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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스타일스 <Kiss All The Time. Disco, Occasionally.>: 방황의 춤.

by 정기엽|

cover image of Harry Styles <Kiss All The Time. Disco, Occasionally.>
Harry Styles <Kiss All The Time. Disco, Occasionally.>Columbia Records / Erskine Records

제목에서 느껴지듯 내밀한 언어로 채운 BGM이다. ‘As It Was’, ‘Watermelon Sugar’ 등 메가 히트 행진의 이유는 뚜렷한 멜로디에서 왔으나, 4집에 이르러 해리 스타일스의 목소리는 쓰임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프로덕션 사이에서 응집하기보다 퍼지기를 선택한 가창. 다른 옷을 걸친 그의 외출이 과연 해리 스타일스라는 팝스타에게 완벽한 스타일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리드 싱글인 ‘Aperture’는 이 새로운 스타일링을 전면에 보여준다. 지난 세 장의 음반 모두 록을 주 요소로 채운 그가 하우스를 비롯한 전자음악 질감을 내세웠기 때문. K-POP에서도 현재 키키가 ‘404 (New Era)’로, 하츠투하츠가 ‘FOCUS’, ‘RUDE!’로 같은 장르를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 양상과는 다르다. UK 개러지 기반 혹은 미니멀한 하우스를 지향하는 K-POP 히트와 달리 빌드업을 차곡히 쌓아가는 방대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니까. 이렇듯 음반 전체가 응집된 파괴력보다는 정제되지 않은 발산, 그 누적의 모음이다.

2집의 리드 싱글인 ‘Lights Up’과 형제 같은 싱글이기도 하다. 분위기는 상반됐지만 몽환적인 감상과 차곡차곡 쌓이는 도입부를 공유하며, 가사 또한 서사적 구조를 띤다. “어떤 빛도 내 마음속 어둠을 걷어내진 못해”라고 말하던 화자가 실마리로 사랑을 제시하며 “마음의 틈이 있어야 빛이 들어온다”는 나름의 해답을 6년만에 외친다. 어쩌면 긴 러닝 타임과 후킹 포인트의 부재가 시장 논리에서 약점으로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리드 싱글이 된 건 이 앨범으로 해리 스타일스가 세상에 말하고픈 바가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해리 스타일스를 가수가 아니라 한 명의 음악 작업자로 본다면 이번 앨범으로 쌓은 실험은 충분히 성공적이다. 짙은 디스토션을 얹은 보컬과 신스 리듬이 후렴에서 격동하는 ‘Ready, Steady, Go!’, 중독적인 베이스라인과 디스코 리듬으로 도발적인 면모를 드러낸 ‘Dance No More’ 등 대체로 그렇다. 하지만 목소리로 흩뿌린 중독성이나 가창이 전달하는 매력처럼 커리어 내내 선보인 강점과는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이 앨범의 새로운 노선은 해리 스타일스에게 무릇 가지게 되는 기대감과는 상충한다.

그룹 원디렉션 때부터 노래로 주도하던 그가 자신을 한풀 꺾고 재료로써 사용한다. 이러한 지점이 가장 크게 드러난 ‘Season 2 Weight Loss’를 보자. 브레이크비트 위에 코러스를 켜켜이 쌓은 보컬로 특정 구절을 반복하는 이 곡은 불리우기 위해 탄생했다기보다 보컬도 악기처럼 쓴 연주곡에 가깝다. 이렇듯 그간의 커리어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면모가 앨범 전반에 반복된다. 크고 작은 차이만 있을 뿐.

시도를 통해 좋은 성과를 이룩한 부분도 물론 많지만, 기존의 색채가 반가운 것도 사실이다. 바이올린, 첼로 등 30인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가장 선명한 가창을 남긴 ‘Coming Up Roses’가 대표적이다. 다수의 손길이 닿은 웅장한 연주와 끌어올린 쓸쓸한 독백이 일품. 본작의 주된 정서와는 다른 분위기로 환기해 주는 곡이 가장 아름답게 남은 점은 지금까지의 캐릭터와 변혁 사이 균형이라는 숙제를 남긴다.

“키스는 항상, 디스코는 때때로.” 제목처럼 이 앨범에 “디스코”가 대표하는 춤의 형상은 “때때로” 나온다. 그리고 “키스”처럼 얽히고설킨 순간들은 “항상” 존재한다. 로맨틱보다는 대체로 어지러운 방황에 가까운 형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확고하게 청자를 인도하는 노래에 앞서 흐르는 리듬이 주를 이루는 본작에 ‘Stray’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 건 우연은 아닐 테다.

유기적인 앨범을 제작하여 창조한 하나의 세계는 작품 자체로 놓고 보았을 땐 훌륭하다. 하지만 어엿한 필살 레퍼토리를 갖춘 DJ가 낯선 템포를 꺼냈을 때 춤과 호응은 멎고, 다음 동작을 준비하던 손은 갈 길을 잃는다. 앨범을 다 들으면 그의 독백에 설득은 충분히 되지만, 확신에 찬 대사에 더 힘이 실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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