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REVIEW

20주년을 맞아 재작성한 자기소개서, 빅뱅 ‘BiiiG’

by 정기엽|

cover image of BIGBANG <BiiiG>
BIGBANG <BiiiG>YG Entertainment

10주년 말미에 전체를 드러낸 <MADE>를 돌이켜 본다. ‘에라 모르겠다’, ‘LAST DANCE’, ‘GIRLFRIEND’는 각각 플레이보이의 멋, 씁쓸한 고독감, 팬들과의 유대를 그리는 와중에 숫자가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곳곳에서 20을 아로새기며 자축하는 데 힘을 실은 티가 난다. 빅뱅의 오랜 팬이라면 기억할 각 음반 초입의 ‘Intro’와 닮았다. 데뷔 싱글에서는 “시작됐어, 우리들만의 Show” 라며 패기를 담고, ‘거짓말’ 히트 이후 EP에선 “잘난 맛에 사는 게 낙” 이라며 과시를 뽐내던 그릇들 말이다. 그때의 기록과 마찬가지로 과거도, 미래도 아닌 자신들의 현재를 한 곡에 박제했다.

“우린 같이 따로 놀지”
모든 멤버가 솔로로도 한몫 챙기는 빅뱅을 잘 표현하는 가사다. 한요한, 록 밴드 더 로즈(The Rose) 등과 협업하며 작년 EP를 발표한 대성, 얼마 전 9년 만에 정규 4집을 내고 활동을 마친 태양, 마찬가지로 2024년부터 오랜만에 음악계로 복귀한 지드래곤. 각각의 기량은 이미 검증된 지 오래지만, 그룹으로선 지드래곤이 작곡 및 마이크로폰을 잡다 보니 그의 색채가 강하다. 개인 EP <권지용>, 정규 <Übermensch>에 거듭됐던 너무 추상화되어 유치하게까지 여겨질 수 있는 가사가 이번에도 존재한다. 살바도르 달리-무하마드 알리, 맘마미아-깐따삐야 같은 라이밍은 투박함이 과하다. 가사에 푼 대로 “청춘에 도취한 Boundary” 가 점점 좁아지고 있지 않은가. 이런 점은 멤버 수가 줄어든 만큼 늘어난 지드래곤의 비중 때문에 더 크게 와닿는다.

“마침 오늘 ‘붉은 노을’”
그렇다곤 해도 이 현장은 20주년 파티. 이 명확한 목표치 덕분에 단점은 웃으며 넘길 수준으로 줄었다. ‘붉은 노을’, ‘WE LIKE 2 PARTY’ 같은 곡들을 인용하고, “Fan zone ‘뱅봉’ 빛날 희(熙)” 라며 팬덤에 공을 돌리는 모습에서 빅뱅을 아는 이들은 반가움을 느끼게 된다. 그룹의 남다른 유명세 덕에 대부분이 해당 노래를 알고, 응원봉의 모양새를 아니까. ‘거짓말’을 첫 히트라 쳐도 19년간 상업적 성과를 유지한 그룹의 이유 있는 자신감이다. “우주 앰버서더” 같은 과장된 표현도 타 팀이 하면 귀여운 허세지만, 빅뱅이 하면 사실이 된다.

“Everything Big, Big, Big, Big”
이쯤에서 그런 성과를 이룬 이유가 중요해진다. 탑라이너인 지드래곤이 이토록 칭송받을 수 있던 그 까닭, 멜로디의 힘이다. 그간 중점적으로 다룬 일렉트로닉 댄스, 힙합과 R&B, 록 등의 장르보다는 마이너한 드럼앤베이스를 차용했지만, 비트의 중독성을 십분 활용한다. “Everything Big” 이란 구절과 태양과 대성이 번갈아 부르는 후렴은 세 명의 아우라와 맞물려 따라 부르기 쉬움을 넘어 부르고 싶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여태껏 빅뱅을 견인한 그 마성을 이번에도 떨쳤다.

멤버 수가 줄고 셋이 됐다. 기념일 자체로도 그랬겠지만, 공백을 무색하게 하기 위해 다른 컴백보다도 노력 했을 테다. 뮤직비디오 및 콘셉트 사진부터 화려함의 극치다. 그룹 활동은 YG에서 담당하는 탓에 비디오엔 유구하게 차가 들어서고, 소위 ‘날티’의 기운이 도사린다. 하지만 레이블 막내 그룹 베이비몬스터까지 악순환되는 후반의 떼창만큼은 피했다. 2018년 ‘꽃 길’처럼 미래를 걱정하거나 4년 전 ‘봄여름가을겨울’처럼 과거를 우수에 찬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지금을 즐긴다. 파티에서 취하다 보면 토도 하고, 춤도 추는 게 아니겠나. 그 모든 것을 배경에 두고 성대한 축배를 들이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