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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라는 파격과 '게임'에 대한 트집, 로제 & Bruno Mars의 'APT.'

by 권도엽 | 

cover image of 로제, Bruno Mars ‘APT.’
로제, Bruno Mars ‘APT.’Atlantic Records, THEBLACKLABEL

‘AP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이전, 미리 뉴스를 통해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콜라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국내 아티스트가 해외 팝스타와 함께 작업하는 광경은 더 이상 놀라울 것도 없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들어낼 곡의 광경 역시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었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최신작인 ‘New Woman’나 ‘Mantra’처럼 최신 팝의 문법에 맞춘 곡이거나, 직전에 브루노 마스가 레이디 가가와 협업한 ‘Die With A Smile’과 비슷한 발라드성 곡이라던가, 혹은 두 사람의 음색이 한껏 어우러지는 감성적인 곡이 될 거라고 여겼다. 사실 K-POP과 POP의 조화는 대부분 한 쪽 진영이 자신의 색채를 희생하는 방식으로 자주 만들어지곤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푸념에 코웃음을 날리듯 ‘APT.’는 ‘혁신적’이나 ‘새로운’과 같은 형용과는 또 다른 특이함의 형태로 우리에게 나타났다.

특이함의 출처는 단연 후렴구다. 차트 순위나 SNS에서 확산되는 추세를 보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일부 청중에게는 ‘아파트’가 반복되는 노랫말이 지나치게 가볍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아니면 현실상에서 술 게임 노래 정도로 소비되던 멜로디가 대중음악에 정착한 현상 자체가 불쾌한 골짜기를 불러일으키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모로 그들의 반응은 이해 가능한 범위 내다. ‘APT.’는 누가 들어도 우스꽝스럽고, 장난이나 농담 같은 음악으로 들리기 십상이다.

감각적 인지가 끝날 때면 금세 곱씹을 시간이 찾아온다. ‘APT.’와 그에 대한 부정적 반응 뒤에 잇따르는 질문은 이와 같다. 과연 우스꽝스러운 음악은 나쁜 음악인가? 여기서 해봄직한 가정은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해당 곡을 제작할 때 ‘아파트’라는 후렴구를 반복한다면 작품이 우습게 비칠 수 있겠다는 염려를 조금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긴 힘들다. 키치한 매력과 장난기로 가득한 뮤직비디오 속 두 사람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아마도 두 사람은 ‘APT.’가 진중하기보다는 조금 우습게, 더 정확한 말로 해서 재미있는 것으로 들리기를 바랐을 것이다. 이 바람 앞에서 이제 ‘APT.’가 우스운 음악이기 때문에 나쁜 음악이라는 변론은 무력해진다. ‘APT.’는 우스워졌다기보다는 그 우스움의 긍정적인 뉘앙스를 목표하는 셈이다.

그럼 단순한 즐거움이 음악성으로 변모할 수 있는 재미라는 면에서의 선명도는 어떨까. ‘APT.’는 사실상 기존 문법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후렴구의 중독성으로 승부수를 두는 곡이다. 국내에 만연한 ‘아파트 게임’의 노래를 차용했다는 점에서 해당 부분은 순수 창작이라고 말하기 어려우면서도, 이런 사실 관계나 멜로디의 인력이 묘미로 작용해 바이럴에 탑승할 자격이 충분함을 공고히 한다. (이제서야 끊임없이 흥얼거리게 되는 후렴이 우리가 원래 알던 것이라는 사실은 이 곡을 더 놀랍게 한다) 로제 역시도 아파트 게임이 지닌 멜로디의 힘을 인지했기에 인용을 결심하지 않았을까. 특유의 리듬이 토니 바질의 ‘Micky’를 떠오르게 하기도 하는 등 대중음악의 정형을 활용하며 전개하는 소위 ‘랜덤 게임’과의 조우는 오히려 친화적이다. 이 곡에서 낯선 요소는 오직 지나치게 익숙한 것에 대한 청자들의 이유 모를 경계심뿐이다.

나는 로제가 일반적으로 기대하기 힘들었던 경향과 시도를 들고 나선 것에 부정적 시선을 보낼 의지가 없다. 런 디엠씨의 ‘Three Little Indians’ 속 동요나 핑크 플로이드의 ‘Money’ 속 금고 소리는 진중한 음악이라고 여겨지지 않던 사운드를 접목한 훌륭한 결과였다. 재즈나 로큰롤에서 펑크에 이르기까지 점점 단순화하는 대중음악의 경향은 차라리 순리에 가깝다. 과거 청년실업의 ‘미토콘드리아’나 최근 로지 바비의 ‘노래시작했다노래끝났다’가 밈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상기할 수 있듯 음악은 코미디라는 낯선 장르를 입고도 멀리 나아갈 잠재력이 다분하다. 그것이 예술가의 완벽한 설계 안에서 작동하는 의도이건, 혹은 패기나 치기가 섞여 만든 우연의 합성물이건. 나는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아티스트가 이에 휘둘리기보다 차라리 농담이길 자처하는 사랑스러움에 탄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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