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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너티브 아이돌, diig의 <persona>

by 이한수|

cover image of diig <persona>
diig <persona>ekoms.inc

지하 아이돌, 라이브 아이돌, 얼터너티브 아이돌. 흔히 아는 아이돌들과 비슷한듯 다른 이들을 이런 이름으로 가리키곤 한다. 생각보다 서로 간 문화 차이는 크다. 다른 공연장, 다른 응원법, 다른 용어, 다른 굿즈 등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한다는 것 빼면 그룹도 팬들도 마주칠 일이 없다. 팬들은 메이저 아이돌 그룹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을 찾는 주된 이유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TV스타의 대안’이라는 명칭과 인식이 두 그룹의 작은 공통분모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이에 위계적 비교를 낳는다. 그러나 얼터너티브 아이돌에는 팬들이 인식하고 있는 장점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나는 믿는다. 대규모 현금 흐름을 확보해야 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는 금기시되는 주제와 장르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마약과 처방약을 선율 위에서 꺼낼 수 없지 않나.

diig의 <persona>에는 메이저 기획사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내용과 표현 방식 - 이를 테면 처방전 - 이 나타난다. 소개부터 하자면 이들은 2024년 데뷔한 5인조 걸그룹으로 앨범 표지 왼쪽부터 미사(未沙), 루카(瑠香), 사라(さら), 나노하(なのは), 시노(シノ)다. 본작의 음악은 총괄 프로듀서인 사쿠라이 켄타(サクライケンタ) 아래에서 전곡을 코미나미 야스하(小南泰葉)가 작사했으며 유키치 카사쿠 멘(諭吉佳作/men)이 5곡을 작업해 앨범 사운드의 가장 큰 축을 이루고 있다. 개수뿐만 아니라 그룹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neon’과 타이틀곡인 ‘persona’를 모두 작편곡했기 때문에 음악적 정체성 측면에서도 관련 깊다. 다시 말해 <persona>의 종합적 인상인 팝과 불완전함이 공존하는 이미지는 그의 역할이 가장 크다.

방금 팝과 불완전함이 공존하는 이미지가 앨범에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한 유키치 카사쿠 멘의 접근법과 사쿠라이 켄타의 접근법이 다르다. 전자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자면 ‘persona’는 “울지 말아 줘” 로 시작하는 제이팝식 코러스에 스트링 트레몰로를 넣어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하고 “페인 킬러”“사라져 버려라, 아브라카타브라” 에서 보컬을 강조해 가사를 부각시키기도 한다. ‘neon’에서는 변칙적인 드럼 패턴을 사용하다가 코러스에서 저지 클럽 리듬으로 전환한다거나 프리코러스에서 멜로디 악기가 보컬 멜로디를 잠깐 따라가는 등의 방법을 쓴다. ‘gura’의 경우 조작한 보컬 찹을 효과음으로 곳곳에 심어넣은 것이나 마지막에 스페드업했다가 돌아오는 부분이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스 텍스처와 각종 사운드 소스에서 글리치 팝의 인상을 주는 것 이상으로 악곡은 팝과 불완전함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반면 사쿠라이 켄타가 작곡한 ‘dididi - re-recording ver’와 ‘errorrrrr’ 등은 아이돌 팝의 특성이 더 강조된다. (‘dididi’는 적당히 크롭해야겠지만.) 보컬도 확실히 앞으로 나오고 있으며 악기가 추가됐다가 빠지는 타이밍, 벌스의 루프 구성 등이 모두 대중적이다. 특히 ‘errorrrrr’는 단순한 ABABCB 구조라서 더더욱 비교된다.

때때로 균열과 이질감을 드러내는 소리는 작품의 주제와 결합하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앨범 곳곳에서는 “달라도 괜찮아” (異端でいい, ‘persona’ 中), “실수투성이라도 괜찮아” (間違いだらけでいいんだよ, ‘neon’ 中), “‘살기 힘든 것’이 기본값이야” (“生き辛い”がデフォルトだよ, ‘errorrrrr’ 中), “초조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焦らなくていい, ‘moratorium’¹ 中) 처럼 사회가 정해둔 레일로부터 벗어났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때 diig는 완벽한 구원자가 아니라 같은 상처를 입은 친구로서 다가온다. ‘errorrrrr’에서는 “원하는 페이지는 404 (아직 찾을 수 없어)” 라고, ‘moratorium’에서는 “올바르지 않은 것도 알고 있어” 라고 자신들 또한 여전히 방황 중임을 이야기한다.

직접 쓴 가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등교 거부 경험이 있으며 오디션 지원조차도 어머니가 대신했다는 루카나 어떻게든 간호학교를 벗어나기 위해 오디션장에 갔다는 사라의 배경을 발견한다면, 또 많은 멤버가 사운드보다 가사에 공감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다면 이들의 발화에도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다.

멤버들의 노래는 오토튠이 있음에도 때때로 다소 서투르고 곡에 등장하는 여러 요소들 또한 가끔은 익숙지 않게 다가올 수 있다. <persona>는 이러한 불완전함 역시 밝고 환상적인 세계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diig의 위로가 언어적 표현을 넘어 여러 음악적이고 시각적인 비언어적 표현과 강하게 공명한다. 주류 아이돌 문화와는 다른 결의 감성, 역시 얼터너티브 아이돌에는 더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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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릭슨의 심리사회 발달단계에서 정체성 위기를 겪는 청소년기에 자아 확립을 위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미뤄두는 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