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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oper Salute: 고전적 연모의 현대적 변주

by 이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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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oper Salute ‘天使ちゃんだよ’EIGHT BEATER

Trooper Salute는 나고야의 대학교 밴드부에서 만난 키보드 코미야(小宮), 기타 이와이 쥰세이(岩井純成), 베이스 론 산겐(ロン三元), 드럼 우메무라 키온(梅村祈穏)과 노래방에서 요시자와 카요코의 노래를 잘 불러서 영입했다는 보컬 무사시(ムサシ), 이렇게 총 5명으로 이루어진 심포닉 인디 록 밴드다. 곡은 키보드 멤버 코미야가 작사와 작곡을 한 뒤에 멤버들의 편곡이 더해져 최종적으로 완성한다고 한다. 2024년 싱글 ‘미인’(美人)을 시작으로 당해 12월에는 5곡(CD 한정 트랙 포함 시 6곡)이 들어 있는 EP <Trooper Salute>를, 지난 5월에는 싱글 ‘천사예요’(天使ちゃんだよ)를 발매한 신인이다.

정규 앨범도, 히트 싱글도 없는 밴드임에도 벌써 ‘알 사람은 아는’ 아티스트가 됐다. 쿠루리의 사토 마사시와 indigo la end의 카와타니 에논 등의 라디오에서 소개가 됐으며 요시자와 카요코 또한 X를 통해 ‘음원도 좋은데 라이브가 대단하다’고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 말대로 라이브 편곡과 연주도 인상적이다. ‘유체이탈’(幽体離脱) 라이브 후주의 시작을 알리는 무사시의 ‘닷닷 다다다’ 부분은 betcover!!의 ‘불축제의 춤’(火祭りの踊り)과도 견줄 만큼 역동적이다. 다가오는 후지 록 페스티벌의 신인 무대 ROOKIE A GO-GO의 라인업 최상단에 이름을 올려 두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최근 주목 받는 제이팝 루키라고 하면 오디션 프로그램 <No No Girls>로 데뷔하여 챤미나의 프로듀싱을 받아 Mrs. Green Apple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HANA, ‘마성의 여자 A’(魔性の女A)가 바이럴하여 인지도를 넓혀 가고 있는 R&B 싱어송라이터 무라사키 이마(紫今),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Ado와 tuki., 통통 튀는 비트로 2025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무대를 앞둔 muque, 이제 막 싱글 2개를 냈을 뿐이지만 ONE OK ROCK을 연상케 하는 ‘Victory’로 입소문을 타는 중인 네기시오 톤돈(ねぎ塩豚丼) 정도가 떠오른다. 이들은 대체로 탄탄한 보컬이 앞에 있으며 강렬한 사운드와 어우러진다. Trooper Salute도 같은 방식으로 팝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차이점이 있다면 키보드와 플루트가 곡 전면에 나오며 걸크러시 대신 부드러운 인상이 주가 된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앞으로 나온 보컬이 무사시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실력 있는 보컬이 요시자와 카요코와 비슷한 스타일이라면 어미를 올린 후 곡이 밝아지는 지점에 포인트를 두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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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oper Salute <Trooper Salute>EIGHT BEATER

Trooper Salute의 음악은 재치 있는 문학 작품과도 같다. 인어 같은 동화적인 소재부터 유체이탈한 상태에서 뱉는 말을 두 겹의 괄호로 감싸는 방식, ‘미인’의 코러스를 이루는 4-4-8-4형식까지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소설처럼 다가온다. ‘무임승차(キセル乗車)해서 해안으로 떠올라’나 ‘애니를 너무 많이 봤나’ 같은 가사는 동시대적이면서도, 어려운 한자어와 오도리지(踊り字, ゝ)를 사용할 때는 또 예스럽다. 이 두 가지 부분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재치 있는 전자의 표현에 익살스러움을 더한다. 한 음절씩 내뱉으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 이를 따라 위아래로 넘실거리는 멜로디에 경쾌하게 발을 맞추는 키보드와 드럼은 보면을 뛰어넘어 입체화한다.

음악과 문학이 대부분 그렇듯 이 앨범 역시 사랑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풀어낸다. ‘낙제한 시험지에 사랑의 노래를 써 내려간다’(‘冷たいマーメイド’)는 직선적인 표현부터 마음을 ‘데카르트가 해석해 줬으면 좋겠다’(‘魔法少女’)라는 재밌는 비유에는 학창 시절의 풋풋함이 담겨 있고, 짝사랑하는 대상에게 자기가 천사고 걔는 악마라며 질투를 내비치거나(‘天使ちゃんだよ’) 때로는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 멤버 해리 카니(Harry Carney)의 바리톤 색소폰 연주에 반하기도 한다(‘浮世離れ’). 도쿄 FM의 라디오/팟캐스트 RADIO DRAGON -NEXT-와의 인터뷰에서 EP를 두고 ‘사춘기 남학생의 망상’이라고 말한 적이 있을 만큼,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한 다양한 사랑의 형태는 한데 모여 사춘기의 표상을 이루며 젊음의 다이나믹함을 생생하게 뿜어낸다.

정제된 행동과 거리가 있는 본작의 사랑은 서투르고 발랄하며 교과서 속 데카르트와 갈릴레오에게 질문을 던지는 장면처럼 미소 짓게 하는 순간으로 가득하다. 리듬과 셈여림으로 만들어낸 상쾌한 악센트. 처음부터 이렇게 완성도 높은 작업물을 선보인 건 아니다. 싱글로 발매된 ‘미인’과 앨범의 수록곡 그리고 라이브 버전을 차례대로 비교해 보면 1년도 채 안 돼서 빠르게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최신 싱글에서는 몽환적인 곡의 컨셉트에 맞춰 보컬을 늘리거나 오버더빙하고 효과를 추가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 따라서 2025년 제이팝 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는 Trooper Salute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 글을 모두 작성한 시점에 새 싱글이 예고되었다. 7월 16일 ‘불치’(不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