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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후보 예측과 단평

by 이승원|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후보 예측과 단평 main image

비평적 토양이 부실한 국내 대중음악 씬의 리스너들은 한국대중음악상에 일종의 비평적 기능을 기대한다. 한국대중음악상 역시 탄생 시점부터 이 점을 강조해 왔고, 그 덕에 현재와 같은 수준의 비평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비평 집단으로서 한국대중음악상은 그 역할에 따라 좋은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을 가르는 척도 중 하나로 기능해야 하고, 나아가 숨겨진 좋은 음악을 많은 리스너들에게 전달하는 큐레이터로서 기능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대중음악상의 이번 선정은 전반적으로 적절했고, 제 기능을 어느 정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후보진에는 지난해를 빛낸 훌륭한 아티스트와 작품들이 즐비하며, 본 목록에 포함된 음악을 청취해 보는 것은 분명 지난해 국내 대중음악을 유의미하게 되짚는 일이 될 것이다. 실제로 나는 한국대중음악상의 이러한 역할 수행과 문화적 효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들의 기조를 상당 부분 지지하고 있기도 하다. 허나 몇몇 노미네이트나 일부 기조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가 분명하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지금보다 더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차후 이러한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이유로 본 글은 시상식의 긍정적 영향력을 응원하고 그 발전을 염원하는 차원의 글임에도 불구, 비판의 내용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다.

올해의 음반

  • 권나무 - 삶의 향기
  • Effie -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
  • 우희준 - 심장의 펌핑은 고문질
  • 이찬혁 - EROS
  • 제니(JENNIE) - Ruby
  • 추다혜차지스 - 소수민족

예상 : 이찬혁 - EROS
추천 : Effie -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

<EROS>는 좋은 작품이다. 비교 대상이 그의 전작 <ERROR>라고 한다면 더욱 그렇다. <ERROR>의 이찬혁이 <Dawn FM>의 콘셉트와 The Weeknd식 신스팝 구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EROS>의 그는 Prince나 Stevie Wonder에 대한 사운드적 오마주를 예술적으로 적절하게 승화시키며 보다 짜임새 있는 작품을 완성해 냈다. <존 윅 4>(2023)를 베끼면 도둑놈이지만 <현기증>(1958)을 베끼면 뭔가 있어 보인다는 영화판의 우스갯소리를 증명하듯 <EROS>는 표절 논란이 있던 전작과 달리 비평적/대중적 부문 모두에서 비교적 기복 없는 성공을 거뒀고, 그만큼 한국대중음악상이 그에게 올해의 대관을 내려줄 가능성 또한 낮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 한국대중음악상 측이 올해의 음반이라는 카테고리에 있어 대체로 ‘시대’라는 테마를 중요히 여겨왔다는 사실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탄핵 정국이 겹치던 직전 22회차 시상식에서 이들은 SUMIIN, Slom의 <MINISERIES 2>나 실리카겔의 <POWER ANDRE 99> 대신 단편선 순간들의 <음악만세>를 택하며 간접적인 메시지를 던졌고, 17회 시상식에서 C JAMM의 <킁>이나 검정치마의 <THIRSTY> 대신 백예린의 EP <Our love is great>를 선정하며 그녀가 시대의 상징적 인물로 부상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찬혁의 <EROS>는 이러한 맥락상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사랑이라는 테마의 본질을 탐구하는 <EROS>는 (최근 Bad Bunny의 슈퍼볼 무대가 그랬듯) 혐오로 가득 찬 작금의 혼란한 시대 속 보편적 사랑이라는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며, 이찬혁이라는 아티스트의 예술적 성향을 보편적으로 전달하는 데 기여한 성공적 작품이다. 이처럼 한국대중음악상의 과거 경향/입맛에 잘 들어맞는 작품을 선정위원진 다수가 지나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 선정위원진에 포함된 다수의 평론가들이 본작을 올해의 앨범 중 하나로 뽑은 기록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EROS>가 지난해 발매된 모든 음반 위에 군림할 만큼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보이는 작품인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멸종위기사랑’이 히트 넘버로서 발휘한 파급력은 물론 상당했지만 나머지 트랙의 직관적 전달력, 음악적 참신성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멸종위기사랑’ 이후 작품의 후반부는 특히 무겁게 침잠하는 사운드와 평이한 진행으로 일관하여 전개의 무료함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Effie의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는 보다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본작은 근래 하이퍼팝 씬을 상징하는 위치에 올라선 Effie의 매력이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임과 동시에 그 음악적 진취성을 매우 과감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20세기 출생들은 이제 좀 꺼져 보라는 당돌함과 클럽 파티의 직관적 포용성이 공존할 만큼 작품의 다양성은 뛰어나며, kimj와 함께 한 작품의 소리는 순간순간의 치밀한 쾌로 가득하다. 6곡짜리 EP에 올해의 앨범상을 시상하는 일이 물론 꺼려질 수 있겠으나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는 그럼에도 분명 해당 후보 내에서 가장 음악적으로 강력한 작품이고, 그렇기에 본 부문을 실제로 수상한다 하여도 어색함이 없을 것이다.

올해의 노래

  • 우희준 - 넓은 집
  • 이찬혁 - 멸종위기사랑
  • 제니(JENNIE) - like JENNIE
  • NMIXX - Blue Valentine
  • 추다혜차지스 - 허쎄

예상 : 이찬혁 - 멸종위기사랑
추천 : 이찬혁 - 멸종위기사랑 or NMIXX - Blue Valentine

개인적 평가나 선호와 별개로 우희준의 ‘넓은 집’이 올해의 노래 부문에 오른 것은 다소 의외의 일이었다. 어떠한 대중적 성취가 있었던 곡이 아니었음은 물론 직관적인 멜로디나 구성으로 호소하는 류의 곡도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넓은 집’은 후보군 중에서 가장 복잡한 종류의 이해를 요하는 작품이다.) 비교적 대중적 성취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올해의 노래 부문 특성상 이런 류의 곡이 수상 후보에 갑작스레 오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고, 언뜻 상징적인 지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후보는 이찬혁의 ‘멸종위기사랑’이다. 지난 <ERROR>보다도 한 단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EROS>,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트랙인 ‘멸종위기사랑’은 곡의 완성도나 대중적 성취 등 여러 면에서 훌륭하며, 그만큼 ‘올해의 노래’로 지명하는 데 이렇다 할 손색이 없다. 한국대중음악상 측이 음악가로서의 이찬혁을 비교적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이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Blue Valentine’은 또 다른 합리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각종 차트의 최상단을 차지한 대중적 성취는 이루 말할 바가 없으며, 모든 종류의 사운드를 제멋대로 집어삼키는 K팝의 특징적 매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곡이다. 물론 ‘Blue Valentine’이 NMIXX의 커리어 내에서 가장 뛰어난 트랙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Blue Valentine’은 그럼에도 충분히 인상적인 곡이며 ‘올해의 노래’ 지위에 오른다 하여도 이렇다 할 어색함이 없다.

올해의 음악인

  • Effie
  • NMIXX
  • 이찬혁
  • 제니 (JENNIE)
  • 한로로

예상 : 이찬혁
추천 : Effie

Effie는 지난해 정말 놀라운 한 해를 보냈다. 씬 내의 열광적인 주목과 지지를 끌어모았을 뿐만 아니라 해당 장르의 얼굴과도 같은 지위로 급부상하며 현 시대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NMIXX 또한 험난한 커리어를 지나 놀라운 비상에 성공했고, 이찬혁과 제니 역시 스스로의 높은 지위를 재차 공고히 했다. 시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납득 가능한 명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허나 싱어송라이터 한로로가 올해의 음악인 중 하나로 선정되었음은 분명히 비판의 여지가 있다. 물론 그녀가 지난해 국내 인디의 대중성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자리에 올라섰음은 부정할 수 없겠으나, 비평적 지위를 자처한 한국대중음악상이 본 시상의 주체인 만큼 올해의 음악인이라는 카테고리의 평가 기준에는 대중적 성취 이외에도 아티스트 본연의 음악적 성취 또한 포함될 필요가 있다. 한로로는 물론 훌륭한 아티스트이지만, 커리어 내에서 가장 음악적 매력이 떨어진다 평가받는 EP <자몽살구클럽> 하나만을 발매한 (이벤트성 싱글인 ‘뛰어!’의 경우는 제외했다.) 2025년을 그녀의 빛나는 한해로 꼽는 일은 다소 부적절하게 느껴진다. 사운드 본연의 청각적 쾌감은 물론 수사의 언어적 매력까지, 어느 부분을 살펴보아도 <자몽살구클럽>보다는 앞선 <집>이나 <이상비행>, ‘입춘’ 쪽이 더욱 강력하다. 동명의 소설과 함께 감상한다면 더 흥미롭다는 의견도 있긴 하나, 음반에 대한 판단을 다른 매체에 종속시킬 이유는 조금도 없다. 음악적으로 가장 미진했던 그녀의 2025년을 억지로 치하하는 일은 도리어 인상적이었던 지난 2022년~2024년을 폄하하는 꼴이 될 것이다.

힙합 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K-FLIP>의 Sik-K와 프로듀서 Lil Moshpit, 지난해 Effie의 모든 앨범을 프로듀싱하는 등 국내 언더그라운드 씬 변화의 중심을 차지한 프로듀서 kimj, 작품 활동과 제자 양성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전자음악가 키라라, 개인 작품 활동과 컴필레이션 참여 등으로 국내 언더그라운드 씬을 격려한 bojvck 등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매력적인 이름들이다.

그래서 어떤 후보가 해당 부문을 수상할 것인가.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2012년 ‘강남스타일’의 PSY에게 선뜻 트로피를 건네주고, 세계급 스타가 되었다는 이유로 방탄소년단에게 3번의 올해의 음악인상을 시상하는 등 예술적 성취 외의 다른 요소가 수상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2024년 앨범 한 장 없이 ‘APT.’와 ‘number one girl’ 단 두 곡만을 발매한 로제를 ‘올해의 음악인’ 후보에 떡하니 들여놓았던 지난해 선정은 심히 당황스럽기도 하다. 해외 차트 성과 자체를 예술적 활약의 일부로 여기겠다 한다면 딱히 할 말이 없지만, 차트 성적으로 트로피를 쥐여주는 건 멜론 뮤직 어워드 정도로 족하지 않은가. 음악적 성취가 높은 상업적 성과로 이어진 것과, 상업적 영향력에 음악적 인지도가 부차적으로 딸려오는 것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시상식의 최근 추세는 이러한 애국심 고취 경향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직전 시상식에서는 이승윤이 블랙핑크 로제 대신, 그 전 시상식에서는 밴드 실리카겔이 방탄소년단 정국 대신 올해의 음악인으로 지명됐다. 이로 미루어 보면 국내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 이찬혁의 수상 가능성을 제니나 Effie의 경우보다 조금 더 높게 점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신인

  • 공원
  • RAKUNELAMA
  • 우희준
  • ALLDAY PROJECT
  • Peach Truck Hijackers

예상 : 우희준
추천 : 우희준

올해의 신인 후보 목록에는 지난해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한 젊은 아티스트들이 호명되며 그 자리를 빛냈다. 슈게이즈/드림 팝 기반의 EP <01>로 데뷔를 알리고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4>에 출연하기도 하며 곳곳의 주목을 받은 싱어송라이터 공원부터 다채롭고 산뜻한 사운드의 EP <LUCHADOR>을 발표하며 씬의 이목을 끌어모은 듀오 RAKUNELAMA, 지난해 인디 최대의 화제작 중 하나인 <심장의 펌핑은 고문질>로 데뷔하며 단숨에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로 자리매김한 싱어송라이터 우희준, 혼성그룹의 한계를 타파하며 K팝 메인스트림에 도전장을 날린 그룹 ALLDAY PROJECT, 직선적인 개러지 사운드로 탄탄한 데뷔를 알린 여성 록 밴드 Peach Truck Hijackers까지, 총 5팀 모두 지난해 각 장르를 빛낸 인상적인 신인들이었고,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팀들이다. 후보 명단 중에서 가장 유력한 이름은 단연 우희준으로, 올해의 앨범/노래 부문에도 이름을 올린 그녀에게 본 트로피가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진다.

최우수 록 음반

  • Wah Wah Wah, 놀이도감 - UBUBU
  • 초록불꽃소년단 - GREENROOF
  • Peach Truck Hijackers - Peach Truck Hijackers
  • YB (윤도현 밴드) - Odyssey

예상 : Wah Wah Wah, 놀이도감 - UBUBU
추천 : Peach Truck Hijackers - Peach Truck Hijackers

최우수 록 노래

  • 배철수 - 이어도 (파랑도)
  • Wah Wah Wah, 놀이도감 - Uncertainty
  • 유인원 - Apocalypse
  • 이승윤 - PunKanon
  • 초록불꽃소년단 - 진심

예상 : Wah Wah Wah, 놀이도감 - Uncertainty
추천 : Wah Wah Wah, 놀이도감 - Uncertainty

록 부문과 얼터너티브 록 부문의 차이는 무엇인가. 물론 그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겠지만, 한국대중음악상 측은 일단 하드 록이나 고전 사이키델릭 록, 개러지 록, 루츠 록 등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이 태동하기 이전 시대 록의 정신이나 요소를 이어가는 작품들을 록 부문에, 이후 21세기 입맛에 의해 개종되고 변형된 록의 기조를 따르는 작품들을 얼터너티브 록 부문에 할당한 것으로 보인다. 록 부문의 무게감이 비교적 약해 보이는 문제 또한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다. 21세기만 해도 어느덧 1/4이 넘게 흐른 지금, 1990년대 이전의 록에 대한 수요도, 공급도 이전의 열광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할 테니 말이다.

물론 지난 한 해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되는 작품을 취합한 후보 각각의 면면은 훌륭하다. 실리카겔 김춘추의 솔로 프로젝트 놀이도감과 밴드 Wah Wah Wah는 지난해 가장 인상적인 사이키델릭 록 넘버 중 하나인 ‘Uncertainty’와 해당 곡이 수록된 EP <UBUBU>를 발표하며 양 부문 모두에 이름을 올렸고, 어느덧 베테랑 밴드 반열에 올라선 펑크 밴드 초록불꽃소년단 역시 그들의 세 번째 정규작 <GREENROOF>와 타이틀 트랙 ‘진심’을 모두 후보에 올렸다. 각각 개러지와 사이키델릭을 표방하는 신예 밴드 Peach Truck Hijackers와 유인원 또한 지난해 인상적인 활동을 이어가며 후보에 지명되는 영예를 안았다.

허나 몇몇 후보들의 지명은 다소 의문스럽고, 비판의 여지가 있다. 우선 YB가 지난 2월 발표한 흥미로운 EP <Odyssey>는 (선정위원 배순탁이 직접 언급했듯) 젠트(Djent)의 요소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세부 장르 내에서 해석의 여지는 있겠지만 젠트는 틀림없이 메탈의 한 분파이며, 그렇기에 일반 록 부문이 아닌 메탈/헤비니스의 맥락에서 다뤄져야 마땅하다. 메탈/헤비니스를 따로 분류하지 않는 류의 시상식이라면 참작의 여지가 있겠으나 한국대중음악상은 분명히 헤비니스 장르를 개별 부문으로 취급하고 있고, 이러한 맥락에서 <Odyssey>의 록 부문 후보 지명은 다소 석연찮게 느껴진다.

최우수 록 노래 부문에 지명된 배철수의 ‘이어도(파랑도)’와 이승윤의 ‘PunKanon’ 또한 그 선정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두 트랙은 모두 아티스트가 앞서 발표했던 곡(’마라도’, ‘캐논’)을 리메이크한 곡으로, 완성도 면에서 특별히 미비한 것은 아니지만 한해 가장 돋보이는 음악 창작물이 포함되어야 할 한국대중음악상 후보 자리에 굳이 지명될 만큼 인상적인 리메이크라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한국대중음악상의 총아 이승윤의 ‘PunKanon’은 기존 곡인 ‘캐논’을 공연용으로 어레인지한 정도일 뿐 어떤 재해석이나 발전이 있었다 보기는 어려우며, 배철수의 ‘이어도(파랑도)’는 리메이크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원곡과의 차이가 미미하다. 이미 평가가 완료된 곡에 후보를 할애할 바에 다른 훌륭한 곡을 후보에 지명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당장 앨범 부문에도 지정된 Peach Truck Hijackers의 ‘Fuck You’ 같은 곡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고, 비슷한 맥락으로 향우회, PCR, 칩 포스트 갱 같은 신진 밴드들의 곡 또한 이 자리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

지난해 가장 매력적인 사이키델릭 어프로치를 보여주었던 ‘Uncertainty’, <UBUBU>의 Wah Wah Wah-놀이도감은 후보 중 가장 유력한 이름이다. 물론 <UBUBU>가 EP 단위의 짧은 작품인 만큼 경우에 따라 초록불꽃소년단의 <GREENROOF>나 Peach Truck Hijackers의 데뷔작 <Peach Truck Hijackers>에 앨범 부문 수상이 돌아간다 하여도 크게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음반

  • 고고학 (Gogohawk) - VOL.07
  • 세이수미 - Time is Not Yours
  • 신인류 - 빛나는 스트라이크
  • 우희준 - 심장의 펌핑은 고문질
  • 한로로 - 자몽살구클럽

예상 : 우희준 - 심장의 펌핑은 고문질
추천 : 우희준 - 심장의 펌핑은 고문질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노래

  • 놀이도감 - Truthbuster
  • 신인류 - 정면돌파
  • 우희준 - 넓은 집
  • 정우 - 철의 삶
  • 한로로 - 시간을 달리네

예상 : 우희준 - 넓은 집
추천 : 정우 - 철의 삶

모던 록 부문은 올해 시상식부터 그 명명을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부문으로 변경했다. 그런지로도 통하는 얼터너티브 록 장르와 혼동을 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모던이라는 단어가 현대 록의 여러 장르들을 자연스럽게 포괄할 수 없다는 문제에서 기인한 변경으로 보인다.

변경된 이름으로 처음 시상되는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부문에는 신선한 이름의 선전이 돋보인다. 지난해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밴드 신인류와 지난해 첫 데뷔를 알린 싱어송라이터 우희준이 양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후보로 지명된 경력은 있지만 아직 신예급으로 통하는 싱어송라이터 한로로 역시 지난해 EP 한 장을 발표하며 양쪽 모두에 이름을 올렸고, 부산 인디의 자존심 세이수미, 국내 모던 록의 직선적 매력을 계승하는 밴드 고고학, 실리카겔 김춘추의 솔로 프로젝트 놀이도감, 현재 국내 인디 씬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정우가 나머지 빈자리를 공고하게 채워냈다.

훌륭한 작품이 가득한 후보 선정이지만 앞서 언급했듯 한로로의 양 부문 노미네이트는 다분히 의문스럽다. 견해 차이는 있겠지만 한로로의 지난 EP <자몽살구클럽>은 통상 그녀의 커리어-로우, 다시 말해 그녀의 짧은 커리어 중 가장 음악적 매력이 떨어진다 평가받는 작품이며, 후보로 지명되지 못한 다른 훌륭한 작품들을 제치고 후보 명단에 들어갈 당위가 부족하다. 굳이 대중적인 어프로치를 챙겨야 했다면 노래 부문에 실리카겔의 훌륭한 곡들(‘BIG VOID’, ‘南宮FEFERE’) 중 하나를 지명할 수 있었고, 잔나비의 멋진 트랙 ‘모든 소년 소녀들1 : 버드맨’을 고려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넓은 집’의 선정 역시 의문의 여지가 있다. ‘넓은 집’이 수록된 정규작 <심장의 펌핑은 고문질>은 물론 록의 요소를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지만 ‘넓은 집’이라는 트랙 자체는 록보다는 포크의 맥락에서 해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록과 포크의 장르적 경계선이 비교적 모호한 것은 사실이나 ‘넓은 집’은 악기 구성, 핵심 정서 등 여러 부분에서 포크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으며, 그렇기에 포크 부문 후보로 할당하는 것이 더욱 적절해 보인다.

수상의 경우 우희준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종합 분야에 골고루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선정위원진 다수가 그녀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암시하는 셈이다. 대중적인 성과를 거두며 많은 이의 귀에 오르내린 한로로의 ‘시간을 달리네’, 산뜻하고 친근한 멜로디를 보유한 신인류의 ‘정면돌파’는 우희준의 ‘넓은 집’과 달리 큰 호불호를 타지 않을 후보들이며, 선정 과정에 따라 충분히 해당 부문을 수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 정우의 신선한 어프로치가 돋보이는 ‘철의 삶’은 지난해 가장 흥미로웠던 곡 중 하나로, 해당 부문을 수상한다면 제법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최우수 헤비니스 음반

  • 로스오브인펙션 (Loss of infection) - 罰錢
  • DULOM - AXIOM ZERO
  • 메쓰카멜 (METHKAMEL) - Circle
  • baan - neumann
  • 체인리액션 (CHAIN REACTION) - A LOVE SUPREME

예상 : baan - neumann
추천 : baan - neumann

무속적 공포와 토속적 기괴함을 특유의 압도적인 데스 메탈/메탈코어 사운드로 집중시키는 로스오브인펙션의 EP <罰錢>, 다양한 사운드 진행을 디스토피아 서사로 승화시키는 DULOM의 <AXIOM ZERO>, 스래시와 프로그레시브의 정통을 매력적으로 계승하는 메쓰카멜의 2집 <Circle>, 숨 막히는 속력과 소음, 중력을 강렬하게 압축시켜 발산하는 밴드 baan의 2집 <neumann>, 놀랍도록 발전한 구성미와 스크리모의 서정이 휘몰아치는 체인리액션의 <A LOVE SUPREME>, 총 5개의 작품이 최우수 헤비니스 음반 부문의 후보로 선정되었다. 비록 현재는 메탈 등의 장르가 소수에 마니아층에게만 그 소구력을 발휘하고 있다지만 본 부문에 후보로 지명된 작품들을 청취해 보는 일은 분명히 누구에게나 신선하고 짜릿한 경험이 될 것이다. 미역수염의 기타리스트 반재현이 이끄는 밴드 baan의 <neumann>은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그 놀라운 완성도로 국내외 마니아층과 평단을 매료한 기록이 있다.

최우수 팝 음반

  • 백예린 (Yerin Baek) - Flash and Core
  • 송소희 - Re:5
  • 이찬혁 - EROS
  • 임현정 - Extraordinary
  • 주혜린 - stereo

예상 : 이찬혁 - EROS
추천 : 주혜린 - stereo

최우수 팝 노래

  • 백예린 (Yerin Baek) - MIRROR
  • 이찬혁 - 멸종위기사랑
  • 임현정 - 나에게로 가는 길은 아름답다
  • 조월 - 당신의 사랑을 빌미로 (feat. 해파)
  • 화사 (HWASA) - Good Goodbye

예상 : 이찬혁 - 멸종위기사랑
추천 : 이찬혁 - 멸종위기사랑

최우수 팝 부문에는 국내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두 싱어송라이터 백예린, 이찬혁과 1974년생의 베테랑 싱어송라이터 임현정이 양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백예린은 오랫동안 함께해 온 프로듀서 구름 대신 프로듀서 PEEJAY와 호흡을 맞추며 성공적인 음악적 확장을 선보였고, 이찬혁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전작 <ERROR>에서 한 단계 진화에 성공한 2집 <EROS>를 통해 대중과 마니아층을 아우르는 폭넓은 설득력을 보여줬다.

임현정의 양 부문 노미네이트는 다소 당황스러운 지점이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대동한 임현정의 역작 <Extraordinary>는 물론 반주의 완성도가 훌륭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밖의 선율 진행, 가사 구성, 보컬과의 조화 등 여러 면모에서의 명확한 약점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멜로디 구성과 곡 진행에 있어서는 2010년대 이전의 고루한 구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수사적 표현 또한 매우 평범하여 특출난 구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장황하게 뻗어가는 사운드에 비해 유독 연약한 보컬은 종종 감상을 해치기도. 충분한 음악적 전문성을 보유한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단이 이러한 지점을 놓쳤을 리는 만무하다. 선정위원 이규탁은 선정의 변에서 “정규 앨범조차도 3분 미만의 곡 10여 개로 40분이 채 안 되는 러닝타임을 가지는 것이 대부분인 최근의 경향과는 달리, 12곡에 65분이라는 고전적인 앨범 구성을 따르며 중견 음악인의 앨범에 사람들이 바라는 바를 충족한다.”라고 기술하였지만, 많은 트랙 수와 충분한 러닝타임이 꼭 훌륭한 앨범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견 음악인의 앨범에 사람들이 바라는 바는 많은 음악보다는 훌륭한 음악일 것이다.

화사의 ‘Good Goodbye’가 수상하는 것 또한 한국대중음악상의 본질적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청룡영화제에서의 멋진 축하무대를 통해 지난해의 히트곡 중 하나로 거듭난 ‘Good Goodbye’는 우선 코러스 파트에 크게 의존하는 곡이다. 보컬의 짙은 색채와 친숙한 코러스 멜로디/코드 진행으로 청자를 설득하는 방식을 취하며, 그 외의 파트가 가지는 직선적 전달력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코러스 파트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짜임새를 보여주는 것에 비해 벌스의 사운드 레이어 또한 상당히 허술하게 구성되어 있다. 물론 그 자체로 곡의 큰 결점이 되는 것은 아니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그 중요한 코러스 멜로디가 팝에서 매우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선율의 재연이라는 점이다. 최근만 하여도 제니의 ‘start a war’나 로제의 ‘APT.’, IVE의 ‘I WANT’가 유사한 멜로디를 사용했고, 멀게는 ‘Night Changes’의 One Direction이나 ‘Judas’의 Lady Gaga, 가깝게는 ‘White Mercedes’의 Charli xcx와 ‘One of your Girls’의 Troye Sivan이 사용한 바 있다. 이것이 팝 음악 등에서 공공연하게 돌려쓰는 멜로디인 만큼 표절 따위를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멜로디/코드 사용이 그 자체로 곡의 결격 사유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토록 머니-멜로디 내지는 머니-코드에 의존하는 음악이 그 멜로디에 과하게 의존하고, 그 이상의 예술적 재해석이 부족한 경우라면 보다 엄한 잣대를 들이대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해당 멜로디/코드를 ‘Good Goodbye’ 같은 식의 굵직한 발라드로 해석한 사례는 이전에도 분명히 존재했고, ‘Good Goodbye’는 그런 면에서의 신선함이 떨어지는 곡이다.

매력적인 후보와 석연찮은 후보가 공존하는 라인업에서 주혜린의 존재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 시상식 올해의 신인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한 주혜린은 지난해 커리어 두 번째 EP <stereo>와 리메이크 EP <Re-Make>를 연달아 발표하며 놀라운 음악적 발전을 보여준 바 있다. 작품의 이음새와 맺음새 등 여러 면모를 고려하였을 때 후보 명단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이름이다. 물론 지난해 뚜렷한 대중적 성과를 거둔 이찬혁에게 팝 부문 모든 트로피가 향할 확률이 높아 보이지만, 이 정도의 음악적 역량과 매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싱어송라이터를 그냥 지나치기는 무척 아쉬운 일이다.

최우수 케이팝 음반

  • 마크 - The Firstfruit - The 1st Album
  • NMIXX - Fe3O4: FORWARD
  • NMIXX - Blue Valentine
  • 제니 (JENNIE) - Ruby
  • 채영 (TWICE) - LIL FANTASY vol.1

예상 : NMIXX - Blue Valentine
추천 : NMIXX - Fe3O4: FORWARD

최우수 케이팝 노래

  • LE SSERAFIM (르세라핌) - SPAGHETTI (feat. j-hope of BTS)’
  • ALLDAY PROJECT - FAMOUS
  • NMIXX - Blue Valentine
  • 제니 (JENNIE) - like JENNIE
  • Hearts2Hearts (하츠투하츠) - FOCUS

예상 : NMIXX - Blue Valentine
추천 : NMIXX - Blue Valentine

케이팝 부문은 NMIXX와 제니의 약진이 돋보인다. 지난해 K팝에서 가장 인상적인 음악적 성과를 보여준 NMIXX는 EP <Fe3O4: FORWARD>와 정규 앨범 <Blue Valentine>을 동시에 앨범 부문 후보에 올리는 기염을 토하며 당해의 주연 자리를 공고히 했고, 제니 역시 다채로운 매력의 솔로 앨범 <Ruby>로 선정위원단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개인 송캠프를 구성하여 이색적인 솔로 앨범을 만들어 낸 TWICE 채영, 지난해 첫 솔로 정규 앨범을 발표한 NCT의 핵심 멤버 마크가 앨범 부문을 빛냈고, 그룹을 단숨에 K팝 최대 유망주 자리에 올려놓은 ALLDAY PROJECT의 데뷔곡 ‘FAMOUS’, Hearts2Hearts의 감각적인 히트 넘버 ‘FOCUS’, 르세라핌의 최신곡 ‘SPAGHETTI’가 최우수 노래 부문에 자리했다.

전반적으로 합리적인 선정이지만 LE SSERAFIM의 ‘SPAGHETTI’가 최우수 케이팝 노래 부문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 ‘SPAGHETTI’는 르세라핌의 커리어 내에서도 크게 돋보이는 곡이 아닐뿐더러 고유의 콘셉트를 음악적으로 적절히 전달하는 데 난항을 겪는 곡이다. 앞서 르세라핌의 성공적인 곡으로 여겨지는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등을 후보 선정에서 제외했던 한국대중음악상이 별안간 ‘SPAGHETTI’ 같은 곡을 후보에 올려놓는 모습은 다소 석연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당장 앨범 부문에 이름을 올린 마크의 ‘1999’/‘프락치’, 채영의 ‘그림자놀이’, NMIXX의 ‘Papillon’ 같은 곡이 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고, ILLIT의 ‘빌려온 고양이’/’little monster’나 RIIZE의 ‘잉걸’, Yves의 ‘White Cat’/’Soap’ 등 훌륭한 외부 대안을 고려하는 것 역시 가능했을 것이다.

지난해 NMIXX가 매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만큼 음반 부문과 노래 부문 모든 트로피가 NMIXX에게 향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앨범 부문의 경우 히트곡 ‘Blue Valentine’이 수록된 정규작 <Blue Valentine>의 수상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하나, 인상적인 음악적 변화를 선보였던 EP <Fe3O4: FORWARD>가 수상하는 것 또한 제법 흥미로운 그림이 될 것이다. 종합분야에 이름을 고루 올린 제니는 가장 강력한 대항마이며, 두 부문 중 어느 하나가 그녀에게 돌아간다 하여도 크게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최우수 랩&힙합 음반

  • viceversa - ANIMAL FKRY
  • 비프리 (B-Free) - Free The Mane 3 “Free The Mane VS B-Free”
  • 식케이 (Sik-K), Lil Moshpit - K-FLIP+
  • Effie -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
  • 염따 - 살아숨셔 4

예상 : Effie -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
추천 : Sik-K, Lil Moshpit - K-FLIP+

최우수 랩&힙합 노래

  • 비프리 (B-Free) - 네르갈
  • 식케이 (Sik-K), Lil Moshpit - LOV3 (Feat. Bryan Chase, Okasian)
  • C JAMM - 레이어드
  • Effie - CAN I SIP 담배
  • 염따 - IE러니

예상 : Sik-K, Lil Moshpit - LOV3 (Feat. Bryan Chase, Okasian)
추천 : Sik-K, Lil Moshpit - LOV3 (Feat. Bryan Chase, Okasian)

풍성한 한 해를 보냈던 랩&힙합 부문 후보 선정은 비교적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통상 가장 강력한 올해의 앨범 후보로 꼽히는 <K-FLIP+>의 Sik-K-Lil Moshpit과 <살아숨셔 4>의 염따는 당연하다는 듯 양 부문 모두에 이름을 올렸고, 옥중 앨범으로 저력을 과시한 비프리와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Effie 또한 앨범과 노래 양쪽 모든 후보에 지명되는 기염을 토했다. 나머지 자리는 지난해 주목받지 못한 수작으로 여겨지는 viceversa의 <ANIMAL FKRY>와 C JAMM의 훌륭한 싱글 ‘레이어드’의 차지였다.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합리적인 선정이기에 비판할 여지는 크지 않다. 2025년 최대의 화제작 <YAHO>를 후보에서 제외한 것에는 물론 동의할 수 없으나, 여러 장르 씬을 아우르는 한국대중음악상의 문화적 위치와 선정위원진 내 보수적 시각의 존재를 고려하였을 때 이 또한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선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EK의 <YAHO>나 Extra Small의 <Tears>, Moldy의 <Kpop Addict> 등 도전적인 류의 작품들이 일부 언급되었다면 확장성 측면에서 더욱 반가웠겠지만 후보 라인업 자체에 이렇다 할 문제 제기를 하기는 어려울 노릇이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신예 중 하나였던 Molly Yam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 정도는 다소 아쉬운 지점.

올해의 앨범 부문에도 후보로 호명된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는 음반 부문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이며, 힙합 씬 내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K-FLIP+>이 그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보인다. 더불어 2025년 최고의 랩/힙합 앨범으로 <Free The Mane 3 “Free The Mane VS B-Free”>를 선정한 웹진 리드머의 필진 다수가 선정위원에 포함되어 있는 만큼 해당 앨범이 수상의 영예를 안는 경우 또한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노래 부문의 경우 올해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은 트랙 ‘LOV3’의 수상이 매우 유력해 보이나 ‘CAN I SIP 담배’나 ‘IE러니’ 같은 매력적인 후보가 수상할 확률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뭐, 어떤 곡이 수상하든 지난해의 당혹스러운 수상보다는 낫지 않을까.

최우수 알앤비&소울 앨범

  • shinjihang - NONG
  • 비비 (BIBI) - EVE : ROMANCE
  • 윤다혜 - 개미의 왕
  • jeebanoff - Misery
  • 추다혜차지스 - 소수민족

예상 : 추다혜차지스 - 소수민족
추천 : 윤다혜 - 개미의 왕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 RAKUNELAMA - B
  • A.TRAIN - POVIDONE (feat. 단편선)
  • 윤다혜 - 그녀는 손가락 금붕어
  • 주혜린 - Busy Boy
  • 추다혜차지스 - 허쎄

예상 : 추다혜차지스 - 허쎄
추천 : 윤다혜 - 그녀는 손가락 금붕어 or 주혜린 - Busy Boy

서사무엘, 수민 등 전통의 강자가 부재한 최우수 알앤비&소울 파트에는 신예급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눈에 들어온다. Mine Field 소속의 촉망받는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윤다혜는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이름으로, 확장적 기조의 데뷔작 <개미의 왕>과 함께 2개 부문 모두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거뒀다. 같은 Mine Field 소속의 수위급 프로듀서 혜민송(hyeminsong)이 힘을 더한 <개미의 왕>은 지난해 국내에서 발표된 알앤비 작품들 중 가장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인상적인 사운드 구성을 선보인 작품이며, 두 부문 모두를 실제로 수상한다 하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EP <stereo>를 팝 부문 후보에 올리기도 한 싱어송라이터 주혜린(왜 앨범은 팝 부문에, 노래는 알앤비&소울 부문에 분류하였는지는 의문이다.), 유연하고 산뜻한 음악 세계를 선보이는 듀오 RAKUNELAMA, Just Music - AP Alchemy 사단의 또 다른 비밀병기 shinjihang 등 다양한 신진급 아티스트들의 활약 역시 주목할 만한 지점.

무가와 흑인음악의 절묘한 융합을 보여주는 밴드 추다혜차지스 역시 윤다혜와 함께 양 부문 모두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앞선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의 충격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본작은 비교적 덜 흥미롭게 다가올 여지가 있겠으나, <소수민족>은 여전히 훌륭한 작품이고, 한국대중음악상 측은 본작을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보다도 인상적인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노래 두 부문에 모두 이름을 올린 추다혜차지스가 두 부문을 모두 가져갈 확률이 높아 보이기도 하지만 윤다혜-혜민송의 놀라운 호흡, 주혜린의 치밀하고 친밀한 터치를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상당히 아쉬운 일이 될 것이다.

최우수 포크 음반

  • 권나무 - 삶의 향기
  • 김활성 - 남은 숲
  • 루시드폴 - 또 다른 곳
  • 산만한시선 - 산만한시선 2
  • 정태춘, 박은옥 - 집중호우 사이

예상 : 권나무 - 삶의 향기
추천 : 산만한시선 - 산만한시선 2

최우수 포크 노래

  • 권나무 - 그렇게, 나도 모르게
  • 김창완 - '하루
  • 김활성 - 남은 숲
  • 산만한시선 - 개의 심장
  • 정태춘, 박은옥 - 집중호우 사이

예상 : 산만한시선 - 개의 심장
추천 : 권나무 - 그렇게, 나도 모르게

최우수 포크 부문 역시 어느 정도 예상된 범위 내에서 후보 지명이 이루어졌다. 지난해 훌륭한 정규 앨범 <삶의 향기>를 발매한 포크 씬의 거목 권나무, 직전 시상식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받은 포크 듀오 산만한시선이 각자의 훌륭한 작품으로 두 부문 모두에 이름을 올렸고, 13년 만에 복귀를 알린 전설적 듀오 정태춘-박은옥, 백석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하며 지난해 첫 공식 유통 앨범을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김활성 또한 각각 두 자리를 차지했다. 포크트로니카 계열의 훌륭한 작품들이 (일렉트로닉 부문을 포함한) 명단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지나, 전반적으로 납득 가능할 만한 선정이며 하나하나 모두 훌륭한 작품들이다. 시상의 경우 올해의 앨범 부문에 이름을 올린 권나무에게 하나 이상의 수상이 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산만한시선, 정태춘-박은옥 등의 이름이 호명된다 하여도 어색하지 않겠다.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 NECTA - Seoul Bizarre
  • bojvck - UnderNationWide
  • Effie - E
  • Yetsuby - 4EVA
  • KIRARA (키라라) - 키라라

예상 : Effie - E
추천 : KIRARA - 키라라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

  • Naojusung - 영원한 빛 (feat. 김뜻돌)
  • NECTA - Lady Love
  • MELKI - BODY BREAK
  • Effie - open ur eyes
  • KIRARA (키라라) - 음악 (with 선우정아)

예상 : KIRARA - 음악 (with 선우정아)
추천 : Effie - open ur eyes or NECTA - Lady Love

일렉트로닉 부문은 다양한 씬을 아우르는 포괄적 선정을 보여줬다. 전자음악 문화를 상징하는 클럽 씬은 물론 젊음이 살아 숨 쉬는 스트릿 씬, 짜릿한 순간의 매력을 담보하는 하이퍼팝 씬까지(물론 Effie의 <E>는 팝 부문에 포함될 수도 있었다.), 해당 라인업을 면밀히 훑어보는 것만으로 국내 전자음악의 지형도를 아주 간략하게나마 파악할 수도 있겠다.

지난해 셀프타이틀 <키라라>를 발매한 한국대중음악상의 단골 손님 KIRARA는 올해도 2개의 노미네이트를 추가하며 한국대중음악상 총 10회 노미네이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Effie는 힙합 부문에 이어 본 일렉트로닉 부문에도 2개의 이름을 올렸으며, <Seoul Bizarre>로 놀라운 음악적 변신에 성공한 NECTA 또한 양 부문 모두에 호명되며 본인의 이름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이어 음반 부문에는 수준 높은 IDM 터치를 보여준 <4EVA>의 Yetsuby와 스트릿 씬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bojvck이 자리했고, 노래 부문에는 지난해 가장 파괴적이었던 바디 호러 트랙 ‘BODY BREAK’의 MELKI, 김뜻돌의 목소리와 함께 아기자기한 매력을 뽐낸 ‘영원한 빛’의 Naojusung이 호명됐다.

앨범 부문의 경우 올해 가장 뜨거운 활약을 보여줬던 Effie와 셀프 타이틀 앨범으로 폭넓은 음악적 역량을 과시한 KIRARA, 인상적인 전자적 상상력을 발휘한 Yetsuby 중 하나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아 보인다. KIRARA와 Yetsuby는 이미 이전 수상과 노미네이트 경력으로 그 음악가적 신뢰를 증명한 인물들이고, Effie는 당 시상식에서의 주목도가 가장 높은 인물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이미 올해의 인물 중 하나로 Effie를 호명한 만큼 <E>의 수상 가능성이 근소하게 높아 보이긴 하나, <E>가 팝의 영역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유의미한 차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노래 부문의 경우 선우정아와 키라라, 두 공인된 아티스트가 협업한 ‘음악’이 선정위원진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하나 ‘음악’이 앨범 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이 아니었던 만큼 Effie나 NECTA의 곡이 수상의 영예를 안는 것 역시 매력적인 방안이 될 수 있겠다.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

  • 강윤미, John Stowell - A Timeless Place
  • Maria Kim (마리아 킴) - Love Letters
  • 말로 - MALO LIVE AT MUDDY
  • 올디 벗 구디 - Oldie but Goodie
  • 하경 - BREATHING IN

예상 : 말로 - MALO LIVE AT MUDDY
추천 : 강윤미, John Stowell - A Timeless Place

최우수 재즈 연주 음반

  • 신아람 - 비움프로젝트 II : After BIUM
  • 용리와 돌아온탕자들 (yonglee & the DOLTANG) - Invisible Worker
  • 임미정 (Mijung Lim) - Impromptu
  • 정수민 (Sumin Jung) - 잔해
  • 홍선미 - Fourth Page: Meaning of a Nest

예상 : 용리와 돌아온탕자들 - Invisible Worker
추천 : 용리와 돌아온탕자들 - Invisible Worker

최우수 글로벌 컨템퍼러리 음반

  • Gray by Silver - Time of Tree (나무의 시간)
  • 박지하 (Park Jiha) - All Living Things
  • 전진희 - 雨後 uuhu
  • 정은혜, 까데호, 김예찬 - NAMDO CALLING
  • 정지수 & Baroque in Blue - Baroque in Blue

예상 : 박지하 - All Living Things
추천 : 박지하 - All Living Things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 부문에는 거장 Jon Stowell과 보컬리스트 강윤미의 듀엣 음반 <A Timeless Place>, 사랑을 주제로 한 Maria Kim의 스탠더드 콜렉티브 <Love Letters>, 말로의 첫 라이브 앨범 <MALO LIVE AT MUDDY>, 재즈 골든 에라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올디 벗 구디의 오리지널 앨범 <Oldie but Goodie>, 고전과 현대의 적절한 융화를 꾀하는 하경의 리드 데뷔작 <BREATHING IN>이 자리했다. 신과 구, 전통과 현재를 적절히 아우르는 라인업으로,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작품이 여전히 후보작 전반을 차지하며 강세를 보였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라인업 속 지역 사회와의 의미 있는 시너지를 보여준 말로에게 트로피가 수여되는 것이 비교적 자연스러워 보이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절제의 호흡을 보여준 강윤미와 John Stowell의 수준 높은 듀엣 또한 수상할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이어지는 최우수 재즈 연주 음반 부문에는 논-베이스 트리오 구성으로 비움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는 신아람의 <비움프로젝트 II : After BIUM>, 다양한 장르의 미학을 과감하게 교차시키는 용리와 돌아온탕자들의 <Invisible Worker>, 자유와 절제의 미학이 빛나는 피아니스트 임미정의 리드작 <Impromptu>, 아래의 온기가 고스란히 담긴 베이시스트 정수민의 <잔해>, 드러머 홍선미의 매력적인 작곡 능력이 빛을 발하는 <Fourth Page: Meaning of a Nest>, 총 5개의 음반이 자리를 빛냈다. 실험과 전위, 예술 추구 등의 여러 가치가 곳곳에서 빛나는 라인업으로, 어떤 작품에 수상이 돌아간다 해도 납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해외 재즈 씬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용리와 돌아온탕자들의 도전적 작품 <Invisible Worker>는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

국악과 크로스오버,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동시대성을 아우르는 최우수 글로벌 컨템퍼러리 음반 부문에는 그 취지대로 다양한 색깔의 작품들이 고르게 자리했다. 국악과 재즈의 기법을 교차시키며 자연에 대한 독창적 해석을 담은 Gray by Silver의 <Time of Tree (나무의 시간)>, 포스트 미니멀리즘 영향의 독자적 연주로 살아있음의 감각을 재현하는 박지하의 <All Living Things>, 우메바야시 타로(梅林太郎)와의 협업으로 고유의 음악세계를 한 차원 더 확장시킨 전진희의 <雨後 uuhu>, 남도 민요와 흑인음악의 흥과 역동성을 조합하는 정은혜, 까데호, 김예찬의 <NAMDO CALLING>, 바로크 실내악과 재즈의 미학을 매력적으로 융합하는 정지수 & Baroque in Blue의 <Baroque in Blue>까지 5개의 작품이 자리를 빛냈으며, 모두 각각의 독자적인 매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유의 흡입력 있는 사운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박지하의 <All Living Things>가 가장 합리적인 수상자로 보이지만, 모든 작품들이 각각 다른 방면으로 작품성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어떤 작품이 수상한다 한들 충분히 시각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