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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분기, 주목할 만한 앨범 (국내)

by over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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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백 - KB 3

국내 힙합 신세대 최대의 재능 중 하나로 평가받는 권기백에게 항상 따라붙었던 비판은 단연 그의 랩에 관한 문제였다. 2020년대를 상징하는 역작 <FREE THE BEAST>를 포함, 여러 작업물에서 보여준 그의 프로듀싱 역량은 이미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그의 애매한 랩 스킬과 랩 피지컬은 그를 수 년간 ‘훌륭한 프로듀서’ 자리에 머물게 했다. 전면에 선 플레이어로서보다 뒷편의 조력자 자리에서, 그는 더 빛났던 것이었다.

그의 세 번째 정규 앨범 <KB 3>는 그런 면에서, 오랜 기간 씬의 유망주 자리에 머물러 있던 그의 성년식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슬림탄탄, 남궁만 등 동료 래퍼들의 영향을 받은 플로우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하고 여유로워졌으며, 서부와 남부를 고르게 아우르는 프로듀싱 역량 역시 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물론 랩 스킬에 있어서는 여전히 발전의 여지를 보이고 있다. IZM 박승민이 지적했듯, 드럼이 간소화될수록 플로우가 헐거워지고 있다는 한계는 여전히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그가 <KB 3>에서 분출하는 재능, 그것은 다른 그 누구의 빛보다도 강렬한 것이며, 국내 힙합의 미래와 현재를 동시에 바라보기에 이보다 더 훌륭한 작품 또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김효린 - 또 봐, 에버그린

세상이 통째로 뒤바뀌어도 그 속엔 언제나 일상이 존재한다.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일상, 그 일상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일은 언제나 포크라는 장르의 주요 과제였고, 싱어송라이터 김효린의 <또 봐, 에버그린>은 그 지점을 매우 적확하고도 영민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숨바꼭질, 이삭, 실꽃 등 일상적 소재를 중심으로 주제를 전개해나가는 그녀의 솜씨는 인상적이며, 그 편곡과 작곡, 구성의 완성도 또한 훌륭하다. 일상 속 소박한 행복, 포크의 소박한 미덕을 선호하는 이라면 사랑해 마지 않을 매력적인 작품.

Guinneissik - GIRL I LOVE YOU

<듣는 음악과 평강하지 못한>, <Postwar> 등의 작품으로 음악 활동을 전개하던 서울의 전자음악가 기나이직은 최근 몇 년 간 서울을 비롯한 여러 클럽 씬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세 번째 정규작 <GIRL I LOVE YOU>는 그러한 클럽 씬 고유의 감각과, 그가 세계 각지의 클럽 음악을 청취하며 흡수해 온 여러 가지 텍스쳐, 성애를 포함하는 고백적 사랑(혹은 욕망)이 매우 높은 밀도와 엄청난 폭발력으로 융합한 작품이다. 해체 클럽의 역동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은 스크리모의 격정부터 싱겔리의 폭발적 속도감까지 넓은 영역을 영민하게 아우르고, 끝내 높은 엔트로피의 맥시멀리즘으로 산화한다.

NECTA - GIRLHOOD

지난해 <Seoul Bizarre>를 발표하며 인상적인 전자음악 선회를 보여준 NECTA는 기어코 전자음악의 어법을 본인의 것으로 체득한 것처럼 보인다. 보다 분명하고 노골적인 클럽 음악 터치를 보여주는 그의 첫 정규작 <GIRLHOOD>는 그 사운드 구성에서 어느 때보다 도발적인, 또 관능적인 매력을 분출하며, 이를 통해 그녀가 제창하는 소녀의 성질, GIRLHOOD에 대한 해석을 청자에게 강하게 전달한다.

DOKKAEBI - 3: Dusk / 4: Dawn

앰비언트, 국악 등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실험음악 듀오 DOKKAEBI의 연작 중 3번째, 4번째 시리즈인 <3: Dusk>, <4: Dawn>는 이전보다 더욱 주술적인, 더욱 자연적인 소리로 작품의 서사를 마무리한다. 낮과 밤의 시간성과 공간성을 포착하는 본작은 보다 직접적인 드론, 다크 앰비언트 성향을 보여주며, 간소화된 연주로 연작의 결론을 짓는다. 즉흥음악, 다크 앰비언트의 실험적 성격과 국악기의 질감이 흥미롭게 어우러진 매력적 연작.

Rich Iggy - Z.O.O.G

‘이기’라는 단어를 위시한 ‘일베’ 기믹과 이에 걸맞은 과감한 수사는 Rich Iggy라는 이름을 단숨에 씬 내부로 진입시켰다. 정치인의 실명을 언급한다던가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던가 하는 그의 가사는 언제나 논란의 중심이 됐지만, 그가 현재 국내 힙합 씬 내에서 가장 흥미로운 신예 중 하나라는 사실 또한 어느덧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의 세 번째 정규작 <Z.O.O.G>가 가장 흥미로운 부분 역시 이러한 지점에서 출발한다. 기존 자극적인 컨셉에 의존하는 듯하던 그는 본작에서 이러한 부분을 (거의) 완전히 내려놓으며 오히려 묵직하고 고전적인 방향의 구성을 선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더콰이엇, 딥플로우, 팔로알토 등의 OG들을 잔뜩 초빙한 피처링진은 작품의 기조를 대변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과연 그가 정통성과 자극의 투 트랙 노선을 성공적으로 이행해 나갈 수 있을까? 2006년생 젊은 래퍼의 행보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주목이 따라야 할 타이밍이다.

Bump2Soul - Bump2’s

소울과 펑크, 재즈를 기반으로 하는 밴드 Bump2Soul의 두 번째 정규작 <Bump2’s>는 어쩌면 최근 국내 재즈 연주 음반 중에서 가장 대중적 접근성이 강한 음반일 수 있겠다. 스무스 재즈와 애시드 재즈 영향의 연주는 배경음악으로서의 재즈에 익숙한 현 세대의 입맛에도 무리 없이 다가갈 만한 직관적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 완성도 또한 이렇다 할 흔들림이 없다. 국내 재즈 씬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꺼이 추천할 만한 훌륭한 음반.

베리코이버니 - Bunny Tale

beabadoobee, Soccer Mommy, Snail Maill 등 걸출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이름을 연상시키던 베리코이버니의 음악적 색채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개인적 깊이와 특징적 매력을 더해가고 있다. 보다 다채로운 색채와 컨셉추얼한 구성을 동원한 그녀의 두 번째 정규작 <Bunny Tale>은 그 성장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으로, 매력적인 한글 수사와 이에 어우러지는 독창적 보컬 발화를 주무기로 청자를 그녀의 동화적 세계로 인도한다.

Azikazin Magic World - Memory Overdrive

전자음악가 Lionclad를 필두로 하는 미디어믹스 창작 콜렉티브 Azikazin Magic World의 첫 정규작 <Memory Overdrive>는 특유의 만화적 디지털 세계관을 다시 한번 청자에게 강하게 밀어붙인다. Lionclad의 드럼앤베이스와 Moogia의 보컬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의 소리는 아기자기하고 노스탤직한 고유의 세계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트랙 간 높은 일관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채 그 서사의 깊이를 더한다. 더불어 세계관 속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영상과 Lionclad의 라이브 영상, 두 종류의 영상 작업물을 감상해보는 일 또한 작품을 이해하고 이에 빠져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Omega Sapien - Leader

Emergency 챌린지의 Budots를 필두로 한 아시아 클럽 음악은 최근 클럽 씬과 틱톡 등을 등지로 그 존재감을 증대하고 있다. Omega Sapien과 Guinneissik, 아시아 전자음악 씬에 열려 있는 두 아티스트는 본작 <Leader>를 통해 이러한 아시아 클럽 음악의 흐름을 기꺼이 수용하고, 이를 스스로의 작풍으로 연결시켜 보인다.

가볍고 익살스런 사운드를 주로 사용하는 아시아 전자음악은 주로 수준 낮고 저렴한 음악이라고 치부된다. 허나 Omega Sapien은 이러한 아시아 전자음악의 특성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특유의 B급 이미지로 승화시켜 보인다. 직업에 귀천이 없듯 예술에도 귀천은 없지 않은가?

OM - MiSS M3TRO

어느덧 국내 스트릿 씬 중심에 올라선 bojvck과 복면 쓴 dj 사나이 y2mate로 구성된 듀오 OM은 지하철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해당 공간의 미학적 매력과 속도감을 작품에 한껏 응집해낸다. 프렌치 테크노를 비롯한 다양한 영향을 포함하는 본작의 사운드는 지하철이라는 장소, 제재가 가지는 특유의 날카로운 매력과 가공할 속도감을 마치 영화나 게임 속 장면처럼 구현하고 이를 회색빛 인더스트리얼 색채로 마감짓는다. 컨셉과 사운드가 적절하게 융화한 매력적인 전자음악 작품.

Kid Milli - LOVESICK / LOVE$ICK

Indigo Music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본인의 레이블 POV를 설립한 Kid Milli의 야심은 이 두 장의 연작에 오롯이 응집되어 있다. 매끄러운 하우스 프로덕션과 완성도 높은 벌스를 함유한 본작 <LOVESICK>에는 앨범 아티스트로서의 예술적 열의와 시대의 맥락을 짚어내는 감각이 엿보이고, OKASHII, k4ton 등 젊은 세대들을 한껏 동원한 후속작 <LOVE$ICK>에는 국내 힙합 씬의 현재, 미래와 꾸준히 소통하겠다는 태도가 드러난다. 단순히 이러한 의미를 떠나, <LOVESICK>은 그 완성도와 응집력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랩 앨범이며 장르와 씬의 현재를 대표할 만한 자격을 갖춘 작품이다.

KiiiKiii - Delulu Pack

K팝 5세대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KiiiKiii의 이번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프루티거 에어로부터 드림코어까지 여러 에스테틱을 아우르는 그들의 시각적 컨셉은 마치 잘 추려진 핀터레스트 이미지 모음집처럼 넓은 소비자층을 설득시켰고, ‘404 (New Era)’, ‘Delulu’ 등의 완성도 높은 트랙들과 어우러지며 복고의 관념적 특징들을 모조리 포섭할 수 있었다. 나아가 차트 성적과 인지도라는 대중적 성취마저 거뒀으니, 본작이 성공적인 작품이라 말하지 않을 이유는 조금도 없을 것이다.

kimj, Effie, audiogothh - 희 / 노 / 애 / 락

2025년을 스스로의 해로 장식한 kimj와 Effie가 audiogothh와 함께 발표한 짤막한 EP <희 / 노 / 애 / 락>에 드러난 그들의 모습은 여전히 매혹적이고, 어쩌면 이전보다도 더 도전적인 것처럼 보인다. ‘노’와 ‘락’ 등의 트랙을 중심으로, kimj의 도발적인 사운드는 그 과격한 매력을 더욱 노골적인 형태로 드러낸다. 그 과격성 속에서도, 희노애락을 아우르는 각 곡의 테마를 적절히 담아내는 솜씨는 여전히 이들이 음악적 손길이 녹슬지 않았음에 대한 증명이 될 것이다.

100KGOLD - iGoofyManeTellem (Hosted by DJ KB)

DJ KB(권기백)과 그의 친구들은 최근 남부 힙합의 믹스테이프 미학을 되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앞서 남궁만의 <THISISMIXTAPE> 같은 작품이 동일한 맥락을 공유하고 있고, 권기백의 최근 행보 역시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Gucci Mane의 패러디 페르소나, Goofy Mane의 이름을 가동한 100KGOLD의 <iGoofyManeTellem (Hosted by DJ KB)>는 그러한 예술적 복각의 맥락 와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Soulja Boy식 Snap부터 하여 여러 남부 힙합의 매력들이 이 작품 하나에 응집되어 있으며, 이를 한국 Z세대의 방식대로 로컬라이징하는 솜씨 또한 탁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