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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의 ‘REBEL HEART’, 나에게서 우리에게

by 이승원 | 

cover image of IVE ‘REBEL HEART’
IVE ‘REBEL HEART’스타쉽엔터테인먼트

지난 13일, 2020년대 K팝을 대표하는 팀 중 하나인 아이브가 리드 싱글 ‘REBEL HEART’와 함께 2025년 K팝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리스너들의 반응은 얼추 하나로 압축되었는데, ‘ELEVEN’ - ‘LOVE DIVE’ - ‘After Like’ - ‘I AM’으로 이어지는 클래식 아이브로의 귀환, 그중에서도 ‘I AM’의 후속작이라는 감상이 지배적이었다. 더불어 ‘Kitsch’, ‘Baddie’, ‘Ascendio’ 등 영역 확장에 목적을 두었던 트랙들이 팬덤과 대중의 일관된 호평을 이끌어내지 못했기에 은근히 환영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흘러나오곤 했다.

음향적 요소에 비중을 둔다고 했을 때, 모처럼 ‘아이브다운’ 곡으로의 회귀라는 세간의 이러한 판단엔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직관적인 동시에 고압적인 사운드 구성, 간결하고 중독적인 멜로디 라인이라는 특유의 속성이 선연히 살아있는 것은 물론, 악기 활용, 조형 등 여러 측면에서 ‘I AM’의 색채와 강하게 닮아 있으니 말이다.

허나 이를 근거로 ‘REBEL HEART’를 ‘I AM’의 정신적 후속작이라 규정하기는 다소 부적절하다. <IVE EMPATHY>라는 후속 앨범명이 시사하듯, 정서나 메시지 측면에서, ‘REBEL HEART’는 오히려 지금까지 아이브의 커리어 내에서 가장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곡이다. 자신감, 자기 확신… 나아가 자기애라는 키워드로 대표될 만큼 ‘나’라는 주체에 집중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 곡은 사실상 커리어 최초로 ‘우리(we)’라는 주어를 전면에 등장시킨다. “그 맘을 우리에게 살짝 열어줘”(‘Off The Record’ 中)나 “우리만의 자유로운 nineteen's kitsch”(Kitsch 中)의 사례처럼 간혹 ‘우리’라는 단어가 등장하긴 하였지만 이는 사실상 ‘나’라는 주어의 대체재에 불과했을 뿐, 본격적인, 또 실질적인 주체로 ‘우리’가 등장한 것은 분명 이번이 처음이다. 사랑에 빠진 순간의 감정조차 “감히 누가 이렇게 날 설레게 할 줄”(‘ELEVEN’ 中)로 발화하던 자아도취적 태도, “내 장점이 뭔지 알아?”(‘After Like’ 中)와 같은 노골적 자신감의 표출 대신 자리 잡은 “지금을 이해해주고 싶어”의 온정적 연민. 이후 활동의 양상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현재의 방향성만 따져 보았을 때 ‘REBEL HEART’는 틀림없이 그룹의 정서적 방향 전환 내지는 영역 확장의 신호탄이 된다.

그렇다면 아이브는 왜 이처럼 정서적 터닝 포인트, 변곡점이 되어야 할 트랙에 기존과 다를 바 없는 사운드스케이프를 들여놓았을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연민 역시 그 기반에 강건한 자기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 아이브가 “나는 우수하다”는 투의 도발적 연애 감정 묘사 혹은 “나는 다르다”는 식의 과시 형식으로 정체성을 표출했다면 ‘REBEL HEART’의 아이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는 다르지만 우수하다”라는 기조로 곡의 핵심 정서를 발전시킨다. 기존 상승적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시야를 ‘우리’로까지 확장하며 전에 쉬이 드러나지 않던 감정을 자연스럽게 연성한다. 이렇게 보면 이전과 유사한 사운드 구성은 기존의 태도를 견지하기 위한 장치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맥락인 셈이다.

악곡보다도 이례적인 뮤직비디오와 함께할 때 메시지는 더욱 견고해진다. 장원영 등 핵심 멤버의 이미지를 그룹 전체의 인격에 전이시키려는 듯, 전체적인 코디네이트 톤을 균일하게 유지하던 이전과 달리 멤버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각각의 의상 컨셉과 배경, 로케이션을 다르게 설정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유로운 나”라는 컨셉에 설득력을 더하는 모습은 비주얼 메이킹뿐 아니라 기획 측면에서도 꽤나 탄탄하고 흥미롭다. 늘 뮤직비디오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던 군무 장면이 종적을 감춘 것 또한 같은 맥락, 이에 더해 아이브는 (마치 ‘Butterfly’의 이달의소녀가 그랬듯) 그 빈자리를 불특정적인 인물들의 화합 장면으로 채우면서 곡이 말하는 ‘우리’가 그룹 내부의 한정되는 개념이 아님을 명시, 더욱 친밀한 형태로 다가간다.

팬덤과의 관계 차원에서 보면 아이브가 전하는 메시지는 일종의 조언, 혹은 제언처럼 다가온다. 초기 아이브가 강인하고 드높은 자신감을 강조했듯, 지금의 아이브는 ‘REBEL HEART’를 통해 정서적 혼돈과 자아 정체성의 수립을 겪고 있을 어린 연령대의 팬들에게 그 자신감과 정체성을 결코 꺾지 말고, 동시에 서로를 보듬어주고 연대하라 말하고 있다. 팬덤과 함께하는 아이돌이란 무엇인가. 다소 뻔하고 투박하지만, ‘REBEL HEART’의 아이브는 결국 아이돌(idol)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원의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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