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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마이크를 쥘 때 가능해지는 것들, 영케이 <YOUNGEST>

by 정기엽|

cover image of Young K <YOUNGEST>
Young K <YOUNGEST>JYP Entertainment

<YOUNGEST>라는 제목은 가장 어린 것을 뜻하는 게 아니라 가장 영케이스러운 걸 뜻할 테다. 첫 청취부터 든 단상은 두 번째, 세 번째로 번져 확고한 감상이 되었다. 데이식스의 네 조각 중 하나로 많은 곡을 써내려 온 그가 자신만의 원을 채울 때 나올 수 있는 진솔함이 배어 있다. 어느새 높아진 위치에 고려해야 할 점이 무수히 많아졌을 그룹은 단면을 평평하게 다지고 있는데, 영케이가 구축한 세계는 울퉁불퉁한 껍질을 오히려 드러내며 재미있는 그림을 칠한다. 어느 정도 귀엽게 꾸민 이젤 위에서 말이다.

데이식스 초기 ‘Congratulations’, ‘예뻤어’에 존재하던 감정, 유치하고 일견 찌질하지만 그것을 솔직하게 노래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1번부터 3번 트랙까지는 사실상 하나의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이를 역순으로 뒤집어야 더 직관적으로 와닿는다. ‘F World’에서 “지칠 대로 지친 날 그만 내버려둬” 라고 소리치고, ‘Shut The Door’에서 그 응어리를 좀 더 상세하게 풀어낸다. “밀려온다 짜증이, 지겹다 인간들이” 라는 직설도 담으면서. 앨범의 오프닝을 여는 ‘Marionette’에서 영케이는 화를 부르는 모든 고리를 끊겠노라 선언한다. 연예인으로서,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느끼는 인스턴트적 관계에서 비롯되는 외로움이 8분 남짓한 다이나믹에 효과적으로 표현됐다.

개인적인 심지에서 출발했지만, 공감이 어렵지 않은 감정을 가장 잘 푼 곡이 타이틀 ‘Shut The Door’다. 투정을 섞은 벌스는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양상 속에 과한 진지함을 피하고, 폭발하는 후렴은 따라부르기도, 듣기도 쉬워 청자의 참석을 유도한다.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용이한 곡이 특히나 K팝에서 메인의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밖에. 현재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DND(Do Not Disturb)”가 아로새기며 시대상을 반영한다. SNS만 하더라도 비공개 계정을 두고 편한 발설을 지향하는, “마음 챙김”을 더 성실히 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태도는 이 곡에도 녹아 있다.

솔로 1집이던 <Letters with notes>가 팀의 서정성을 영케이의 가창으로 다듬었다면, 이번엔 청량함을 자신의 필드로 끌어들였다. 데이식스 ‘꿈의 버스’, ‘녹아내려요’와 같은 결을 공유하는 ‘응원가’, ‘SPIKE’는 그룹 내에서 이미 반복됐던 주제인 만큼 되풀이된다는 인상이 크다. 하지만 본작이 지닌 팝적인 색채를 올곧게 유지한다는 점에서 러닝 타임 전반에 걸친 여흥을 지우진 않는다.

앞선 문단에서 언급한 두 곡에서 스친 그룹의 그림자는 여러 참여진의 손길 속에서 어느새 잊혀진다. 윤다혜 <개미의 왕>, 허클베리피 <점> 등 힙합과 R&B를 주로 맡은 kohu와 만든 로파이 R&B ‘million reasons’, 그루비룸이 참여해 EDM 사운드를 더한 ‘Goodbye, Love’, 세븐틴과 투어스의 메인 프로듀서인 범주 그리고 팝 밴드 DNCE의 기타리스트 진주가 참여한 ‘우리가 헤어질 100가지 이유’ 등. 시원한 느낌에 집중한 연타석으로 초반을 다졌다면, 중후반엔 다양한 필드의 프로듀서와 함께하며 음악적 폭을 넓혔다.

여러 겹의 레이어가 공존한 트랙들이 끝나고 마지막 세 곡에 어쿠스틱한 곡들이 화려한 막이 내린 무대 아래 인간적인 내면을 나타낸다. 흔히 어쿠스틱 계열의 음악에서 느낄 법한 감정은 피하고, 복합적인 심상이 가사에 녹아 있다. 엔믹스, 하이키 등 여러 팀에 가사를 제공했던 작사가의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 이 섹션에 함께한 이들 역시 인상적인 풍경을 칠하는 데 많은 공을 세웠다. 전작에서도 함께한 싱어송라이터 폴카이트는 ‘집으로 향한다’에서 군생활의 결의와 마침표의 안도감을 붙잡도록 도왔고, 선우정아는 나무 바닥 카페를 연상시키는 기타 중심의 재즈 ‘작업실에서 커피를’의 프로듀싱은 물론 마지막에 코러스까지 더하며 매력적인 마무리를 동반했다.

한 명의 개인은 수많은 타인의 합이라 했던가. 여러 인물 속에 때로는 주도적으로, 때로는 몸을 맡기며 노래한 <YOUNGEST>를 들으며 관계의 철학이 떠올랐다. 2분 후반대의 곡이 많은 점도 한몫 하겠지만, 15곡을 꾹꾹 눌러 담은 앨범이 지루하지 않았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깔끔하게 선방한 음반임은 분명하다. 아티스트에게 정규 앨범이란 그 시기의 자신을 설명하는 명함 같은 역할을 한다고 오래도록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제목부터 자신을 드러낸 이 음반은 현재의 영케이라는 인물을 쉽게 이해시킬 설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