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틱톡을 주로 하는 숏폼 콘텐츠의 범지구적인 범람 이후 음악계의 소비 양상은 크게 변화했다. 하나의 곡을 속도나 프로듀싱을 달리한 다양한 버전으로 발매하는가 하면, 바이럴을 타고 수많은 신예 가수들이 순식간에 스타덤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등장한 신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작품은 자신을 유명 인사로 만들어 준 곡이 아니었다. 모든 벼락같은 인기가 그렇듯 차기작을 통한 증명이 없다면 ‘원 히트 원더’라는 오명 아닌 오명에 갇히게 된다.
2020년 가장 낯설고도 진한 이름이던 테이트 맥레이와 ‘you broke me first’는 ‘greedy’라는 변곡점을 통해 그 오명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참이었다. 상반된 스타일로 성공을 거둔 ‘greedy’였기에 테이트 맥레이는 자신의 힘을 다시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greedy’로부터 거의 딱 1년 뒤인 2024년 9월 12일에 발표한 ‘It's ok I'm ok’는 또 한 번의 통과의례나 다름없었다.
자신의 전 남자친구의 현 여자친구에게 “Take him, he's yours”라고 비꼬듯 말하는 가사는 전보다 소위 ‘쿨’해진 면모를 과시하고, 사운드의 고혹적인 질감은 전작 <THINK LATER>를 계승한다. 거기다 전라 노출을 연상시키는 (실제로는 피부색 의상을 착용했다) 과감한 장면을 포함한 뮤직비디오는 전부터 고수해오던 섹슈얼한 콘셉트를 더욱 강조한다.
현시점에 테이트 맥레이의 이런 행보는 고유한 측면이 있다. 신곡을 냈다 하면 차트에 오르내리는 동갑내기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여전히 ‘teenage dream’을 논하고, 두 살 많은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은 훨씬 감정적이며 ‘BLUE’한 경향을 띤다. 여성 팝스타의 전형적인 관념은 보다 다각화된 형태로 분산되고 있다.
그런 특성으로 인해 테이트 맥레이는 팝스타보다는 힙합스타에 가까워 보이기까지 한다. 확실히 성적인 요소를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깊게 연관 짓는 것은 팝보다는 작금의 힙합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THINK LATER>의 표제작 ‘think later’나 곧바로 이어지는 ‘guilty conscience’ 등에서 힙합에 아주 근접한 구성을 보이는 점 또한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적 자아가 팝과 힙합 사이 어느 쪽에 치우쳐져 있느냐 하는 분류 자체가 중요한 담론은 아니다. 테이트 맥레이가 힙합과 연관해서 생각될 만한 트랙을 제작하는 것 또한 단지 힙합이 자신의 음악적 이미지를 명료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10대 시절의 EP <all the things I never said>와 <TOO YOUNG TO BE SAD>, 그리고 정규 1집 <i used to think i could fly>에서 등장하는 비주얼의 다소 밝고 정돈된 색채가 수록곡의 정서나 테이트 맥레이가 가진 분위기와 맞물리지 않게 느껴졌다는 점을 상기하면 어렵지 않게 납득할 수 있다. 테이트 맥레이의 신반은 항상 이전 앨범보다 더 성숙해지고 강렬해졌다. 고로 차근차근 다듬으며 나아간 디스코그래피의 점진적인 흥행은 그가 지향할 콘셉트의 향방을 확신하게 했을 것이다.
어떤 면으로든 더 강력하고 뚜렷해진 테이트 맥레이의 새 싱글은 다양해진 팝스타의 경향 중 가장 스테레오타입에 근접해 있다. 덕분에 반갑기도 때문에 우려되기도 하는 그의 행보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과거 모습과 비견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찌 됐건 ‘It's ok I'm ok’의 파격적인 관능성은 ‘greedy’로의 변신이 자기 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는 일이었음을 증명했다. 남은 과제는 하나, 본인이 유수의 팝스타들과 비교 대상이 되기에 걸맞다는 선언이 담길, 또 더욱 확연해진 정체성을 가감 없이 발휘하며 ‘다음 단계’의 파격을 선사할 차기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