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CE

2025 국내 올해의 노래

by over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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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Golden’이 전 세계 차트를 호령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미국의 것이라고, 일본의 것이라고, 한국의 것이라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다. 단순히 자본의 출처나 제작자의 국적으로 결론 내릴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여전히 답변하지 못한 케이팝이란 무엇이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자,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지칭하는 바운더리를 더 넓혀달라고 하는 부탁이었기 때문이다.

올 한 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을 모아 어떻게 답변하면 좋을지 생각해 본다. 한국의 노래를 샘플링해서 트렌드와 접속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 같다. 아니면 소주 냄새 진동하는 풍경화를 그려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그냥 “까만 눈 까만 hair”면 충분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국악 하나만큼은 확실히 한국적인 게 아닐까? 무수히 많은 방법 사이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았다. 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가장 ‘우리’다운 일을 하면 그것이 가장 한국적인 무언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앞선 물음에 대한 답변은 2025년 수많은 국내 아티스트가 선사한 매력 넘치는 순간들로 갈음하고자 한다. (이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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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염따 - 더콰이엇

선망은 이렇게 한 곡의 연가가 된다. 2025년 한국 힙합이 거둔 여러 결과물 사이에서도 이 트랙이 점유한 위치는 유독 선명하다. 염따는 그간 집착해 온 물질적 과시와 거친 허세를 과감히 멈춰 세운다. 비워낸 자리에는 오직 한 사람을 향한 천진한 애정이 차오른다. 목적도 계산도 섞이지 않은 이 순수한 ‘좋아함’은, 성공이란 물질을 소유하는 상태가 아니라 감정을 해방하는 과정임을 일깨운다. “네가 다가왔던 날 내 심장은 정말 빨랐지”라는 가사는 모두가 우러르는 아이콘을 가슴속 설렘의 자리로 끌어당기며, 혼자만의 수줍은 고백을 우리 모두의 노래로 확장한다.

곡의 질감을 결정짓는 것은 투박한 진심과 세련된 비트의 기분 좋은 불협화음이다. 거구의 사내가 수줍게 스텝을 밟는 듯한 브라스 사운드는 직설적인 구애에 온기를 입히고, 곡 전체를 다정한 위로로 이끈다. 여기에 염따 특유의 거친 음색과 대비되는 가벼운 멜로디 라인은, 그가 다져온 ‘성공한 래퍼’라는 견고한 상을 허물며 그 아래 숨겨진 인간적인 민낯을 드러낸다. 자신을 가감 없이 노출하는 이 정직한 태도는 장르의 관습에 갇혀 있던 오늘날의 힙합이 마주한 귀한 반례다.

곡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인장은 ‘야 나도’라는 세 글자에 새겨져 있다. 염따는 성공의 전형인 ‘더콰이엇’이라는 인물 앞에서 제 안의 부러움과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시기를 감추려 허세를 덧대는 비겁함 대신, 체면을 벗어던진 대담한 자기 긍정을 택한다. “자전거만 타다가 돌아가실 수는 없잖아”라는 가사는 꿈을 향한 갈망을 유치할 만큼 담백하게 드러내며, 선망하는 대상에게 기꺼이 손을 내민다. 침대에 누워 과자를 긁어 먹는 일상의 남루함을 ‘더콰이엇’이라는 빛나는 이름과 병치하는 유머는, 꿈과 현실 사이의 아득한 거리를 단숨에 좁힌다. 자신의 욕망을 투명하게 인정해 본 적 없는 이들에게 염따의 무방비한 진솔함은 막혔던 속을 뚫어주는 위안이 되었다. 결국 이 노래는 결핍마저 기분 좋은 유머로 빚어내며 2025년 힙합 신의 가장 무해하고도 뭉클한 진심을 남겼다.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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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khc (케이에이치씨) - 우리는 항상 거추장스런 꿈을 꾸고

꿈은 실로 거추장스러운 일이다. 편히 살아도 될 시간에 굳이 무언가를 도모해야 하고, 불확실한 시간의 축적이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 주길 빌고 또 빌어야 하는 탓이다. 생존에 불필요한 꿈은 오늘날 멸시마저 감수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머무는 이들에게 사회는 응원의 박수 대신 “그래서 되겠어?”라는 냉소적인 질문을 던진다. 꿈은 점차 거적때기처럼 취급받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다시 꿈을 말한다. 생존의 시간이 저문 땅거미 질 무렵, ‘마른나무를 가꾸는 일’처럼 무용해 보이는 선택을 감행한다. 현실이라는 어른들의 세계 앞에서 가녀린 속마음은 숨기되, 감정이 완전히 메마른 상태만큼은 피하려는 안간힘이다. 울지 못한다면 웃기라도 하려는 유머의 자세로 말이다.

이 곡이 드보르자크의 ‘유머레스크’를 소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쾌한 밑바닥에 애수가 서린 춤곡처럼, 사운드는 빛을 조율하는 황혼의 정경 뒤로 글리산도와 함께 피어오르는 바이올린, 조명 아래 기타를 멘 두 청춘의 저녁 풍경을 정밀하게 그려낸다. 통통 튀는 소리의 움직임과 멎음 사이에서 생겨난 장력은 곡을 끝까지 붙드는 서사의 힘이 된다. 섬세한 질감으로 신뢰를 쌓는 khc와 독특한 해찰로 주목받는 우희준의 만남은 거추장스러운 꿈을 산뜻한 감각으로 빚어낸다. 파국과 극복의 시간을 통과한 2025년, 버려질 뻔한 ‘꿈’이라는 단어를 다시 붙잡으며 이들은 말한다. 생각보다 꿈은 무겁지 않다고. 도피 없이 끝까지 쥐고 가보기로 한다. 이 거추장스럽고도 찬란한 꿈을.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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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우희준 - 모래의 여자 (아프다구요)

소설 <모래의 여자> 속 구덩이의 광경은 오묘하다. 남자는 그곳에 갇혔다.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도리가 없다. 원주민인 여자는 비협조적이고 구덩이 밖을 꿈꾸지도 않는다. 두 사람은 이따금 사랑 없이 몸을 섞고 혐오와 동질감을 동시에 나누며 때가 되면 모래를 함께 퍼나르는 기괴한 관계다. 마지막에 이르면 남자 역시 탈출을 단념한다. 두 사람에 가해지는 마을의 착취, 마을에 가해지는 도시의 착취, 남자에 가해지는 여자의 착취, 여자에 가해지는 남자의 착취, 자기 자신에 가해지는 자기 자신의 착취가 펼쳐지고, 초현실적인 모래바람이 지각의 한계를 알알이 가리키며 저편으로 날아간다.

한편 노래 ‘모래의 여자 (아프다구요)’에는 희미한 음성과 나른한 현악 소리가 피어오르며 몇 개의 상처를 논하고 있다. 낚아채는 고통과 흉터에 새겨진 고통이 지나가고 선율은 엉키는 듯하더니 풀어져 다른 형태로 번진다. 한결 산뜻해진 분위기는 “상처를 맞대자”라는 말로 연대의 시작과 “우리가 하려던 건 이런게 아닌데”라는 말로 쇠락까지 서술한다. 우희준의 말투는 쓸쓸한 구석이 있다. 항상 죽음이나 존재 같은 구덩이 속 담론 뒤로 운명에 대한 패배감이 배어난다. 진실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알아차릴 새도 없이 빼앗겨 살아가는 중 들리는 수많은 경쾌한 울림 틈을 세차게 찔러오는 뒤틀림은 꾸밈이 없는 만큼 거칠고도 정직하다. (권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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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정은혜 & 까데호 & 김예찬 - 극락조

<NAMDO CALLING>, 남도의 소명이라는 타이틀이 이보다 어울리는 인물이 2025년 지금 또 누가 있을까. 전북 전주, 전통음악에 대한 이해를 갖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대명창 최승희 선생의 직계로 지목받은 소리꾼 정은혜는 과연 일생의 대부분을 남도 소리에 바쳐왔고,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그 자체로 남도의 얼을 대변한다. 스승인 최승희 명창처럼 엄정하게 절제된 성음과 발음, 제 타이밍과 뉘앙스를 적확하게 꿰뚫는 시김새… 그녀의 소리 하나하나가 남도의 새로운 기록인 셈이다.

이전에도 남도의 정통성을 견지한 채 여러 실험적 행보를 이어오던 정은혜 명창은 이번엔 국내 흑인음악의 가장 자유로운 연주 집단 까데호, 촉망받는 젊은 비브라포니스트 김예찬과 함께 또 하나의 진보적 도전에 나선다. 까데호의 인상적인 연주력, 김예찬의 청량한 비브라폰 및 발라폰 타격에 힘입은 그녀의 편곡적 해석은 다분히 현대적이지만, 그 자체로 남도의 얼이 담긴 성대의 울림을 통해 작품은 전통과 전승의 지위 또한 동시에 획득한다.

그중 남도 민요 ‘새타령’의 구절을 신명나게 재해석한 곡 ‘극락조’는 이러한 현대적 해석의 가장 인상적인 사례다. 까데호의 연주는 일견 중중모리의 변형을 연상시키면서도 현대적인 틀과 흥을 잃지 않고, 정은혜의 소리는 전통적 시김새와 절충적 멜로디 사이 가장 알맞은 지점을 포착하여 적확하게 성음한다. 거기에 곡의 경량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김예찬의 발라폰 연주까지. 추다혜차지스, 씽씽, 이날치 등 국악의 전통적 요소를 현대 대중음악에 성공적으로 버무린 사례는 이전에도 제법 있었지만, 이토록 절제된 경쾌함, 남도 민요의 본질적 쾌감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사례는 과연 찾아보기 힘들다. 전통은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크게 역설하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이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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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나이직 - Gossamer Body

신촌 베이비돌에서 있었던 일본 트루 펑크 밴드 모레루(moreru)의 내한 공연을 떠올려 본다. 주인공이었던 그들의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페일시스터스, 데소나이드가 보여준 강렬한 액트 역시 3개월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공연의 첫 무대를 꾸렸던 기나이직도 마찬가지로 충격적이었다. 그때의 나는 ‘Gossamer Body’가 라이브로 구현될 수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현란한 탄자니아 싱겔리 리듬에 정신을 놓은 채 스크리밍을 거듭하는 모습. 잔뜩 왜곡된 전자음악이 자신의 몸뚱아리인 랩톱을 부술 기세로 때려댔다.

거꾸로 말하자면 ‘Gossamer Body’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트랙이다. 보컬과 인공적인 비트가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소리뿐만 아니라 가사마저 왜곡된 채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과잉된 디지털의 감각. 아주 가늘고 얇은 거미줄(또는 그런 것)을 의미하는 Gossamer와 Body의 합성어인 곡명과는 정반대, 이렇게 핏대 선 목으로 통증을 토해낸다면 곧 찢어지고 말 테다. 기나이직은 가공의 음악과 연약한 육체를 일체시키는 일종의 트랜스휴머니즘적인 방식으로 한 단계 너머의 소리 표현을 획득한다. 차가운 기계장치 안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뜨겁고 인간적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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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NMIXX (엔믹스) - Papillon

‘Soñar’와 ‘DASH’가 믹스팝의 방법론적 해를 제시하고 그로써 그룹의 음악적 전환점이 되었다면 ‘Slingshot (<★)’과 ‘Papillon’, 이후 ‘SPINNIN' ON IT’까지의 사례는 그 구체화된 방법론을 기반으로 믹스팝이라는 개념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도전하는 실험에 가깝다. ‘Papillon’은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곡으로, 형식적으로는 앞선 ‘DASH’의 힙합 기반 믹스팝 노선을 따르면서도 서두부터 말미까지 모든 요소에서 어떻게 하면 곡의 쾌락 수치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레이지의 성난 전자음으로 대표되는 분열의 쾌감부터 파트와 파트, 레이어와 레이어를 도전적으로 배치하며 얻어내는 대비의 쾌감까지, 매 분 매 초를 청각적 쾌감에 할애하는 이러한 작법은 자칫 과잉의 우려를 내재하기도 하나 곡은 도리어 보컬의 데코레이션을 최소화하는 능숙한 대처로 이러한 일전의 우려마저 불식시킨다. JYP가 ‘믹스팝’이라는 단어를 고안해냈을 때 그렸던 그림이 얼추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올해 가장 뛰어난 K팝 트랙임은 물론 올해 가장 인상적인 팝 트랙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닌 이 곡은 과연 K팝이라는 장르가 얼마나 다양한 음향적 쾌감을 한 곡에 압축적으로 집약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이 되는 곡이자 K팝의 향방을 뒤바꾸겠다는 엔믹스의 데뷔 초기 야심이 비로소 실체화하는 기록적인 순간이다. (이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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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오키 - 힙합 수련회에서 누나에게 고백한 남자의 이야기 (feat. 갤럭시 익스프레스 & 임플란티드 키드)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어느 소설의 제목으로 김오키의 양분된 음악 세계를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힙합수련회 2025>만큼 이색적인 앨범은 또 존재하지 않았다. 그중 제목이나 참여 아티스트부터 배덕감에 가까운 호기심을 자극하는 ‘힙합 수련회에서 누나에게 고백한 남자의 이야기’는 앨범의 성격을 압도적으로 대변한다. 놀라울 정도로 능숙한 연주 위 쏟아지는 임플란티드 키드의 과격한 래핑은 박수보다 웃음소리를 겨냥하고, 락과 재즈와 랩의 결합이라는 장르적 측면에서도 흥미롭다.

곡의 반이 넘어가는 동안 인스트루멘탈을 고집하는 비타협적 면모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재치와 그를 지탱하는 역량이 마음 놓고 웃고 즐길 수 있게 만든다. 힙합계의 성기훈을 자처한 그들처럼 멋과 흥과 눈물만이 가득한 음악계에 비굴한 주인공이 들어서지 말란 법이 없고, 최고의 음악을 논할 때 코미디를 언급하지 말아야 할 당위도 없다. 찬사의 크기는 고고함의 크기보다 즐거움의 크기와 비례해야 한다. 마니악한 뉘앙스를 잔뜩 머금은 어휘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컬트의 지위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만들어내는 것이다. (권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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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ffie (에피) - MAKGEOLLI BANGER

‘down’이 <E>의 모습을 예고했다면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의 선공개 곡 ‘MORE HYPER’는 경고였다. 케이팝 레퍼런스를 통해 감성적으로, 노스탤직하게 하이퍼팝을 완성하며 성공적으로 에스테틱을 구축한 에피는 곧바로 전작의 모습 대부분을 버리고 영 린을 경유하여 트렌드에 접속했다. 태도의 변화는 가사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차례차례로 돌아가라고 니 자리로”, “20세기 출생들은 이제 좀 꺼져봐”, “can i sip that 담배?”, “화이팅 개새끼야”, “내년에는 코첼라”. ‘put my hoodie on’의 “탑보다 먼저 달에 갈지도”나 “도쿄에서 쇼” 같은 가사가 조심스러웠다고 보일 정도로 곡마다 강력한 펀치를 담은, 아 정말 ‘morE hypEr’라고 부를 만하다.

‘MAKGEOLLI BANGER’는 이름 뿐인 뱅어가 아니다. 부산으로 가야 한다며 재촉하고 EDM 사운드 위로 이리저리 불꽃을 쏴 대는 등 해변 축제 분위기를 물씬 만들어낸다. 기차를 타고 막걸리에 뻗어버리고. 이렇게 만들어낸 높은 역동성을 빌드업 구간 랩의 수직적 속도감으로 치환하며 페스티벌 분위기로 마무리할 줄 아는 진짜 뱅어다. 무려 “내년에는 코첼라”라고 하지 않나. 이 당돌한 선언이 보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올해 에피가 두각을 보인 이유는 내재화된 정체성을 훌륭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케이팝 레퍼런스, MY UNNIES 크루, 그리고 DIY 정신으로 무장한 뮤직비디오 같은 것들 말이다. 이 곡에 등장하는 ‘커아이’나 ‘니하오’ 같은 추임새 또한 “my boy speaks chinese”, 즉 에피의 콘텍스트로부터 발휘된다. 그러나 내년 코첼라 무대에 서겠다는 선언은 자신의 음악을 제외한 어떤 것도 담보로 하지 않는다. 어떠한 추가적인 설득 없이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수긍하게 한다. 그럴 만한 힘이 여기 있다. (이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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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ik-K (식케이) & Lil Moshipit (릴 모쉬핏) - PUBLIC ENEMY

이러나저러나 음악 예술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청각적 쾌감이다. 2025년 국내 힙합 씬 최대의 화제작 <K-FLIP>은 이러한 맥락에서 매우 인상적인 작품으로, 청자가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소리를 거의 작품 전체에 도배하며 씬으로 하여금 힙합 음악의 본질이 과연 무엇이냐를 다시금 논하게 했다. 플레이보이 카티발(發) 레이지 사운드의 로컬라이징부터 영민하고 결정적인 샘플 사용의 성과까지, 수많은 언사가 작품의 또다른 가치를 대변하기도 하였으나 <K-FLIP>이 이토록 씬의 가장 중요한 앨범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핵심적 원동력은 단연 청자를 다시금 찾아오게 하는 그 본질적 쾌감에 있었다.

우리가 2025년 힙합 씬에서 가장 눈부신 트랙으로 ‘PUBLIC ENEMY’를 꼽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이다. 칵스(KOXX)의 날카로운 광선으로 시작을 알리는 ‘PUBLIC ENEMY’의 파괴력은 작품의 범람하는 쾌감, 그중에서도 가장 빼어나다. 물론 한국어 레이지 벌스의 최첨단을 보여준 ‘LALALA’의 경우나, 힙합 씬 고유의 태도를 견지하며 대중적 설득력까지 쟁취한 ‘LOV3’ 같은 트랙을 최고의 곡으로 뽑을 수도 있겠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PUBLIC ENEMY’의 이 놀라운 화력 수치는 그 자체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며, 지금보다 더욱 돋보이는 위치에 기록될 필요가 있다. (이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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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현진 - 횟집

횟집에서 싸움이 나고… 한 남자가 칼을 휘두르더니… 침을 흘리며 누군가를 향해 달린다. 그런데 이 촌극의 정점일 다음 장면은 너무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다. 클리프행어식 전개? 그러나 절벽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 남자는 누구이며 그의 우스꽝스러운 정신분열적 행동과 그가 칼을 겨누는 사람의 정체, 또 싸움의 연유는 무엇인가. 거기에 중후한 보컬 뒤로 울리는 몇 번의 비명까지. 당최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굳이 앨범 제목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별보다 가로등이 밝은 한밤의 대도시 뒷골목, 적당히 허름한 1층의 어느 횟집, 입구의 수조에서 이름 모를 물고기 몇 마리가 춤을 추고, 가게 안에서 난동이 일어난다. 소리는 요란하니 큰일이나 날 것 같지만 일개 행인인 당신은 시큰둥하게 지나칠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서울에서 이 정도 깽판이야 종종 보이는 광경 아니던가?

음반, 무대, 갤러리, 스크린 등 광범위한 예술 활동을 펼쳐온 백현진은 어느 분야든 거장의 칭호가 낯설지 않은 베테랑이 되어 고국과 같은 음악의 땅으로, 또 서울의 땅으로 돌아왔다. <서울식>은 낮과 밤으로 나뉜 두 장의 개별 앨범으로 나타났고 이전에 비공식적으로 공개된 몇 개의 트랙을 함유하고 있었다. 그중 밤 사이드의 1번을 장식한 ‘횟집’은 큰 사이즈의 작품 내에서도 압도적인 풍이다. 너절한 서울의 풍경이 백현진 음악 특유의 괴팍한 매력을 자랑하기도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지닌 호소력과 스토리텔링 능력, 블루지한 연주가 자아내는 페이소스가 기운을 장악한다.

국내에서 제일이라는 재즈 세션을 품고 이민휘의 비명에 힘입어 노래하는 백현진의 창법은 이번에도 역시 메소드 기법이다. 심호흡과 휘청거리는 시늉까지 보태가며 완성한 곡과 극 사이 어딘가를 점하고 있을 노래는 그 자체로 서울의 가장 어두운 풍경을 오롯이 담았다. 기괴한 것 같기도 하고, 투박한 것 같기도 하고, 딱하거나 답답하기도 하고, 심지어 못나 보이기도 하는 주인공은 아마 그가 자주 묘사하기도, ‘서울’의 지명이 단연 떠오르기도 하는 현대인의 초상이다. 그를 보며 딱히 비웃거나 안타까워할 필요 없다. 남녀노소 불문 출퇴근 지옥철에 갇힌 누구라도 무의식에 약간의 객기는 품고 산다는 것이고, 그게 토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 너무 폭력적인 다음 장면이 연출된다는 것이니까. (권도엽)

Honorable Mention

11. 주혜린 - Busy Boy
12. 옴 - 뱃노래
13. 키라라 - 샐러드
14. 유라 - 15살
15. C JAMM - 레이어드
16. Yetsuby - Aesthetic-Q
17. 추다혜차지스 - 허쎄
18. Yves - White Cat
19. 잔나비 - 모든 소년 소녀들1 : 버드맨
20. 실리카겔 - 南宮FEFERE
21. JENNIE - like JENNIE
22. RIIZE - 잉걸
23. 와와와 & 놀이도감 - Uncertainty
24. 오헬렌 - Mole
25. NECTA - ESSENTIAL
26. PCR - Bricks★★★
27. 향우회 - 이방인
28. EK - Machine
29. 몰라시스템 - 비행공포
30. 쾅프로그램 - Not Alone
31. 김일두 - 또아리
32. kimj - Fire Music Daisuki
33. 1ANDON & Lil Moshpit & 윤석철 - MY MAN (Remix) (feat. 율음)
34. 산만한시선 - 개의 심장
35. 썬 타운 걸즈 - 입맞춤
36. 윤지영 - 네가 미루는 것들
37. Arexibo - Needle in the Pocket
38. archie - by fog
39. 전진희 - 그럼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40. 토끼9 - coex160
41. 최엘비 - 물
42. UNEDUCATED KID - CALL ME
43. NOVASIA - UWEU
44. The Deep - Wrong Number
45. Molly Yam - WET
46. 이최희 - I Love You
47. Mount XLR - Xai
48. 정우 - 철의 삶
49. 안다르크 - Bomb, the Boss
50. Hearts2Hearts - F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