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CE

2024 국내 올해의 앨범

by overtone | 2025.01.05

10. ARTMS(아르테미스) - <Dall>

이달의 소녀가 형태를 잃어버린 후 김립, 진솔, 최리, 하슬, 희진 다섯 멤버는 아르테미스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달빛을 되찾는 것이었다. ‘Butterfly’를 계승하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Butterfly Effect’가 <X X>의 정체성인 국경 없는 연대를 이어받으며 해당 임무를 완수했다. 이와 함께 한 가지 변화도 이루어냈다. 소녀라는 정체성을 탈피한 뒤, 달빛에 빛나는 어떠한 파장도 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빌리 아일리시의 ‘you should see me in a crown’을 연상시키는 얼터너티브 팝 트랙 ‘Birth’와 율(yeule)의 글리치 미학을 닮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Virtual Angel’ 그리고 ‘Sparkle’이 그 증거다. <<Dall>>은 모든 사랑과 삶의 방식에 은총을 내리며(Devine All Love & Live) 2024년을 아름답고 따스하게 치유했다. (이한수)

9. O’KOYE(오코예) - Whether The Weather Changes Or Not

<Whether The Weather Changes Or Not>의 재즈는 말 그대로 유려하게 흐른다. 윤석철, Q the trumpet과의 세련된 조우는 이 앨범을 더욱 다채롭게 빛내며, 사운드의 격랑 속에서 주요 악기의 한 줄기만 따라가도 자연스러운 바이브가 완성되는 누자베스의 보법을 따른다. 이는 재즈 본질의 문법과 맞닿아 있으며, 오코예는 이를 힙합과 능숙하게 결합해 진정성 있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 셈이다. 로-파이(Lo-Fi)한 스킷 트랙 이후 이어지는 펑키함과 경쾌한 익살로 흐르는 바이브는 느리고 어두운 정서 대신 2000년대 활동했던 힙합 그룹 비바 소울에 가까운 낙천적 감각을 드러낸다. 이는 재지팩트의 서정적 무드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오코예만의 독창적 스펙트럼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반가움을 불러일으킨다. 이 앨범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재즈 힙합 스타일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정신없이 치닫기보다 견고한 중심을 유지하며, 재즈 힙합이라는 장르적 경계를 더욱 단단히 다진다. 코러스가 동반된 빅밴드 사운드는 탄탄하고 실험적이며, 특히 ‘서울’에서 들려주는 독특한 텍스처는 앨범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린다. 재즈 힙합이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 음악 씬에서, 이 앨범은 단비 같은 존재다. 단순히 ‘재즈를 해볼까?’라는 시도가 아니라, ‘재즈를 가지고 놀았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 작품은 오코예라는 팀의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고전적 재즈의 품격과 힙합의 자유로운 창의성을 이토록 세련되게 버무린 결과물은, 2024년 올해의 앨범으로 손색이 없다. (이예진)

8. 조동희 - 꽃차례

시간에 따라 변주 가능성을 잃어가던 대중음악은 복고주의를 갈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좀처럼 확실한 뿌리로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는 않았고, 기껏해야 한 세대 정도 위의 음악을 참고하는 것이 주류였다. 이때 조동희의 <꽃차례>는 격변의 대중음악사를 투과해 지금 우리 앞에 도달한다. 옛것의 아름다움 그대로 온전한 기타 소리, 때론 시처럼 때론 말처럼 번지는 노랫말, 미처 살아본 적도 없는 포크의 시대에 향수를 품게 만드는 기교 없는 음성. 희소하고 각별한 요소로 충만한 음반은 현대가 결여한 감수성을 정확히 지적하고 곱씹게까지 유도한다. “모두 지워야 하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을 마주하는 용기”라니. (‘시절사전’ 中) 오랫동안 잊고 지낸 국어의 아름다움이 다시 솟아오른다. (권도엽)

7. OKASHII(오카시) - ORTON

흑백은 때때로 컬러보다 다채롭다. 채도를 극단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우리는 종종 색조에 가려져 있던 고유의 질감과 형체를 보다 선명하게 목격할 수 있고, 나아가 현대 제작 표준에 대항한다는 힙스터적 쾌감에 도달하기도 한다. <ORTON> 또한 마찬가지. 연세대학교 힙합 동아리를 전신으로 하는 크루 오카시는, 마치 <킬 빌>의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색조의 거세로 색채를 극대화하는 역설적 경지에 올라선다.

작품은 우선 영민한 정반합에서 출발한다. 상하좌우 뾰족하게 튀어 나가던 <ANTIVANDALISM>의 기백, 보다 평탄하고 알앤비 친화적인 <+>의 요령을 체득하여 <ORTON>이란 하나의 호흡 속에 매끄럽게 집약한다. 날선 노이즈와 뿌연 공간감을 오가는 프로듀싱은 완전히 궤도에 올랐고 적재적소에서 관능을 뽐내는 랩 디자인 역시 안정세에 접어든 모양새다. 구현 기법과 방법론, 정체성 구성 측면에서 <ORTON>은 일단 흠잡을 곳이 없다.

흑백의 필터링은 이 시점에서 크루의 영특한 변증법적 성장을 획기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앞서 언급한 영화 <킬 빌>의 사례가 인체의 동세에 대한 관객의 집중을 요구함과 동시에 독특한 분위기 형성으로 연출 상의 쾌감을 극대화했듯, <ORTON>의 필터링은 작품의 가변적 방향성을 일정한 톤으로 통일하여 선명도를 높이고 고유의 관능적 무드를 형성하며 절정의 구성적 쾌감을 선사한다. 우리가 ‘젊음’이란 개념에 열광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는 순간, <ORTON>의 절제된 패기에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무채색의 미래가 스친다. (이승원)

6. NET GALA - GALAPAGGOT

정체성의 다른 이름은 혼돈이다. 누구든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에 혼돈을 겪지만 누구나 같은 무게로 겪지는 않는다. 특히 자신의 정체성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수용되지 않는 유형의 것이라면 더 거세진다. <GALAPAGGOT>는 그 고립된 혼돈의 양태를 청각적으로 체화하고 기술한다. 하지만 넷 갈라가 퀴어를 묘사하는 방식은 단순히 혼란의 집합뿐이 아니다. 전자음악의 특성을 한껏 매만져 퀴어의 미적 측면을 동반시키는 격렬하고 돌발적인 사운드. 이에 퀴어는 거시적으로는 혼돈이, 미시적으로는 아름다움이 된다. 앞에 붙는 한 글자가 무엇이든 ‘성애’의 본질은 결국 유희다. (권도엽)

5. 김뜻돌 - 천사 인터뷰

예쁜 낱말을 읽으면 무심코 의미를 헤아리는 것이 나의 습관이다. ‘김뜻돌’과 ‘천사 인터뷰’라는 시어 같은 말들은 호기심에 불을 틔우기 충분했다. 하지만 앨범 속 모호한 유기성은 하나의 규정에 머무르기를 거부했고 음반의 의미를 거머쥐려는 시도도 어느덧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럼에도 포기 않고 간직한 질문은 음반이 추궁하는 천사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너, 나, 별, 아침, 바다, 붉은 자동차, 요가난다. 더해질수록 묽어지는 개념들로 천사의 존재는 희미해져 갔다. 당연한 일이었다. 천사란 원체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대상이다.

그러나 만일 천사가 존재하기를 간곡히 바란다면 그러지 말란 법도 없다. 우리는 현실적으로는 꿈속에서나 천사의 존재를 주장할 수 있다. 꿈속에는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이 혼재하고, 우리는 꿈속의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때 <천사 인터뷰>는 우리의 ‘현실적’ 사고를 일깨운다. 속세는 소중한 것을 잊게 만든다. 이때 꿈결에 가까운 질감으로 속세의 반대편에 선 <천사 인터뷰>는 그야말로 ‘꿈에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의 발신자이자 천사적 존재다. 김뜻돌의 음성으로 간증되는 이 음악적 계시는 끝내 고립을 아우르며 “내가 들어본 가장 아름다운 음악”(’손님별’ 中)에 크게 한 발짝 다가선다. (권도엽)

4. 김반월키 - 빈자리

코로나19는 사람들 사이의 ‘단절’이라는 큰 흔적을 남겼다. 김반월키의 <빈자리>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빛을 발한다. 이 앨범은 관계의 상실과 그로 인한 빈자리를 주제로 삼아 떠난 사람들을 기억하며 남은 자리를 섬세하게 어루만진다. 로-파이(Lo-Fi)한 질감의 사운드와 절제된 멜로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감성적인 가사들은 우리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휴머니즘적 성찰을 담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고 떠나보내는 일, 그리고 바래져 가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 음반은 고요하면서도 강렬하다. 거창하거나 트렌디하지 않지만, 마치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손길처럼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김반월키는 단순히 음악을 만들기보다 한 편의 일기를 쓴다. 그의 정서는 공중도둑과 같은 선배 아티스트들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이를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새롭게 명맥을 이어간다. 화려함보다 진정성을, 트렌드보다 인간다움을 선택한 <빈자리>는 그로써 우리의 빈자리를 채우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위로를 보여주며 마치 힘들 때마다 꺼내 듣게 되는 한 장의 앨범처럼 오래도록 남지 않을까. 김반월키의 음악적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그 첫걸음만으로도 그의 앞날을 기대하게 한다. (이예진)

3. 비프리(B-Free), Hukky Shibaseki(허키 시바세키) - Free Hukky Shibaseki & the God Sun Symphony Group : Odyssey.1

인간 최성호는 나이가 들었다. <Korean Dream>에서 예술가의 순수한 꿈을 노래하던 28살의 그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거듭된 실패를 겪었으며, 소중한 이들을 잃어버렸다. 허나 래퍼 비프리는 늙지 않았다. “내 음악은 젊음을 바친 내 전부”(’Hot Summer’ 中)라 노래하던 그때로부터 1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하다. “음악 없는 인생은 만화 없는 만화책 / 그게 말이 돼?”(’Get It’ 中)이라 말하는 래퍼 비프리, 그리고 38살의 인간 최성호는 여전히 솔직하고, 여전히 음악을 사랑한다.

래퍼 비프리의 음악이 청년 최성호의 인생이 된 것처럼, <Free Hukky Shibaseki & the God Sun Symphony Group : Odyssey.1>에서, 불혹을 앞둔 인간 최성호의 인생은 고스란히 래퍼 비프리의 음악이 된다. 저녁식사 메뉴, 연인과의 냉전 등 평범한 일상부터 바닥난 통장 잔고, 편의점 직원의 비웃음처럼 부끄러운 일화까지, 본연의 모습을 서슴없이 내놓음에 래퍼 비프리와 인간 최성호의 인격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자아로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밀려든다. 모든 아티스트가 본받아 마땅할 진솔함과 열정, 그 무르익은 솜씨… 래퍼 비프리가 그 수많은 구설수에도 여전히 씬에서 가장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바로 그 이유다. (이승원)

2. 파란노을(Parannoul) - Sky Hundred

발전하는 아티스트는 아름답다. 작품과 ‘함께’ 발전하는 아티스트는 더욱 아름답다. 나아가, 작품과 함께 ‘성장’하는 아티스트는 더더욱 아름답다. 격정적 슈게이즈와 짙은 아마추어리즘으로 무장한 2집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으로 컬트 스타덤에 올라선 파란노을의 4집 <Sky Hundred>은 그토록 아름다운 성장의 작품이다.

자칭 찐따무직백수모쏠아싸병신새끼(‘청춘반란’ 中)의 금빛 성장은 “나의 비참한 모습을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아름다운 세상’ 中)에서 “고통이 없으면 행복도 없어”(‘고통없이’ 中)로의 언어적 표현에 한정되지 않는다. 감정을 토하듯 게워내던 과거와 달리 원숙하게 풀어낸 소리에는 아티스트 이전의 인간 파란노을이 딛고 일어난 인격적 성장이 자연스레 겹친다. 자신에게 불현듯 쏟아진 영광을 어리숙한 손길로 공유하며 어느덧 한 뼘 자라버린 그. 그때의 열렬한 박수를 보낼 타이밍은 오히려 지금이 아닐까. (이승원)

1. SUMIN(수민), Slom(슬롬) - MINISERIES 2

수민과 슬롬의 2021년 <MINISERIES> 후속작 <MINISERIES 2>는 리미널 스페이스와 시부야케이의 시청각적 조화로 만들어낸 이별 이야기다. 헌팅캡을 쓰고, 샛노란 티셔츠를 입고서 그늘진 얼굴로 제4의 벽 너머 우리를 응시하는 두 사람. 그리고 그 뒤에 펼쳐진 이상하리만치 푸른 잔디밭과 나무들. 도시를 상징하는 신호등과 시부야케이가 피워내는 담배 연기와 커피 향기. 텅 빈 장소, 텅 빈 마음. 언뜻 평범한 듯하면서도 위화감 넘치는 공간은 마치 이별 후의 공허함처럼 어색하고 차갑다.

어쩌면 이 앨범은 예고되어 있었을지 모르겠다. 전작의 호평에 힘입어 많은 시청자가 속편을 요구한 점도 그렇지만, 특히 두 사람의 작년 활동에서 이번 작품의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수민이 작년 발매한 EP <시치미>는 전작들에 비해 일렉트로닉과 알앤비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 재즈와 펑크(Funk)의 영향력이 늘어났다. 키린지(KIRINJI)의 ‘killer tune kills me’에 참여한 욘욘(YonYon), 엠플로(m-flo)의 DJ인 타쿠 타카하시(☆Taku Takahashi)와 함께 싱글 ‘Dreamin'’을 작업하거나 BLUE NOTE PLACE에서 라이브를 하는 등 일본과의 교류도 있었다. 슬롬 역시 스탠다드 프렌즈 자이언티의 <Zip>에 참여하면서 비슷한 음악을 해 봤다. 이 뛰어난 결과물은 확실히 노력과 도전의 산물이다.

그러나 <MINISERIES 2>의 가치는 단순히 앨범의 완성도에 있지 않다. 만약 그랬다면 컨템포러리 R&B라는 장르에 한정된 이야기가 됐을 일이다. 본작은 한국 대중음악의 다음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에 더욱 의미 있다. 올해 K팝 시장에 미친 J팝 풍의 곡들(투어스(TWS)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여자)아이들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QWER ‘고민중독’ 등)에는 모두 일본 음악의 단편적인 모습만이 담겨 있었다. 달력이 넘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질지 모르는, 한때의 흐름으로 소비되고 말 일이다. 수민과 슬롬은 달랐다. 드럼 앤 베이스와 보사노바를 섞어(‘신호등’) 유행의 생명력을 연장하거나, 뉴진스와 아르테미스(ARTMS)처럼 현대 인터넷 미학을 융합해 더욱 풍부한 감정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훌륭한 만듦새로 설득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분명 2024년을 대표하는 성취임이 틀림없다. (이한수)

Honorable Mention (11~50)

11. 미역수염 - 2
12. tripleS - ASSEMBLE24
13. 정인 & 마일드비츠 - 정인 & 마일드비츠
14. Sun Gin, 격 - 패솔로지
15. 모허 - 만화경
16. FOG - fogesque II
17. HAON, vangdale, Sik-K - KCTAPE, Vol.1
18. 차울 - Everything Bagel
19. Jihye Lee Orchestra - Infinite Connections
20. 잠 - 빛나

21. 김유진 - dudndudndudn
22. QM - 개미
23. Khundi Panda - MODM2 : The Bento Knight
24. 가재발 - Texture Music 2011 - 2020
25. Herhums - To Save Us All
26. 솔루션스 - N/A
27. EK - ESCAPE
28. 재현 - J
29. 모시 - 침묵하고 부수고 답하기
30. NCT 127 - WALK

31. 오미일곱 - a trail of fading
32. 수잔 - ALIVE
33. Maria Kim - Misty Blue
34. Wildberry - AGAPE
35. KONTRAJELLY - 미사여구뿐
36. RM - Right Place, Wrong Person
37. 요 -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
38. SURL - XYRUP
39. Skinny Chase - 선리기연
40. eosa - asoe

41. archie - here, this is happening
42. 존박 - PSST!
43. HYPNOSIS THERAPY - RAW SURVIVAL
44. 이나래 - 지금 어디
45. 왑띠 - 우리의 친구 머피처럼
46. 율음 - CICADA
47. evenif - Invitation From Space
48. 버둥 - 보호자
49. 스튜디오360 경음악단 - 예언
50. aespa - Armaged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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