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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분기, 주목할 만한 앨범 (국내)

by over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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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 Ordinary Ever After

보편성에서 제법 멀어진 장르로서의 팝이 보편을 노래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보편 그 자체에 안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는가 하면, 보편의 성질을 키치로 승화시키거나 전위의 영역으로 달아나 버리며 그 보편에 특수성을 부여하는 대안적 방안들도 더러 존재한다. 대체로 그 방법이 게으를수록 결과물 또한 지루해지며, 공들인 솜씨로 빚은 팝은 높은 확률로 흥미로운 양상을 띤다.

보편에 매우 가까운 팝 앨범인 <Ordinary Ever After>가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이유 또한, 작가인 강지원이 그 보편성을 매우 까다로운 방식으로 전개한다는 점에서 기인할 것이다. 그녀는 보편에서 한참 떨어진 전위의 어법으로 보편을 통역하는 방식을 취하지도 않으며, 키치의 특성을 통해 보편을 과거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택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녀는 보편을 보편 그 자체로 노래하기 위해, 끊임없는 변칙과 영원한 보편 사이의 아슬한 줄타기를 멈추지 않는 고난도의 제작을 택하고, 이를 고유의 음악적 센스를 통해 완성시킨다. 이는 최근 국내의 경우 수민, 백예린, 윤지영, 주혜린 등 소수의 재능 있는 음악가들만이 이룩했던 업적으로, 이 영역에 의연히 발은 담근 그녀의 이름 석 자에 무한한 가능성을 점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상민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다 - Stoned Emperor Penguins 23-26 (Deluxe)

김상민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다(이하 김감전)의 이름에서 아마 대부분은 광견병 걸린 사냥개나 약탈을 마친 망나니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추억의 이름이 된 Son Simba의 목덜미를 물어뜯은 순간부터 최근 Big Naughty를 향한 오물폭격까지, 그의 이름이 씬에 강하게 각인되던 계기가 항상 전투와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사실 중 하나는 그가 국내 힙합의 차세대를 대표하는 재능 중 하나이자, 상당히 놀라운 수준의 비트메이커라는 점이다. 작년 말 발매됐던 그의 두 번째 정규작 <Invasion (Deluxe)>는 국내 디지코어 계열 힙합을 대표할 만한 수준의 작품이었고, 그 안에서 그의 장르 이해도는 특히 두드러졌다. 그리고 그 후속을 자처하는 이번 비트테잎 <Stoned Emperor Penguins 23-26 (Deluxe)> 역시 그의 높은 장르 이해도와 음악가적 열의가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곳곳에 드러나는 편곡적 센스와 폭넓은 시야가 그의 놀라운 재능을 다시금 실감케 한다.

Dasoi - Fomal

물을 주제로 하는 비디오게임은 그리 많지 않으나, 물이라는 물질이 등장하지 않는 비디오게임 또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닿기만 해도 목숨이 날아가는 장외의 바다부터 생존을 위해 해소해야 캐릭터의 갈증,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세찬 물대포까지, 우리 세계 어디에나 물 분자가 존재하듯, 비디오게임이라는 대체 세계 곳곳에도 물이라는 물질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비디오게임과 물이라는 두 가지 핵심 테마를 견지하는 <Fomal>은 이러한 비디오게임 속 물의 다양한 형태와 움직임 그 자체를 전자음으로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서브노티카>의 광활한 해저 탐험부터 <포켓몬스터>의 평화로운 파도타기, <젯 셋 라디오>의 반짝이는 땀방울까지, 작품에는 매우 다양한 형태와 장소의 ‘물’이 존재하고, 이는 다양한 질감의 전기 신호를 통해 구현된다. 이런 면에서, <Fomal>을 듣는 행위는 일종의 모험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rue - Unceasing Cycle…

노이즈 계열 밴드의 요람 중 하나인 부산에서 발아한 밴드 rue의 데뷔 EP <Unceasing Cycle…>에서, 우리는 어떤 대류를 발견할 수 있다. 미드웨스트 이모 특유의 아르페지오와 반복적인 선율은 일종의 순환 구조를 형성하며, 작품의 화자는 그 소용돌이 속에 스스로 유폐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끊임없는 대류에 유폐된 화자에게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절규로, 화자는 스스로의 음성과 작열하는 노이즈를 통해 장렬히 절규하고, 그 절규는 맹렬한 대류의 흐름을 통해 다시금 용솟음친다.

모허 - 깊고 어두운 곳에서

<깊고 어두운 곳에서>는 깊고 어두운 이야기다. 듀오의 전작인 <만화경>과 비교한다면 더욱 그렇다. <만화경>의 화자가 허무의 안개가 자욱한 마음을 넋두리처럼 풀어놓았다면, <깊고 어두운 곳에서>의 화자는 어딘가 깊고 어두운 곳, 빛이 정말 희미하게 들어오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는 무서운 공간에 위치해 있다. 심지어 화자는 이 깊고, 어둡고, 무서운 공간에 스스로 들어가기를 택한다. 작품의 소개글처럼 이는 일종의 의도적 반추로, 얼기설기 얽힌 어둠을 따라 들어감으로써 이들은 빛을 더욱 분명히 마주하고, 생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문없는집 - MIRAE COMPLEX Pt.2

모든 미래는 결국 예측이다. 과거의 경험과 막연한 희망사항이 출처이며, 상상에 국한된다. 2020년대 이후를 그린 SF 영화와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실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 문없는집의 <MIRAE COMPLEX>는 음반을 두 갈래로 구분하면서 이러한 흐름의 한계를 인식한다.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음악은 바스라질 듯한 과거의 흔적을 눌러담은 작품을 통해서. 우리를 공상으로 인도할 타임머신의 연료는 지나온 시간이다.

동화를 읽어주다 눈물을 훔치는 부모처럼, 청아한 목소리에 더불어 청명한 리듬을 주조한 음악 사이에 눈시울을 붉히기 충분하다. 좋은 작품은 간접 경험으로도 삶에 나이테를 남긴다. 이 이야기를 다 훑고 ‘새로운 마음’을 들을 때 피어나는 세탁되는 마음처럼. 한 시간을 경청하고 나면 ‘미래에 Pt. 1’에서 문없는집이 남긴 “살지 않은 곳들을 왜 그리워할까?” 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게 된다. 살아가기 위해서다. (정기엽)

Mijai - Mijai

플런더포닉스의 아버지 John Oswald는 <Plunderphonics, or Audio Piracy as a Compositional Prerogative>에서 모든 팝 음악이 본질적으로 퍼블릭 도메인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팝 음악의 음향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브컬쳐의 시선에서, 일본 문화는 본 문장에서 팝 음악이 가지는 지위와 유사한 지위를 지닌다. 서브컬쳐를 사랑하는 그 누구든, 일본 문화에 노출되지 않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정체불명의 플런더포닉스 음악가 Mijai의 정규 데뷔작 <Mijai>는 이렇듯 서브컬쳐의 확산과 함께 대중화된 일본 문화를 중심으로, 국내외 서브컬쳐와 EDM을 비롯한 아티스트의 컬렉션을 자유롭게 방출하는 작품이다. 마키하라 노리유키의 대표곡 ‘もう恋なんてしない’(본작에서 활용한 것은 몇 년 전 바이럴을 탄 드릴 리믹스 버전으로 추정된다.), 일본인이 사랑하는 애시드 재즈 밴드 Jamiroquai의 ‘Virtual Insanity’, RPG 게임 테일즈위버의 대표적 ost ‘紅唇’까지 일본 본토의 흔적이 묻어 있는 다양한 샘플들이 아티스트 사운드 컨셉에 발맞춰 다채롭게 펼쳐진다. 나아가 하나의 열정적인 DJ 셋처럼 설계된 작품은, 그저 신나게 내려놓고 즐기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다.

반타01, MPT - 아름8

반타01(舊 cwar)의 최근 행보는 초기 Khundi Panda의 날카로움을 닮아 있다. 언더그라운드의 태도와 문법을 억척스럽게 고집한다는 점이 우선 그렇고, 필사적으로 무언가에 부딪히려는 듯한 운동량이 또한 그렇다. 넓은 맥락에서 그의 직전작 <OGI-PATTERN>을 Khundi Panda의 <가로사옥>이나 <재건축> 등에 빗댈 수 있었다면, 본작 <아름8>은 <MODM : Original Saga> 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 작품에는 흑의 공간감과 쇠의 타격감이 부딪히는,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주로 즐기는 종류의 짜릿한 쾌가 가득하고, 그 쾌들은 다시 맞물리며 새로운 쾌로 피어난다.

V8 - V8

성공한 K팝 고년차 아이돌 멤버의 상황에 이입해보자. 이들은 그 이름 자체로 충분한 관중 동원력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신예급 아이돌 멤버가 가지지 못한 사내 발언권과 자율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경우에 따라 차기작의 음악적 방향성을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에 가깝게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업 단위의 자금과 정보력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일,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성공한 고년차 K팝 아이돌 SEVENTEEN의 두 멤버 버논과 디에잇은, 작년 TWICE 채영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가 선호하는 음악과 음악가들을 잔뜩 갈무리하여 한 작품에 풀어놓는 행복한 일탈을 행한다. Alice Longyu Gao, Mechatok, Dylan Brady 등 해외의 저명한 실력자들부터 KIRARA와 kimj로 이어지는 국내 전자음악의 중심까지, 세계 각지의 장인들이 힘을 더한 작품에 완성도가 부족할 리도 없겠고, 다양성이 부족할 일도 만무할 테다.

물론 트랙 하나하나의 레퍼런스가 분명한 만큼 본작을 ‘창의적’인 작품이라 평가하기는 어렵다. 허나 K팝의 본질적 이미지가 타 아티스트의 색채와 조응하는 순간, 나아가 기업 자본의 경제적 내리사랑과 음악적 경의가 한 호흡으로 합일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제법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다.

BewhY - POP IS CRYIN’

2016년 <쇼미더머니 5>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국내 힙합 씬의 상업적 꼭대기에 군림했던 BewhY는 그 몇 년의 기간 동안 수많은 사업적 실패를 경험했고, 어느덧 처자식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까지 추락해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실패는 인간 이병윤에게 많은 흔적을 남겼다. 독실한 기독교 정신과 함께 항상 고고한 메시아의 위치를 자처하던 그는 이제 두 딸의 아버지이자 집안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한 재물에 집착하고,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며, 기독교 문화와 갈등을 빚는다.

작품이 가장 뛰어난 점은, 바로 이러한 아티스트의 인간적 변화와 상태, 감정, 그리고 견해가 작품의 소리와 서사로 적확하게 구현됐다는 점이다. 왜곡되고 과장된 전자음은 화자의 혼란스런 감정 상태와 세속적 변화를 성공적으로 그려내고, 강박적으로 끊어대는 플로우는 화자의 집착스런 면모를 효과적으로 강조한다. 이런 면에서 <POP IS CRYIN’>은 그의 가장 인간적인 작품이며, 올해 가장 인간적인 랩 작품으로서 씬의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Billlie - 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chapter two

예술로 사업을 해야만 하는 K팝의 생리 속에서 ‘두 마리 토끼 잡기’는 필수적이다. 대중과 소통하는 팝의 선봉으로서 이룩해야 할 음악적 성과, 기업과 그룹의 존속을 위해 필요한 상업적 성과, 이 두 마리 토끼 중 한 마리라도 놓치게 된다면 그들은 결국 반쪽자리 그룹으로 남게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렇듯 예술가 정신과 기업가 정신을 동시에 요구받는 K팝의 땅에서, Billlie라는 그룹은 언제나 주류보단 대안의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그 대안적 위치에서, 이들은 한 마리 토끼를 완전히 놓쳐버린 것 같았다. 일부 K팝 마니아층의 찬사를 받은 <the Billage of perception: chapter three> 등의 수작은 분명 그룹의 음악적 성취라 평가할 수 있었으나, 그룹의 상업적 성취가 기준치를 심히 밑돌았다는 사실 또한 결코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Billlie의 데뷔 첫 정규작인 <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chapter two>에 어떤 상업적 욕심이 드러난다 해석할 여지가 있다. 선공개 트랙이자 앨범의 가장 돋보이는 트랙인 ‘WORK’은 의심의 여지 없이 ‘Whilplash’(2024/aespa)의 변형으로, 몽환의 질감을 주로 다루던 이전의 기조와는 또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상업적 도약을 꾀한다.

이러한 대중친화적 작법이 적중한 지점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작품이 반가운 또 하나의 까닭은 그룹이 여전히 음악적 대안으로서의 지위를 내려놓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클럽 친화적인 작법과 이에 발맞추는 리믹스 트랙 구성은 그 자체로 신선한 동시에 높은 장르적 이해를 갖춘 구성으로, 여전히 Billlie라는 그룹을 K팝의 매력적인 대안으로 평가할 만한 근거가 된다.

BILL STAX - LIVE FAST DIE SKRT

BILL STAX는 아마 현존하는 40대 중반 래퍼 중에서 가장 철이 덜 든 인물일 것이다. 세간의 시선에서 보면 그렇다. 여전히 그는 바이크를 사랑하고, 철없는 남자아이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한다. 참으로… 순수한 인물이다.

물론 우리가 BILL STAX라는 이름을 사랑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철부지 BILL STAX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여전히 순수한 열망이 흘러넘치며, 그럼에도 그의 열여섯 마디에는 항상 나이에 걸맞은 숙련된 솜씨가 가득 들어차 있다. 그의 이러한 매력은 은퇴작 <LIVE FAST DIE SKRT>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클라우드 랩부터 레이지, 멤피스까지 넓은 반경을 아우르는 작품의 토양에서 스스로를 꾸밈없이 드러내는 그의 변함없는 뒷모습에 청중의 기립박수가 터진다. Rest In Peace, Rest In SKRT! 결국 BILL STAX라는 이름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철들지 않았다.

선명 - 선명

포스트록 밴드 녹이녹의 베이시스트 박희수와 전위적 노이즈 듀오 허니젤리키티 소속의 조지수로 구성된 듀오 선명의 데뷔 EP <선명>은 양가적인 작품이다. ‘폭설’과 ‘여름’을 일순간에 오가는 앨범의 첫 두 트랙 제목처럼, 작품은 각각의 양극단을 아주 거침없이, 아주 의연하게 오가며 그 음압의 균열과 조응, 그 순간의 대립적 쾌감을 즐긴다. 어떤 때엔 무슨 깃털이나 공기처럼 한없이 가볍게 하늘거리고, 어떤 때에는 주체할 수 없는 재앙처럼 강렬히 폭발하는 작품의 이 소리에 이리저리 끌려다녀 보는 것 또한 하나의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다.

aespa - LEMONADE

aespa는 앞선 수 년 간의 활동 동안 대단히 풍부하고 독점적인 색채를 확보해 왔다. 이러한 과거의 성과를 일련의 ‘자산’에 빗대어 볼 때, 어느덧 고년차를 맞이한 aespa의 생애는 마치 젊은 나이에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자의 중년기 생애처럼 풍족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 <LEMONADE>는 작품의 대부분을 일종의 셀프-레퍼런스, 다시 말해 스스로의 작법을 다시금 재해석하는 데 할애하고 있지만, 그 과정은 분명히 정당하고 그 결과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다. 초기 aespa의 날카로움을 차용한 ‘SHAKIN’’의 매서운 타격부터 ‘Whiplash’의 영광을 토양 삼아 발아하는 타이틀 ‘LEMONADE’, ‘Live My Life’의 상쾌함을 노련하게 재현한 ‘’Til We Die’까지… 괴력의 전성기 위용을 베테랑의 위엄으로 치환한 aespa에게는 이제 어린 그룹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아우라가 흘러넘치고 있다.

NMIXX - Heavy Serenade

작년의 NMIXX는 틀림없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데뷔 때부터 오랜 난항을 겪던 음악적 정체성은 어느덧 완성에 가까워졌고, ‘Blue Valentine’을 필두로 한 상업적 성과 또한 드높은 정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예술적 측면과 상업적 측면, 그 어떤 측면에서 본다 하여도 2025년의 NMIXX에게 불합격 판정을 내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는 곧, 작년 이들이 설정한 예술적 방향성을 올해에 와서 굳이 크게 수정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전반에만 3대0을 기록한 축구 전술을 대폭 수정한 채로 후반을 시작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실제로 JYP의 제작진 또한 본작에 대단한 변혁을 시도하는 대신 기존의 작법을 연마하는 방향을 택한다. 직전 ‘Blue Valentine’의 감성을 이어가는 ‘Heavy Serenade’와 ‘High Horse’의 도전적 성질을 더욱 강화한 ‘Crescendo’의 경우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이며, 작법의 연마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또한 성공했다. 이들이 이후에도 몇 년 내내 유사한 스타일의 음악을 고수한다면 물론 얘기가 달라지겠으나, 한 번의 반복을 통한 성공적인 발전을 거부할 정도로 인색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CORTIS - GREENGREEN

HYBE의 촉망받는 신예 CORTIS는 데뷔작 <COLOR OUTSIDE THE LINES>로 획득한 호응을 디딤돌 삼아 한국 신세대 남성의 이념적/현실적 이미지를 선점할 목적을 드러낸다.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YOUNGCREATORCREW’의 신조어 생성부터 한국적인 요소로 가득한 ‘REDRED’의 뮤직비디오 구성까지… 전작이 미국 랩/힙합 사운드 구성에 한국적 색채를 살짝 덧씌운 형태였다면 본작은 그 선후관계가 완전히 바뀐 것처럼 보인다. 작품의 가사 구성은 이러한 변경점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부분으로, 본작이 전작과 달리 운율의 상당 부분을 한국어로 구성했다는 사실은 작품의 색채를 더욱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여전히 이따금씩 당혹스러움을 남기는 ‘YOUNGCREATORCREW’와 Frank Ocean 스타일을 노골적으로 표방한 ‘Blue Lips’ 같은 트랙이 귀에 걸리긴 하지만, CORTIS가 본작을 통해 대중성을 상실한 K팝 남자 아이돌 판을 선두에서 뒤집고 있음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Kid Milli, OKASHII - MAINSTREAM

각각 국내 힙합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하는 Kid Milli와 OKASHII의 합작이 멋들어진 과잉을 위주로 전개되리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A$AP Rocky에게 많은 음악적 부채를 지고 있는 이들은 확실히 ‘멋’이라는 키워드와 매우 친했고, 최근 프로듀서 Matthew의 행보 또한 과잉의 쾌감을 즐기는 편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MAINSTREAM>의 전면에서 돌출하는 것은 특유의 과잉과 불협이다. Matthew의 왜곡된 소리 위에서, 4명의 플레이어들은 리듬을 비롯한 주기적/의도적으로 이탈하며 탈선의 배덕적 쾌락을 조준한다.

물론 본작을 이러한 방식의 작법을 완성된 형태로 공표하는 작품이라 평하기는 어렵다. 앨범 전반에 자리한 불협이 아직은 높은 타율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고, 도리어 Kid Milli의 비교적 정제된 벌스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잦다. 불협과 과잉이 작품에 주를 차지해야 할 당위를 아직까지는 충분히 피력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일례로 작품의 서두를 여는 Raf Sandou의 벌스는 앞서 <쇼미더머니 12>의 ‘PUBLIC ENEMY’ 재해석 미션 무대에서 보여준 버전이 본작의 것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허나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는 몇몇의 놀라운 불협과 과잉의 순간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으로 다가오고, 변함없이 이들의 이름에 크나큰 기대를 걸어야 할 근거가 된다.

해파 - 건강한 사회의 일원

포크 듀오 시옷과 바람 출신으로 2022년 <죽은 척하기>를 통해 성공적인 홀로서기에 성공한 싱어송라이터 해파는 “물 속에서 헤엄칠 줄 모르”던 시기를 지나 스스로의 생애를 반추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두 번째 앨범 <건강한 사회의 일원>은 그 반추와 해방의 기록이며, 풍자와 해학, 그리고 하나의 거대한 농담이다.

사회의 암묵적 요구에 순응하는 청년의 삶을 노래하는 본작은, 그렇기에 한 편의 부조리극이나 풍자극처럼 들리기도 한다. 연극적으로 해석되는 풍부한 재즈 편곡 위에서, ‘건강한 사회의 일원’과 ‘악당’을 동시에 연기하는 그녀는 그 연기의 진폭만으로 순식간에 좌중을 압도한다. 그리고 이렇듯 다양한 변주와 표정 연기, 섬세한 편곡 등 여러 부분이 빛나는 작품이 언뜻 섬뜩하게 들리기도 하는 이유는, 우리 또한 언제든 이 연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사실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