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더브로드
밥 딜런이 야유를 받기 10년 전, 탱고에는 피아졸라가 있었다. 1955년 그는 반도네온 옆에 일렉트릭 기타를 들였고, 전통주의자들은 그를 “탱고를 죽인 자”라고 불렀다. 피아졸라는 미친 작곡가다. 그의 뜨거움에는 광기가 서려 있다. 클래식은 차갑고 이성적이라는 편견은 그의 탱고 앞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면, 바이올린에서 기타 소리가 들린다.
그런 피아졸라가 고향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를 썼다. 처음부터 연작으로 구상한 곡은 아니었다. 1965년 ‘여름’이 먼저 나왔고, 나머지 계절은 몇 해에 걸쳐 하나씩 더해졌다. 이 곡이 약 300년 전 비발디가 쓴 ‘사계’와 한 앨범에 담겼다. 한수진의 <The Seasons>(2026)다.
비발디의 사계에는 악보마다 풍경이 적혀 있다. 봄이 오면 새가 노래하고, 잠든 양치기 옆에서 개가 짖는다. 여름 한낮의 뻐꾸기 울음 끝에는 폭풍이 몰려온다. 추위가 닥친 겨울, 사람들은 이를 딱딱 부딪친다. 피아졸라의 계절에는 풍경 대신 감정이 있다. 한수진의 말을 빌리면, 비발디는 자연을 그렸고 피아졸라는 그 자연을 인간의 마음으로 옮겼다. 그래서일까. 데샤트니코프가 편곡한 피아졸라의 겨울 한복판에서 비발디의 여름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남반구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이탈리아와 계절을 거꾸로 산다. 그녀는 이 대목을 뒤집힌 계절에 대한 암시로 읽는다. 직관적인 감정선을 가진 연주곡을 찾는다면, 그녀가 가장 아끼는 계절로 꼽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겨울’부터 들어 보길 권한다.
우리가 여름을, 또 겨울을 사랑할 수 있는 건 그 더위와 추위가 언젠가 끝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수진에게도 오랜 치료로 악기를 내려놓아야 했던 긴 겨울이 있었다.
앨범을 녹음한 곳은 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다. 이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비틀스를 떠올린다. 하지만 1931년 이곳에서 처음 울린 음악은 엘가가 지휘한 ‘희망과 영광의 땅(Land of Hope and Glory)’, 위풍당당 행진곡 1번의 선율이었다. 한수진은 그 방의 소리가 생각보다 ‘드라이’했다고 기억한다.
함께 연주한 악단은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CO)다. 클래식 음반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던 ‘사계’도 이 악단의 녹음이다. 1989년 나이절 케네디와 함께 낸 음반이다. 펑크 머리로 클래식 무대에 오르고, 지미 헨드릭스를 바이올린으로 옮기고, 더 후의 무대에서 ‘Baba O’Riley’를 켠 이단아. 요란한 마케팅에 가려질 법도 했지만, 그의 연주를 들으면 인기가 부차적으로 느껴질 만큼 실력이 뛰어나다.
한수진은 바로 그 악단과 손을 잡았다. 케네디와 같은 예후디 메뉴인 스쿨 출신이고, 그처럼 지휘자 없이 직접 악단을 이끌었다. 다만 선배를 넘어서는 파격 대신 지극히 개인적인 창의성을 택했다. “같은 악보라도 연주자마다 경험과 기억, 성향, 감정의 결이 다르니 소리도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사계는 이미 수없이 많지만 한수진의 사계는 하나뿐이다. 부산의 바다에서 영국 맨섬의 창밖 풍경까지, 자연을 통해 음악을 들었던 그녀의 프리즘을 따라가 보자.
날짜: 2026년 9월 30일
방식: 기자간담회
주최: 더브로드
정리: 이예진

2024년 데뷔 앨범 <An die Musik> 이후 2년 만의 앨범이자 첫 협연 앨범입니다. 레퍼토리를 두고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사계를 고른 이유가 있을까요?
비발디의 사계는 워낙 자주 연주되고 영상도 넘쳐 나는 곡이라, 이 선택을 의아하게 여기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새롭고 독창적인 무언가를 내놓기보다 제 프리즘으로 본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같은 악보라도 연주자마다 경험과 기억, 성향, 감정의 결이 다르니 소리도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사계는 어린 시절부터 제 곁에 있던 곡이고, 제 정체성과도 깊이 얽혀 있어요.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는데요. 부모님 말씀으로는 제가 엄마, 아빠 다음으로 한 말이 ‘바다’였대요. 그 정도로 물가를 좋아하는 아이였죠. 그러다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건너갔고, 첫 3년 반을 맨섬(Isle of Man)이라는 섬에서 보냈어요.
그 섬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창밖으로 늘 바다가 보였는데, 날마다 얼굴이 달랐죠. 초원도, 거기 사는 생물들도 모두 바다에 둘러싸여 있었어요. 사계를 처음 들은 곳도 거기예요. 음악으로 자연을 느꼈고, 자연 속에서 음악을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비발디를 연주할 때면 무언가를 묘사한다기보다 제가 그 풍경의 일부가 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피아졸라는 자연을 사람의 감정으로 번역한 음악 같아요. 재즈의 색채와 템포, 낭만과 향수, 원초적인 에너지가 한데 뒤섞여 있죠.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제 고향처럼 항구 도시라서 그런지, 그 감정들이 유난히 가깝게 다가왔어요.
부산과 맨섬에서 비발디를 처음 듣게 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요. 이번 비발디에서 음색과 보잉은 어떻게 가져가셨고, 자연의 소리는 어떻게 담으려 하셨나요?
바로크 음악을 할 때 늘 품고 있는 고민이 있어요. 학창 시절 왕립음악원에서 원전 연주, 그러니까 작곡 당시의 방식을 따르는 연주를 부전공처럼 공부했거든요. 거기서 바로크는 테크닉보다 제스처가 중요하다고 배웠어요. 음악의 표정이라고 할까요. 그 말이 크게 와닿았어요.
다만 한쪽으로만 순수하게 쏠리는 건 피하고 싶었어요. 작곡가가 지금 우리 손에 있는 팔레트를 알았다면, 넓어진 스펙트럼을 마음껏 활용하길 바라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당시의 연주법은 공부해서 알고 있되, 오늘의 기법도 함께 끌어오고 싶었어요. 바흐를 하며 오래 붙든 고민이 비발디로 이어진 셈이에요. 물론 비브라토 없이 가야 하는 대목은 그 색을 그대로 살려야죠. 그러면서 가끔 요즘 기법을 살짝 얹어 프레이즈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비발디 음악에는 뻐꾸기 소리처럼 자연 묘사가 정말 많잖아요. 같은 새소리도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데, 저는 제가 직접 겪은 자연을 최대한 녹이려고 했어요.
사계인 만큼 계절마다 음색에 어떤 변화를 주셨는지, 비발디와 피아졸라는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각별한 계절이 있다면요?
비발디는 어느 계절의 어떤 장면을 그려 달라고 악보에 아주 자세히 적어 뒀어요. 저는 그 지시를 따르려 했고요. 피아졸라는 훨씬 감정적으로 계절을 그려요. 이를테면 피아졸라의 ‘겨울’에는 비발디 ‘여름’의 상징적인 모티프가 나와요. (데샤트니코프 편곡판에 삽입된 인용이다. 편집자 주)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이탈리아와 계절이 거꾸로잖아요. 그걸 담은 것 같아요. ‘겨울’을 연주하면서는 바닷가 공기에 밴 소금기, 그 시원함도 함께 느꼈어요. 겨울바람은 차고 매섭기만 할 것 같지만 그 안에 산뜻한 무언가가 있거든요. 바다와 이어진 그 감정선을 따라갔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계절은 고르기 정말 어려워요. 저마다 매력이 다르고 그때그때 마음도 바뀌니까요. 그래도 피아졸라는 ‘겨울’이에요. 비발디도 마찬가지고요. 대비가 극명하거든요. 1악장에서 이가 덜덜 떨릴 만큼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다면 2악장은 벽난로 앞처럼 따뜻해요. 창밖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안에서는 그걸 편안히 바라보는 거죠. 한 계절 안에 그만큼 많은 기쁨을 품은 건 겨울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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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주한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CO)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협연하게 되었고,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녹음 두 달 전에 뜻밖의 계기로 ECO와 함께하게 됐어요. 워낙 급하게 잡힌 일정이라 이미 다른 스케줄이 있는 수석분들도 있었는데, 오히려 그게 저한테는 축복이었어요. 특히 첼로 수석은 두 곡 모두에서 비중이 커요. 솔로도 있고 저와 듀오로 가는 대목도 있죠. 그 자리와 비올라 수석 자리에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분들이 객원으로 오셨어요.
지휘자 없이 제가 직접 이끌어야 해서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어요. 단원들이 제 아이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계로 이미 역사에 남을 녹음을 한 악단이 제 해석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 컸죠. 첫 리허설 때는 서로 탐색하는 시간이 조금 있었어요. 그런데 금세 제 아이디어를 무척 좋아해 주셨어요.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 “여기는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지금 내 방식이 마음에 드냐” 물으면서 더 나은 길을 함께 찾아 주셨고요.
애비 로드는 스튜디오에서 컨트롤 룸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아주 길어요. 악장님과 수석분들이 매번 그 계단을 저와 함께 오르내리며 모니터링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지 같이 고민해 주셨어요. 제 프로젝트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프로젝트라는 게 절절히 느껴졌죠.
기억에 남는 일화가 하나 있어요. 비발디가 소네트에 ‘개가 짖는다’고 적어 둔 대목이 있는데, 봄 2악장에서 비올라가 그 소리를 맡아요. 하루는 비올라 수석이 묻더라고요. 사나운 강아지가 좋을지, 순한 강아지가 좋을지요. (웃음) 느끼시는 대로 해 주시면 좋겠다고 답했어요. 그래야 각자의 힘이 온전히 담기니까요.
그렇게 정말 즐겁게 작업했어요. 오케스트라 쪽에서도 이렇게 호흡이 잘 맞는 경우는 드물다며 오래 함께하자고 해 주셨어요. 녹음 무렵에 이미 내년 영국 공연까지 같이 기획했고, 올해는 한국에서 먼저 만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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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가 사계로 역사에 남을 녹음을 보유한 악단이라고 하셨는데, 녹음 전에 찾아 들은 음반이 있었나요?
파격적인 사례로 남은 건 나이절 케네디와의 녹음이에요. 그 시절엔 그렇게 강렬하게 연주하는 방식이 없었으니 큰 화제가 됐고, 이후에도 둘이 함께 무대에 많이 섰다고 알고 있어요. 저는 그와 다른 색깔로 다가갔어요. ECO는 케네디 말고도 수많은 연주자와 사계를 쌓아 왔을 거예요. 그 시간 위에 제 소리가 어떻게 더해질지 들어 봐 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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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를 보면 프로듀서 사이먼 킬른이 녹음 과정을 ‘마라톤과 같은 험난한 여정’이라고 표현했는데요. 녹음하면서 있었던 뒷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나흘 동안 세 작품을 녹음해야 했어요. 피아졸라와 비발디, 그리고 리히터까지요. (막스 리히터의 ‘사계’. 라이선스 문제로 최종 앨범에서는 빠졌다. 편집자 주) 그나마 넷째 날은 세 시간밖에 쓸 수 없어서 사실상 사흘 남짓이었죠.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촉박하니 처음엔 괜찮을까 싶었어요. 경험 많은 프로듀서는 처음부터 셋째 날이 고비일 거라고 하셨어요. 체력이든 멘털이든 그날 뭔가 온다고요.
그렇게 빠듯한 녹음은 처음이라 정말 그럴까 했는데, 셋째 날 정확히 오더라고요. 닫힌 공간에서 하루 예닐곱 시간씩 녹음하다 보니 시간 감각이 조금씩 흐려졌어요. 공연처럼 흘러가는 게 아니라, 같은 걸 반복하고, 테이크를 들으러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연주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너무 지쳐서 ‘이게 내가 하려던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고맙게도 프로듀서가 그 순간을 알아채셨어요. 쉬는 시간에 들어와 제가 어떤 콘셉트를 품고 있었는지 묻고는, 처음엔 이랬는데 지금은 템포와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고 짚어 주셨죠. 제가 걱정하던 대목도 괜찮다며 다독여 주셨고요. 나중에 돌아보니 그분 말씀이 맞았어요. 그땐 걱정이 많아서 작은 것도 크게 보였던 거예요. 아니다 싶던 부분도 막상 다시 들으니 생각만큼 문제가 아니었어요.
저는 이 음반이 정제된 스튜디오에서 공산품처럼 찍혀 나온 느낌이 되길 원하지 않았어요. 연주회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생생함을 바랐죠. 그래서 편집할 때도 테이크를 최대한 길게 살리고 손을 덜 댔어요. 조금 거친 대목이 남더라도 그쪽이 더 살아 있으니까요.
걱정하셨던 부분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템포 문제였어요.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라 빠르기 하나에도 많은 게 달라지거든요. 그런데 방이 드라이하면 음 하나하나가 훨씬 또렷해져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보여요. 소리가 놓이는 자리부터 다르게 느껴지죠. 평소엔 무심히 흘려보내던 음들을 하나씩 뜯어보게 되니 발걸음이 자꾸 멈칫하더라고요. ‘내가 원한 속도가 아닌데’ 싶어 초조해질 무렵, 프로듀서가 그걸 잘 짚어 주셔서 편안하게 갈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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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악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설명해 주시면 좋겠어요.
감사하게도 2009년부터 이 악기와 함께하고 있어요. 1666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예요. 초기작이라 아마티의 색이 남아 있다고들 하는데, 비발디 시대에 가깝게 태어난 악기여서인지 그 음악과 참 잘 맞았어요. 애비 로드가 생각보다 꽤 건조했거든요. 보통은 약간의 울림이 있어야 좋다고 여기는데, 그 방에서도 느린 악장의 맑은 소리가 잘 살아났어요. 악기 덕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피아졸라에서는 제가 이 악기를 아끼는 이유가 드러나요. 노래하는 선을 끝까지 끌고 가 주고, 섬세한 음색 변화도 놓치지 않거든요. 이 곡은 그 미묘한 결을 얼마나 살리느냐가 관건인데, 그걸 잘 들려줘서 저한테는 참 고마운 친구예요.
예전 기사를 찾아보니 ‘시련을 이겨낸 음악인’이라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어려웠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긴 치료 기간을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먼저 귀는 태어날 때부터 그랬어요. 유전이라 네 살 때 처음 알았죠. 한쪽 귀가 아예 들리지 않는다는 걸요. 그때는 음악을 하게 될 줄 몰랐고, 일상에서 조금 불편한 정도였어요. 음악을 하면서도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고요.
지금도 타협해야 하는 부분은 있어요. 리허설 때는 호흡을 나눠야 하는 파트를 눈으로 좇으며 맞추고, 공연 때는 지휘자에게 더 기대는 식으로 저만의 요령이 생겼어요. 소리가 좀 다르다는 말도 자주 들어요. 듣는 방식이 다르니 나오는 소리도 다른 게 아닐까 짐작해요. 음악에서 나만의 소리를 갖는다는 건 강점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숨은 축복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턱을 다친 적이 있는데, 그게 직업병과 겹치면서 치료가 길어졌어요. 수술도 받아야 했죠. 그동안 악기를 내려놓고 잡혀 있던 연주도 포기했어요. 처음엔 오히려 좋았어요. (웃음)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이참에 재충전하자 싶었거든요. 부모님 일도 돕고 이것저것 해 보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첫 번째 수술이 잘되지 않으면서 치료가 한없이 길어지니 초조해지더라고요.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 하고요. 그 시간 동안 제가 음악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음악인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다시 깨달았어요.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감사도 되찾았고요. 그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보도자료에 ‘영국의 정체성을 간직한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소개되어 있는데요. 한수진이라는 이름이 아직 낯선 관객에게, 그 정체성을 ECO와 함께 어떤 음악으로 들려주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영국은 자연을 지키고 가까이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나라예요. 그래서인지 거기서 나오는 음악성과 직관도 조금 다른 것 같아요. ECO와 작업하면서 같은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과 일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감각을 한국 관객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제 안에는 한국적인 것도 있으니, 두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ECO와의 한국 투어에서는 어떤 걸 기대하시나요?
이번에도 녹음 멤버들이 오기를 정말 바랐어요. 그런데 투어 제안은 원래 그 자리의 연주자들에게 먼저 가야 한다더라고요. 그래서 녹음 때 객원으로 온 첼로와 비올라 두 분은 이번에 함께하지 못해요. 아쉽지만, 원래 수석분들과는 어떤 호흡이 나올지 궁금해요. 1년 사이 저도, 단원들도 달라졌을 테고, 한국은 공기부터 다르니까요. 어떤 음악이 태어날지, 도시마다 어떤 관객과 대화하게 될지 정말 기대돼요.

한수진 X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 투어
날짜: 2026.10.24 (토) ~ 10.30 (금)
장소: 통영국제음악당 (10.24) / 아트센터인천 (10.25) / 대구콘서트하우스 (10.28) / 롯데콘서트홀 (10.30)
출연: 한수진,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프로그램: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D장조 K.136’, 로시니 ‘현악 소나타 제1번 G장조’, 브리튼 ‘심플 심포니’, 비발디 ‘사계’
상세: https://www.lotteconcerthall.com/product/performance/261159
한수진 X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The Seasons]
발매: 2026.09.25 (금), Orchid Classics
녹음: 2025년 9월, 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
수록곡: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레오니드 데샤트니코프 편곡), 비발디 ‘사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