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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어스한 펄스의 지배, 시노사와 히로의 ‘メクルメ’

by 이한수 | 

cover image of 初星学園, フロクロ, 篠澤広 ‘メクルメ’
初星学園, フロクロ, 篠澤広 ‘メクルメ’BANDAI NAMCO Entertainment

아이돌마스터 시리즈 최신작 <학원 아이돌마스터>는 트렌디한 게임 시스템과 클리셰를 깨는 캐릭터 설정으로 주목받았을 뿐만 아니라 기존 시리즈와 크게 달라진 음악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이 변화는 일본 컬럼비아나 란티스 같은 종전의 레이블 대신,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산하 ASOBINOTES를 통해 음원을 서비스하며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더불어 시리즈 주요 작곡진이 아닌 외부 인기 작곡가들, 예를 들면 하세가와 하쿠시나 유키치 카사쿠 멘처럼 장르 음악 색채가 강한 사람들이 다수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해맑고 광기 어린 모습은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줄지 기대를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서비스를 시작한 지 반년을 넘은 시점까지의 작업물들을 봤을 때, 당장 하세가와 하쿠시가 참여한 ‘光景’에서 보여 준 지평선부터, 아티스트 본래의 콘트라스트 강한 모습이 아니라 그저 과다 노출(overexposure)했을 뿐인 J팝에 그쳤다. 물론 해당 곡을 부르는 시노사와 히로(篠澤広)가 이공계 계열, 허약한 체격, 미스테리어스한 면모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콘셉츄얼한 캐릭터인 만큼 아이돌 장르에서 보기 드문 챔버 팝 계열의 곡을 받긴 했다. 그러나 단적으로 말해서 기대한 만큼의 신선함에는 조금 부족했다.

‘メクルメ’는 다르다. ‘계외곡(界隈曲)’이라 불리는 장르씬 작곡가 후로쿠로(フロクロ, Frog96)가 자기 스타일을 살려 만든 곡이다. (계외라는 표현은 커뮤니티나 팬덤을 지칭하는 일본의 신조어로, 계외곡이라는 말 자체가 ‘어떤 스타일의 곡’을 일컫는다. 원래는 계외곡 앞에 특정 인물의 이름이 붙어 ‘누구누구 스타일의 곡’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당사자가 잊힐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 사람들은 그의 부탁을 존중해 단순히 ‘계외곡’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후로쿠로는 난해한 가사와 뮤직비디오, RPG 만들기 계열 호러 게임을 연상시키는 공포와 평온의 대비, 그리고 칩튠 스타일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는 이 장르적 성격을 아이돌 악곡에 적용했다. 유튜브 조회수는 이전과 다른 속도로 올라갔다. 오랜 기다림이 결실을 보았다.

도입부부터 인상적이다. 첫 가사를 발음대로 분절하면 ‘め-く-る / みつめ-る / そっと / となえ-る’가 되는데, 셋잇단음표(みつめ와 となえ)와 촉음(っ)을 사용해 형식이 대칭되는 두 문장을 리듬감 있게 연결한다. 메쿠루메(メクルメ)라는 제목부터 ‘めくる(어지러운)’와 ‘目(눈)’의 3:1 합성으로 도입부의 가사 및 리듬상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기저에 깔린 펄스는 곡 후반부 ‘심장 박동에 저항하듯이 노래했어’로 시작하는 파트에서 ‘심장 박동’이라는 단어와 맞물리며 섬찟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이런 딱딱한 부분들과 대조적으로 벌스의 구성은 빠른 랩 위주이며 보컬도 뒤로 물러나 있다. 베이스라인과 복잡한 효과음이 강조되니 기괴함 또한 배가된다. 프리코러스에서 코러스를 포괄하는 시간 동안 급격한 상승과 하강이 이루어짐과 함께 보컬을 높고 얇게 해, 캐릭터의 연약함이 몸부림치며 살아나듯, 치열하게 맥동하는 불안감을 조성한다. 가이드 보컬이 보컬로이드였다는 후일담처럼 호흡이나 끝 음 처리 같은 부분이 의도적으로 절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두 번째 코러스에서는 보컬 레이어를 늘려 마치 하츠네 미쿠가 배킹 보컬을 맡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두 코러스 사이에 핵심 파트(심장 박동)가 놓여 있는 독특한 구조는 마지막 코러스 이후 곧바로 얼굴을 내비치는 종점도 긍정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급격한 시작과 종결이 곡 전반의 호러 테이스트를 강화하여 강렬한 인상을 생성해 냈다. 그럼에도 코러스에서는 보컬이 앞으로 나오는 점, 첫 번째 코러스보다 두 번째 코러스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는 등 대중적인 포인트를 놓지 않은 게 장르 내부에서, 즉 계외에서 인기를 얻은 비결로 보인다. 물론 여전히 보편성을 말할 수 없는 단계이다.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캐릭터 해석을 요청하고 있으니 장르적 정체성은 아이돌보다 계외곡 쪽으로 기울어진다. 이번에 모은 관심을 발판 삼아 다양성과 확장성의 단계로 뛰어오를 필요가 있다.

거대한 무서움에 호기심을 들이는 일은 평화로운 일상이 있기에 가능하다. ‘メクルメ’의 뛰어난 점이 바로 이 대비 - 콘트라스트 - 다. 이전에 발매된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의 노래들 - 시노사와 히로의 직전 발표곡 ‘コントラスト(콘트라스트)’를 포함한 - 과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첫인상을 심은 다음, 악곡의 여러 대비를 통해 피어오른 불안을 현실로 만든다. 게다가 단순한 파형에서 벗어나는 클리셰 비틀기와 ‘심박에 저항하듯’ 기계음을 재현하는 유약한 보컬이 괴이하게 조화를 이룬다. 급작스러운 변화에 동반하는 확연한 충격, 혹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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