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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분기, 주목할 만한 앨범 (해외)

by over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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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dous Harding - Train on the Island

뉴질랜드의 기묘한 음악가 Aldous Harding은 스스로의 언어를 무언가 설명하는 데 쓰지 않는 소수의 예술가들 중 하나다. 그녀에게 언어는 설명보다는 제시이고, 제시보다는 실존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언어’는, 기묘한 그녀의 기묘한 소리를 포함한다. 가히 그녀의 최고작이라 칭할 만한 <Train on the Island>에서, 그녀는 완전한 자유에 가까운 형태로 언어를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완전한 방임을 통해 통제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어떤 의중도 찾아볼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이 언어는, 그렇기에 무척이나 섬뜩하고, 온화하며, 또 퇴폐적이다.

Boards of Canada - Inferno

Boards of Canada를 듣는 일이란 거대한 수수께끼 속을 탐험하는 오픈-월드 게임에 가깝다.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연상시키는 이들의 세계관은 기하학적인 로고를 기점으로 하여 작품 곳곳에 의미심장하고 추상적인 단서들을 배치하고, 이를 통해 어떤 거대한 존재를 암시하여 청자를 흥미로운 의문에 빠뜨린다. 그 속에 어떤 거대한 비밀이 존재하는지는 사실 그닥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 유령 같은 무언가에 이끌려 이 넗은 세계를 기꺼이 탐험하고 나면, 그 과정 자체의 체험적 환희가 마음 속 깊이서 스멀스멀 피어오른다는 것이다.

Blu & Exile - Time Heals Everything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신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2007년작 <Below the Heaven>으로 알려진 Blu와 Exile은 2020년대에 들어 보다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두 명의 베테랑은 2020년대에만 듀오의 명의로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고, 각자의 개별 활동 또한 이렇다 할 끊김이 없었다.

어쩌면 이러한 그들의 왕성한 활동 때문에, 듀오의 신작 <Time Heals Everything>이 그닥 특별하지 않게 들릴지도 모른다. 실제로 <Time Heals Everything>의 소리와 방법론은 대단히 익숙한 것이며, 특별히 새로운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익숙한 맛을 사랑하는 쪽이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들은 이 익숙한 맛에 깊이를 더하는 레시피를 체화하고 있고, 이쪽의 마니아라면 그 깊이의 차이를 분명히 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dward Skeletrix - Body of Work

미국의 젊은 개념예술가, 비주얼 아티스트 Edward Skeletrix는 본인과 본인의 예술이 개념적으로 동일하며, 이것이 그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주 요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음악은 언제나 어떤 예술적 탐구보다는 아이러니하고 피학적인 전시에 가까웠다. 브레인롯 계열의 틱톡 AI 언캐니 밈으로 이름을 알린 그의 경력처럼, 그의 음악은 종종 감탄보다는 불쾌감을 유발했고, 그 예술적 의중을 판단하기조차 불가능했다.

역설적인 농담, 의미 없는 트롤링, 통찰력 있는 논평, 세계의 맥을 탐지하는 선지적 예술, 그 어떤 개념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그의 음악을 가장 적절하게 대표하는 단어는 아마 ‘박제’일 것이다. Museum에서 Body로 이어지는 그의 소리는, 마치 그 스스로를 산 채로 박제하려는 시도처럼 들린다. 하나 흥미로운 점은, 트롤링이나 조롱에 가까웠던 그의 소리에서 이제 일련의 감정선이 포착된다는 점인데, 이런 점에서 어쩌면 <Body of Work>는 그의 박제된 몸이 보내는 마지막 생존의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Friday Night Plans - Blue Hour

프로듀서/DJ ENA와 함께 지속적인 앰비언트 접근을 취해 오던 Friday Night Plans의 야마모토 마스미는 그녀의 최신작 <Blue Hour>를 통해 고유의 앰비언트 성향을 한층 심화시키고 이를 더욱 설득력 있는 기법으로 풀어낸다. <Blue Hour>의 야마모토 마스미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앰비언트 그 자체라기보단 그 공간의 불규칙적인 움직임으로, 그녀는 기억의 조각과 그 조각 사이의 공간을 그 스스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설계 안에서, 보컬과 악기의 가시적/즉흥적 음향은 그 기억의 파편을 묘사한다 볼 수 있고, 나머지 공간을 공기처럼 빈틈없이 채운 앰비언트는 그 자율적인 흐름과 부유를 형성하는 유체의 역할을 수행한다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설계한 이 순환적, 비정형적 몽환은 우리의 사유와 닮아 있으며, 이 점이 음반을 더욱 친밀하게 만든다.

Friko - Something Worth Waiting For

2024년 데뷔작 <Where we've been, Where we go from here>를 통해 미국 중서부 인디 록의 격정을 계승하는 데 성공한 시카고 출신의 밴드 Friko는 이어지는 그들의 소포모어 앨범을 통해 보다 확장된 편곡적 역량을 선보인다. <Something Worth Waiting For>는 정서적, 발상적 측면에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전보다 한층 풍성하고 극적인, 화려한 편곡이 기존과의 분명한 차별점을 제시한다. 물론 그 와중에도 작품의 핵심이 되는 것은 Niko Kapetan이 전하는 생생한 카타르시스로, 확장의 과정에서도 스스로의 본질을 잃지 않는 이들의 집념과 태도가 이들의 찬란한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Kim Petras - Detour

Republic과의 계약을 중지하고 홀로서기를 선언한 Kim Petras는 <Detour>를 스스로의 진정한 데뷔작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이러한 발언처럼, <Detour>는 그녀의 커리어 그 어떤 앨범보다도 자유로운 앨범이다. 당장 <Vroom Vroom>(2016/Charli xcx)에 수록되어도 손색이 없는 성난 하이퍼팝부터 브리트니 시대를 소환하는 정석적 일렉트로팝, Frost Children과 함께 한 날카로운 클럽 뱅어, 취약한 감정선을 자극하는 일렉트로 발라드까지, Kim Petras라는 인물의 예술적 개성이 집약되어 있는 작품은 정말이지 어떤 생물의 새로운 탄생처럼 강렬한 생명력을 과시한다.

Lip Critic - Theft World

돌진하는 펑크와 격렬한 디지털 하드코어, 정신없는 익스페리멘탈 랩을 용광로처럼 뒤섞는 Lip Critic의 색채는 소포모어 <Theft World>에 도달하여 더욱 분명한 형태를 드러낸다. 모든 것이 소유될 수 있는 세상, 그리고 그 모든 소유를 훔칠 수 있는 세상을 둘러싼 온갖 도둑질에 대해 다루는 작품은 그 넓은 가능성만큼이나 혼란스럽고 격동적이다. 피 같은 돈부터 엉뚱한 사랑까지, 모든 종류의 도난을 다루는 이들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그것이 궁금하다면 우선 이 앨범부터 “훔쳐” 보도록.

My New Band Believe - My New Band Believe

윈드밀 씬 돌풍의 중심을 차지했던 밴드 black midi의 베이시스트 Cameron Picton이 black midi 해체 이후 발표한 새로운 프로젝트 My New Band Believe는 우리가 쉬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그 소리를 전개한다. Geordie Greep의 과장된 보컬이 게 눈 감추듯 사라진 자리에는 Cameron Picton의 연약한 읊조림이 자리하고, 성난 프로그레시브 연주가 눈 녹듯 사르르 녹은 자리에는 때아닌 우아함이 자리하고 있다. 놀라운 예술적 자유로움과 야망이 동시에 빛나는 그의 이 소개서는, 앞서 black midi의 기록을 기억하고 있는 이에겐 상쾌한 배신으로, 처음 맞닥뜨린 이에게는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다가갈 것이다.

Nine Inch Noize - Nine Inch Noize

지난 코첼라 페스티벌 최고의 무대로 손꼽히는 Nine Inch Nails와 Boys Noize의 합동 무대를 고스란히 음반으로 옮겨 온 <Nine Inch Noize>에는 단순 리믹스나 리메이크를 상회하는 음악적 놀라움이 가득 담겨있다. Nine Inch Nails의 과거 명곡들을 위주로 펼쳐지는 46분의 셋리스트에서, Boys Noize는 특유의 묵직하고 둔탁한 사운드를 중심으로 해당 트랙들을 강렬하게 재해석하고 Trent Reznor의 목소리는 그 위에서 마치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은 것처럼 들린다.

野口文 - 死んでも一生

일본의 촉망받는 싱어송라이터/프로듀서 노구치 분(野口文)은 의도된 불협을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전달하는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 머리에서 시작하여 죽음으로 끝나는 <死んでも一生>는, 그런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자연스러운 기록으로, 어쩌면 그가 앨범 자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생장하고 쇠락하기에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유기체의 생물학적 생애, 타인과 함께하기에 본질적으로 예측불가능한 우리의 사회적 생애는 작품의 즉흥과 불협을 닮아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우연만이 영원하다는 불멸의 진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Olivia Rodrigo - you seem pretty sad for a girl so in love

데뷔와 함께 거대한 신드롬을 몰고 온 팝스타 Olivia Rodrigo의 작곡 역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소포모어 <GUTS>가 그녀의 데뷔작 <SOUR>의 색채를 영민하게 강화하해내는 데 그쳤다면, 그녀의 야심찬 세 번째 정규작 <you seem pretty sad for a girl so in love>는 단순 확장을 넘어 싱어송라이터로서 그녀의 물오른 창의성을 증명하는 작품이 된다.

수사 측면에서의 성장 역시 인상적이지만 가장 놀라운 지점은 역시 작/편곡 측면에서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팝 록(내지는 팝 펑크)과 발라드의 투 트랙으로 일관하던 작곡의 방향성은 한층 다변화되었고, 팝 특유의 단순한 악곡 구조 역시 보다 다채롭고 복잡한 형태로 발전하여 청취의 흥미를 증대한다. 이토록 끊임없는, 그리고 체계적인 성장을 이룩하는 젊은 싱어송라이터를 목격하기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며, 데뷔와 동시에 세대를 대표하는 자리에 올라선 그녀가 어느덧 시대를 대표하는 자리를 넘보고 있다는 사실은 짐짓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Tiffany Day - HALO

제법 알려진 커버 유튜버 내지는 그저 그런 베드룸 팝 아티스트 정도로 소개할 수 있었던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Tiffany Day가 별안간 오토튠 가득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선회했다는 사실은 많은 팝 원리주의자들의 빈축을 샀다. 유행하는 장르에 편승하려는 기회주의자들이 바퀴벌레처럼 도사리고 있는 일렉트로닉-팝 씬이, 이토록 갑작스레 전입을 알린 이주민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확실히 그럴 만한 일이다. 뭐 어쩌면, 그녀가 실제로 유행에 편승하는 기회주의자일 수도 있고 말이다.

허나 Tiffany Day가 그녀의 일렉트로 팝 전입작 <HALO>에서 보여주는 발군의 장르 이해도를 보면, 이러한 텃세가 언뜻 부당한 처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HALO>는, 아티스트의 선회 후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그 사운드가 매우 치밀하고 영민하게 직조되어 있으며, 아티스트가 이전부터 보여주던 수사적 색채 또한 퇴색 없이 적절하게 포함되어 있다. 이주민의 전입을 무턱대고 허용하자는 주장도 이상하지만,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가득 찬 이주민을 무작정 쫓아내자는 말도 그것대로 웃기지 않은가.

YHWH Nailgun - Magazine

로토톰의 폭격, 각혈하는 연주의 데뷔작 <45 Pounds>로 단숨에 현대 실험주의 록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매김한 YHWH Nailgun의 후속작이 ‘숏폼친화적’이라는 사실은 짐짓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총 11분, 10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밴드의 소포모어 <Magazine>은, 모든 트랙의 길이가 길어야 1분 내외로, 숏폼이 선호하는 류의 길이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어떤 인스타그램 릴스나 틱톡, 유튜브 쇼츠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본 트랙들 중 하나를 삽입하고자 한다면 일말의 사운드 편집조차 필요치 않을 것이다.

물론 <Magazine>은 새로운 소비 규격에 굴복하는 작품이 아니며, 팝보다는 팝-아트에 가까워서, 소비되기보다는 소비의 틀을 빌려 존재하기를 택한다. 로토톰과 보컬 이펙터가 자취를 살짝 감추고 있지만 이들의 소리는 여전히 동일한 종류의 것이며, 그렇기에 작품은 아방가르드와 반-아방가르드 양방향에서 동시에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여기 아방가르드가 있고, 아방가르드의 규칙과 규격을 포기하는 최후의 아방가르드가 있는 셈이다.

Trooper Salute - 友達がいました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9기 : 어른 제국의 역습>에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 신형만은 엑스포에서 월석을 보자고 부모에게 떼를 쓰지만, 그까짓 돌멩이 하나 보겠다고 3시간씩이나 줄을 서는 게 말이 되냐며 거절당한다. 이후 현실로 돌아온 그의 주변을 엑스포의 모형이 감싸고 있다. 과거에 해결되지 못한 감정이 현재까지 남아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게 만든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치료에서는 이렇게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나 중요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을 미해결 과제라고 부른다. 붙잡고 있던 과거를 놓아주어야 새로운 시간 위로 행복과 추억이 쌓일 수 있다는 걸 영화는 회상의 형식으로 보여준다. <친구가 있었습니다>가 지나간 친구와 시간에 작별 인사를 건네는 방법도 같다. 닫고 있던 뚜껑을, 감고 있던 눈을 뜨고 과거를 떠올리며 후회스러운 일과 행복한 순간 이곳저곳을 쑤시는 일. 그곳에 남아 있던 응어리져 있던 감정을 놓아주거나 극복하는 일. 저마다의 오랜 친구와 함께 슬프고 먹먹하고 씩씩대고 반짝이던 시간을 떠올릴 수 있도록 앨범은 온기를 담아 손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