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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되풀어 쓴 ‘이수만 평전’, A2O ‘SUPERSTAR’ & ‘NEON’

by 정기엽|

cover image of A2O LITE <NEON> / A2O SOUL <SUPERSTAR>
A2O LITE <NEON> / A2O SOUL <SUPERSTAR>A2O Entertainment

이수만이 SM을 떠나고 몇 년간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걸그룹 A2O LITE와 보이그룹 A2O SOUL로 모습을 드러냈다. 데뷔 때는 레이블이든 참여진이든 세간에 알려진 키워드에 기댈 수밖에 없고, K팝이라 불리는 문화의 지평을 다진 프로듀서 이수만은 더할 나위 없는 버팀목이다. 덕분에 걸그룹인 A2O LITE는 국내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숱한 K팝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수십 년간 한국 엔터테인먼트를 주름잡던 문법이 고스란히 녹아든 음악에 환호하는 이들이 간증을 늘어놓는다. 아는 맛이 무서운 거라고.

반면에 음반과 그룹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A2O는 이렇게 설명한다. “낯설어서 새롭고, 엉뚱해서 더욱 매력적인 Zalpha Pop.” 이상한 일이다. 반응을 살펴보면 절도 있는 안무, 댄스 브레이크 파트, 3분을 넘기는 러닝타임 등 과거에 있던, 점점 단축된 무언가에 모두가 환호한다. 이 호응은 아무리 봐도 낯설고 새로운 것에 보내는 찬사라기보다 익숙한 것에서 느껴지는 반가움에 가깝다. 오히려 이수만이 총괄 프로듀싱했던 NCT 출범 싱글 ‘일곱 번째 감각’에 저 설명문이 더 어울린다. 10년 전 곡보다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NEON’과 ‘SUPERSTAR’, 게다가 ‘잘파’라는 세대론도 오히려 당사자보다 외부자인 손위에서 대신 거론되는 정의다. 유산으로 똘똘 뭉친 “Brand New”만큼 허우대뿐인 슬로건이 또 있을까.

보이그룹인 A2O SOUL의 ‘SUPERSTAR’는 신스팝 비트에 작곡가 유영진의 멜로디와 코러스가 잔재해 있다. H.O.T. ‘전사의 후예 (폭력시대)’부터 30년간 대중에 선보인 스타일이자, K팝을 들어온 청자들이 모를 수 없는 그 톤이. 특유의 R&B 발성을 훌륭히 구사하던 EXO 디오, 에스파 윈터 등이 “유영진이 성대로 낳은 아들/딸”이라는 별명을 인터넷에서 가졌을 만큼 유구한 작법이다. 신스팝 자체도 1980년 판도를 바꾼 이후 줄곧 계승되어 온 장르인 데다, 보컬도 그룹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흐른다는 느낌을 전해주다 보니 데뷔 싱글이라기보다 한국 아이돌 30주년 기념비라 불러도 될 정도다. 물론 트렌드와 거리가 먼 뚝심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A2O SOUL의 사운드를 ‘뉴 신스웨이브’라고 직접 정의할 만큼 자신할 수 있을진 의문이다.

키드 라로이, 저스틴 비버 히트 싱글 ‘STAY’의 프로듀서 HAAN을 작곡진에 초빙한 ‘SUPERSTAR’보다 다수의 입에 거론되는 곡은 NCT127 ‘영웅’, 아이브 ‘해야’ 등을 프로듀싱한 뎀 조인츠(Dem Jointz)와 유영진이 만든 ‘NEON’이다. K팝 애청자들의 시점이 반가움에 맞춰진 대목에서 이 주목도 차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K팝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이가 바깥에서 어떤 이력을 가졌든 10년간 K팝 팬들의 입맛에 맞춰온 기량을 이길 수 있겠나. “We are neon and beyond” 같은 중독적인 구절과 겹겹이 쌓이는 코러스는 수십 년 전통의 한식 맛집과 유사한 감동을 준다. 기대한 맛 그대로가 체내에 흡수될 때의 전율. 다만 이 또한 미지와의 조우와는 거리가 멀다.

‘NEON’은 특히 역사를 축약했다고 볼 법하게 여러 SM 계보가 스친다. f(x) ‘Electric Shock’ 후렴과 비슷한 창법을 기반으로, “이미 가진 포스, 분석중” 은 에스파 윈터가 단박에 떠오르는 수준의 발성이다. “포스” 라는 단어 활용도 이러한 연상에 한몫한다. ‘Next Level’ 속 “POS를 열어봐”, 그 이질적이면서 강렬한 가사를 기억하는 한 이 연결고리를 끊기도 힘들다. 댄스 브레이크를 위한 신스 사운드도 소녀시대와 f(x)가 2009년 서로 다른 편곡으로 양분하던 ‘Chocolate Love’가 떠오른다. 개별 요소가 하나씩 드러났다면 모를까,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재해석보다는 답습에 방점이 찍힌다. 확실히 미래를 표방하던 ‘네오’보다는 시대와 도시의 얼굴이 된 ‘네온’이 어울린다.

제아무리 자신이 제작한 산물이었다고 한들, 이렇게나 과거를 계승할 것이었다면 그 과거에 대한 존중도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리틀 보아”라고 바이럴되는 멤버 아이찡은 전략적이라 할 정도로 ‘ID; Peace B’ 시절의 보아를 닮았다. ‘제2의’ 호칭이 거론된다는 건 그 시절이 아이코닉하다는 점에선 칭찬이지만, 철저한 기획 속에서 탄생한 그룹의 누군가가 단순히 닮은 걸 넘어 포장지까지 비슷하게 두르고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획되어 나왔다는 이유로 꼭두각시라는 비난을 듣던 시절에 나온 보아가 기획의 그늘에서 25년 후에야 독립했다. 본인의 의사는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타인의 이름이 강제 거론된 소비 방식에 유감을 표한다. 물론 비주얼적인 요소도 중요한 K팝이지만, 아티스트마다의 주체성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디스코그래피가 무수히 쌓여 있는데, 언제까지 수십 년 전에 발목 잡혀 있어야 하는가.

이수만 프로듀서의 최고점 역량에는 의심을 품지 않는다. 신화,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등 열거하려면 끝이 없도록 한 장르를 대표하는 이름들을 무수히 탄생시켰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걸 성공 궤도로 끌어 올리진 않았다는 점도 인정해야만 한다. SM 총괄 말미에는 이른바 ‘나무심기’라 불리는 이상한 주입식 가사를 에스파, 갓더비트 등의 노랫말에 박제하려 했지 않나. 에스파의 경우에는 채택을 피했지만 갓더비트는 ‘Alter Ego’를 결국엔 불렀다. 이런 발상이 A2O를 설명하는 “엉뚱해서 매력적인” 언어의 이면이라면 이 프로젝트의 뒷심에 회의를 표한다. 과거의 찬란이 미래의 빛을 담보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