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