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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성이 만든 한 장의 추억 '앨범', 아이오아이 <I.O.I : LOOP>

by 정기엽|

cover image of 아이오아이 <I.O.I : LOOP>
아이오아이 <I.O.I : LOOP>SWING Entertainment

아이오아이의 10주년은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10년간 K팝의 문화 근간을 뒤흔들고 폭발적인 상업성을 이끈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첫째 딸이자 “국민 걸그룹”이라 칭할 만한 인기를 누렸던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 다른 그룹들과 달리 지속 상태에서 기념일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하나의 명분이 되어서 재결합을 이끌었다. 다시 뭉친 것 자체에 충분한 의의가 있지만, 축제의 여흥으로 가려지지 않는 아쉬움도 있다.

우선 긴 공백이 만든 멤버 간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아이오아이 종료 후 메인 보컬 유연정은 우주소녀 멤버로서 활동했고, 같은 포지션의 김세정도 그룹 구구단 및 솔로 가수로서 커리어를 이었다. 하지만 우주소녀는 최근 몇 년 활동이 멈춘 상태였고, 김세정도 배우 활동에 집중하며 음악 외에서 보낸 기간이 길어졌다. 자연스레 그때보다는 느슨해진 목소리의 힘을 솔로 뮤지션으로 활동해 온 청하와 전소미가 가창으로 메운 점은 각자 활동한 몇 년간 자신을 어디에 투자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2016년에 녹음한 선공개 싱글 ‘웃으며 안녕’과 본작에 실린 곡들을 비교하면 더 크게 와닿는바.

타이틀인 ‘갑자기’는 기존 ‘너무너무너무’를 부르거나 ‘손에 손잡고’를 리메이크했던 그룹 디스코그래피상 이질감 없는 복고풍 신스팝이다. 하지만 그 농도가 지나치다. 후렴 전체의 멜로디가 중독성은 있을지언정 걸그룹 음악이라기엔 제목만큼 당혹스러운 곡이다. 게다가 “너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같은 가사는 기껏해야 20대 중후반인 나이대에 비해 심하게 과거를 향해 있는 단어 선정이지 않나. 이 곡과 함께 전소미가 제공한 하우스 장르 ‘IOI (Where My Girls At)’은 앨범 내 다른 수록곡과도 이질감 없지만, ‘갑자기’는 여섯 곡 안에서 튀어나온 못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감돈다.

앞선 두 프로모션 곡 너머에선 이들의 우정이 돋보인다. 유연정이 작곡에 참여한 ‘IF I’는 최유정, 김도연의 관계성을 연이은 파트 분배에 녹여내고 청하, 김세정, 유연정이 같은 멜로디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한 모습을 보여주며 강점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청하가 작곡한 발라드 ‘그때 우리 지금’은 정채연, 김도연의 처연함이 묻어난 마무리와 최유정이 이끈 첫 번째 후렴구처럼 아홉 명의 보컬이 기능할 최적의 위치를 선정하며, 메인 보컬과 서브 보컬이 고루 드러날 무대를 마련했다. 프로그램 방영부터 노래로 큰 주목을 받진 못한 김소혜가 애드리브를 맡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기대를 상회하는 결과다.

외부 프로듀싱에 의해 기획됐을 지난 앨범들과 다르게 <I.O.I : LOOP>는 멤버들의 투표로 수록곡을 추렸다고 한다. 곡을 제작해 온 멤버들의 색채가 모여 다양성이 충족되기도, 때로 삐그덕대는 모습이 내비쳐지기도 했지만, 모두가 가장 안정적으로 표현된 트랙은 의외로 자작곡이 아니었다. 작곡 참여 없이 가창에만 집중한 ‘SPF 100+ (Summer Pop Fantasy)’다. 모난 점 없는 아프로비츠 트랙 위에서 적절히 파트를 나눠 가지면서 파티를 펼친다.

1년 남짓한 커리어에서 여러 히트를 기록했지만, 당시 기준으로도 트렌드와는 멀었다. K팝 소비 기조상 아이오아이에게도 최신과 최선을 바라는 시선 역시 분명 많았다. 그런 오랜 갈증을 조금은 해소 시켜줬다는 점에서도, 무엇보다 활동하는 본인들이 즐거워 보인다는 점에서도 수년만의 재등장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동창회가 그렇듯 옛 추억을 들춰 보다 보면 목 넘김이 매끄럽지 못하던 주류도 술술 넘어가게 되는 법이니까. 식당의 분위기는 조우의 찬란을 목도하다 보면 잊혀지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