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KRIILA - lucy miró al mundo y notó que está girando
대담하고 감각적인 네오페레오 사운드의 데뷔작 <Epistolares>로 일약 라틴 언더그라운드 씬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AKRIILA는 그녀의 두 번째 앨범 <lucy miró al mundo y notó que está girando>에서 스스로의 음악적 색채를 더욱 넓은 방향으로 확장한다. 그녀의 가장 자전적인 작품이자 가장 감정적인 작품인 본작에는 이전의 파괴적인 레게톤 대신 아슬아슬하고 아련한 디지털 포크, 디지털 록이 주를 이루며, 작품은 이를 통해 젊은 세대의 불안과 애수, 그 과정의 아름다움을 적확하게 포착한다. 여전히 재기 넘치고 흥미로운, 그래서 더더욱 yeule의 소리를 연상시키는 AKRIILA의 소리는 어지러진 방처럼 불안하지만 어쩐지 너무나도 편안하고, 그 창문으로 밀려오는 햇살이 더없는 따뜻함을 안겨준다.
Denzel Curry & Kenneth Blume - ii
현 시점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힙합 아티스트이자 그 활발한 활동량과 높은 완성도로 타 아티스트의 모범이 되는 래퍼 Denzel Curry와 힙합의 영역을 벗어나 다양한 외부 영역까지 그 위력을 뽐내는 프로듀서 Kenneth Blume(Kenny Beats)이 선보이는 합작 앨범 <ii>에는 과연 씬의 최정상이라 평가받는 두 아티스트의 가공할 솜씨가 충분히 들어차 있다. 이전 <Unlocked>에서도 협업한 바 있는 이들은 그때보다도 더 커진 위상과 더 여유로운 손길로 이전의 색채를 원숙하게 확장해 보이며, 이를 더없이 간결한 형태로 명확하게 전달한다. 작품은 과연 장르의 거친 매력과 여유로운 스웨그, 유쾌한 재치와 음향적 생기 모두를 놓치지 않으며, 이런 점에서 본작은 여타 타 아티스트의 귀감이 되기에도 손색이 없다.
Floating Points - Mere Mortals
전자음악부터 서드 스트림(Third Stream)까지, 현 시대 대중음악의 가장 깊은 곳을 탐구하는 전자음악가 Floating Points의 활동 반경은 번번이 세간의 예측 범위를 벗어난다. 2021년 <Promises>을 통해 재즈/오케스트라와의 놀라운 앙상블을 선보이기도 했던 Floating Points는 본작 <Mere Mortals>에서는 그 시선을 발레, 즉 무용 음악으로 옮기며 이를 통해 신화의 의미와 전자음악의 탄성 한계를 담금질하듯이 탐구한다. 샌프란시스코 발레단과 협업한 본 앨범에서, 그는 “지옥을 지구로 가져오는 존재”이자 “호기심과 변화를 상징”하는 존재인 판도라의 신화를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인간과 희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서사적 견해를 그 음향으로서 도출한다. 전자음의 그 흔한 반복이나 왜곡, 오케스트라의 그 흔한 장엄함에 천착하지 않고 철저히 통제된 음향의 변동으로 극의 변곡을 간결하게 포착해내는 그의 이 놀라운 솜씨는 과연 Floating Points라는 인물이 도달한 아득한 경지를 체감하게 한다.
Gilla Band - Pugnello
가히 현존하는 밴드 중 가장 과격한 부류로 손꼽히는 Gilla Band는 놀랍게도 지난 3장의 작품을 거쳐오는 동안 끊임없이 시끄러워졌다. 10년을 넘어가는 커리어 기간 내내 그들을 수식하는 장르는 언제나 노이즈 록 내지는 노 웨이브였으며, 직전작인 <Most Normal>에 도달해서는 그 시끄러움 속에 발작적인 광기와 즉각적인 즐거움, 초현실적인 재치를 통째로 담아내는 지경에 이른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Most Normal>의 이 괴력에서 또 한 번 크게 도약했다 평가할 만한 <Pugnello>는 직전보다 더욱 괴랄한 광기와 폭발적인 즐거움, 끔찍한 재치를 발산하며 청자를 기괴한 파티로 초대한다. 초기부터 알음알음 주창해 온 테크노 영향은 본 앨범에서 비로소 분명한 형태로 발화하였으며, 앞서 Mandy, Indiana의 <URGH>가 그랬든, 끔찍하면서도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리듬을 형성한다.
長谷川白紙 - Honest Feeling Album
화려한 구성의 프리 재즈와 아기자기하면서도 폭발적인 전자음의 향연으로 언더그라운드 씬 내에서 대단히 독창적인 입지를 점해온 프로듀서 하세가와 하쿠시(長谷川白紙)는 여전히 나아갈 곳이 남은 것처럼 보인다. ハハとヘアピンズ(HaHa and the Hairpins)라는 명의의 백 밴드를 작품 내에 적극적으로 대동하며 음향의 실물감과 생동감을 더한 그는, 각 트랙과 트랙 사이를 종잡을 수 없는 무질서한 구성으로 음향적 선형 구조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며, 이로써 트랙 각각에 더욱 증대된 일탈성과 전위성을 부여한다. 의도된 무질서와 기괴 미학으로 가득 찬 이 작품에서, 그 어떤 우열도 규정하지 않는 하세가와 하쿠시의 이 발산은 그 자체로 그의 음악적 비전이며, 우리가 앞으로 목격하게 될 놀라운 무언가의 단면일지도 모르겠다.
Hesse Kassel - Morir Saltando
작년 데뷔작 <La Brea>가 씬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칠레 인디 록의 떠오르는 신성으로 자리매김했던 포스트록 밴드 Hesse Kassel은 1년 만의 소포모어로 그들의 음악적 역량과 색채를 더욱 강화해 보인다. 윈드밀 씬의 영향을 받은 편곡은 이전보다 더욱 풍성해졌으며, 프로그레시브 록과 포스트 하드코어, 재즈 퓨전 등 다양한 음악적 영향이 퇴색되지 않고 그 색채를 전면에 드러낸다. black midi의 후계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짜릿한 질주와 선대 남미 음악 영향의 이색적 질감은 여전히 그들을 희소한 소리로서 기능하게 하며, 이토록 매력적인 소리를 가진 밴드에 큰 기대를 거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iKeda - Bangs N Braces
너도나도 앞다투어 일렉트로팝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작금의 상황에서 독창적인 일렉트로팝이란 불가능에 가깝지만, 독창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일렉트로팝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PinkPantheress의 공연 오프닝을 서기도 하며 이름을 알린 영국 팝 씬의 떠오르는 신예 iKeda의 EP <Bangs N Braces>는 최근 발매된 일렉트로팝 작품 중에서 가장 그 ‘독창적인 것처럼 들리는’ 일렉트로팝 작품으로, M.I.A.부터 Lily Allen까지 과거의 넓은 방면을 아우르고 하이퍼팝의 반항적 성격과 댄스플로어의 거부할 수 없는 감각까지 거뜬히 수용하는 그녀의 소리를 듣다 보면 마치 ‘독창적인 일렉트로팝’이 어느덧 목전에 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Kelela - new avatar
끊임없이 진화하는 음악가라는 칭호가 누구보다 정확하게 들어맞는 인물인 Kelela는 2023년 매혹적인 다운템포 알앤비 앨범 <Raven>으로 한발짝 진보를 이룩한 데 이어 2026년 신작 <new avatar>를 통해 또 한번의 매혹적인 진일보를 이뤄냈다. 포스트 펜데믹 시대 정서의 영향을 받은 <Raven>보다도 어둡게 가라앉는 본작은 현재 미국의 극심한 혼란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Kelela는 이 깊은 불안을 음향으로 치환하기 위해 기타라는 악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음울하게 진동하는 기타 현의 움직임은 작품의 소리에 골고루 첨가되고, Kelela의 우아한 비브라토와 함께 화자의 숨막히는 떨림을 형상화한다. Kelela 정도의 실력자가 이토록 분명하고 인상적인 성장을 연이어 보여주고 있음은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지만, <new avatar>의 소리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또다른 진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L'Rain - fata morgana
해수 위의 빛이 굴절하며 어떤 물질이 마치 지평선 위에 떠 있는 것만 같은 착시를 유발하는 신기루 현상 ‘파타 모르가나’를 작품의 타이틀로 내건 브루클린 출신의 실험적 싱어송라이터 L’Rain은 신기루라는 환상과 그 원본이 되는 구체 사이의 불안정한 균형을 탐구한다. 환상과 구체 사이에서 구체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 많은 예술가들의 목적이라면, <fata morgana>의 L’Rain이 추구하는 바는 그러한 류의 탐색과는 제법 거리가 있어 보인다. 평화롭고 기이한 질감의 포크부터 사이코 사이클의 성난 스피드 메탈 소용돌이까지를 순식간에 오가는 그녀의 소리는 그 건너편의 무언가라기보다는 신기루 그 자체를 닮아 있으며, 종종 어떤 갈망이나 충동의 결과처럼 들리기도 한다.
Lucy Bedroque - c
<SISTERHOOD>와 <Fête de la Vanille>의 섬세한 디지코어 사운드와 한국/일본 서브컬쳐 영향의 독창적인 감수성으로 언더그라운드의 컬트적인 지지를 받은 젊은 래퍼/프로듀서 Lucy Bedroque는 DeadAir와의 계약 이후 믹스테이프 <Unmusique>에서 그 컬트적 지지를 이끌어낸, 반짝이는 감수성을 상당 부분 내려놓은 것처럼 보였다. 방구석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던 그는 <Unmusique>에 들어서 신세대 Rage의 총아를 자처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 호오와 별개로 이전의 독보적인 색채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SISTERHOOD>와 <Fête de la Vanille>의 감수성이 다시 살아났냐는 데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가 여전히 그의 예술적 근간을 이루는 서브컬쳐 감각을 적극적으로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Unmusique>과 동시대의 Rage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는 <c>는, 보다 성숙해진 발화에도 불구하고, 그 사운드 위를 Lucy 본인의 서브컬쳐적 취향으로 뒤덮어 버리며 또한번의 독창적인 변화를 꾀한다. 완성도 높은 Rage 구성에 일본 비주얼계와 동인 공포 미학의 색채를 뒤덮은 본작의 방향성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예술적 설득력을 갖추며, 현 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재능이 이후 향할 또다른 극단을 기대하게 만든다.
Mastodon - Marrow Deep
2000년대 슬러지 메탈을 대표하는 밴드 Mastodon만큼 죽음을 예술적 영감으로 다루는 데 능숙한 밴드는 많지 않을 것이다. 2000년대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바이블 중 하나인 <Crack the Skye>에서 드러머 Brann Dailor는 10대 시절 그의 여동생을 자살로 잃은 비통함을 힘겹게 털어놓은 바 있고, 이어지는 <The Hunter>에는 Brent Hinds의 그 형제를 잃어버린 슬픔이, <Emperor of Sand>에는 암과 인간에 대한 밴드의 성찰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죽음의 슬픔을 슬러지 메탈의 왜곡으로 치환하는 데 정통했고, 밴드를 떠난 Brent Hinds의 죽음 또한 예외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Brent Hinds의 갑작스런 죽음에서 영감 받은 <Marrow Deep>은 그들의 초기 전성기 이후 다소 정체된 커리어 내에서 가장 초기 위력에 가까운 활력과 파워, 완성도를 선보이며 이를 통해 세상을 떠난 과거 동료에 대한 진심 어린 헌사를 행하고 있다.
Phoebe Bridgers - Lost Weekend
<Stranger In Alps>와 <Punisher>, boygenius로 이어지는 연이은 성공으로 현 시대 포크/록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발돋움한 Phoebe Bridgers는 그녀의 가장 큰 스타덤을 등에 업은 신작 <Lost Weekend>로 야심찬 확장을 선보인다. 그녀의 가장 다채로운 앨범인 본작은 ‘The Outside’의 신비로운 보코더 보컬과 함께 시작하며, Jack Antonoff, Alex G, Christian Lee Hutson 등 다양한 참여진에 힘입어 보다 넓은 음향적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와중에 괄목할 만한 점은 그녀가 이토록 분명한 음향적 시도를 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품의 중심이 Phobe Bridgers라는 개인에게 응집된다는 사실로, 오히려 이전의 그것보다 침착하게 유영하는 소리들이 그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Portraits Of Tracy - Q: From Where Do Our Primal Instincts Originate? A: MTV!
질문: 우리의 원초적 본능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대답: MTV! Devo의 데뷔작 <Q: Are We Not Men? A: We Are Devo!>을 패러디한 앨범의 타이틀에서 1980년대 MTV와 뉴웨이브 시대의 영향을 드러내는 Portraits Of Tracy는 단순히 과거의 향수에 젖거나 마니아틱한 장르적 헌사에 머무르는 류의 예술가가 아니다. 올해 가장 대담하고 야심찬 EP 중 하나인 본작 <Q: From Where Do Our Primal Instincts Originate? A: MTV!>는 1980년대 뉴웨이브와 그 시각적 경향성, 2000년대 포스트 펑크/개러지 록 리바이벌 등의 영향을 고루 드러내며, 작가의 유연한 음악적 스펙트럼과 과감한 음향적 보법을 자유롭고 창의적인 형식으로 응집해낸다. Tyler, The Creator를 주요한 음악적 영감으로 언급했던 그녀는, 마치 <DON’T TAP THE GLASS>의 Tyler가 그랬던 것처럼, 심리적 향수를 원초적 본능처럼 다루는 놀라운 재능을 본작에서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Protomartyr - Hotel Usona
디트로이트 출신의 숨막히는 포스트 펑크 밴드 Protomartyr는 언제나 어둠, 공포, 비관에 관련되어 있었지만, <Hotel Usona>는 그들의 어떤 작품보다도 현실적인, 그리고 직접적인 어둠과 공포, 부조리에 대해 다루는 작품이다. 일종의 포스트-아포칼립스 작품이라 보아도 손색이 없는 본작은 호텔이라는 은유를 통해 작금의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과 냉소적인 시선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웅장한 관악은 작품의 광기에 장엄한 서사를 더하고, Joe Casey의 침착한 바리톤은 고통스런 분노를 절제한다. 이들의 이 절제된 분노가 향하는 호텔 Usona는, 객실에서 풍기는 지독한 썩은내뿐만 아니라 그 구조적인 안락함 때문에 더욱 끔찍한 곳이며, 밴드는 우리에게 그 안락함을 직시하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Rebecca Black - Age of the Exhibitionist
모두가 본인의 일상을 전시하는 지금의 시대를 노출증에 비유한다면, 팝스타의 생은 어쩌면 그 자체로 커다란 노출이 아닐까? 노출로서 행해지고 노출로 쾌감을 증대하는 팝의 생리에서, 신생 팝스타인 Rebecca Black은 과거 팝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현대의 노출증적 속성을 앨범 하나에 오롯이 담아내려는 것처럼 보인다. 흥미롭게도 본작은 <EUSEXUA> 같은 작품처럼 페르소나를 과감하게 노출시키며 이를 실제 성적 쾌감과 연결시키는 류의 팝은 아니며, 오히려 단순한 노출증적 감각 그 자체에 집중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섹슈얼리티는 언제나 작품의 중심이지만 이 섹슈얼리티가 결코 자아의 성적 해방 따위에 연결되거나 하지는 않으며, 그저 무언가 노출되고 있다는 그 도착증적 쾌감을 도구처럼 이용할 뿐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청자가 이 ‘단순한’ 노출증적 표현에서 일종의 ‘단순한’ 관음증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으로, 우리는 그저 이 단순명료한 팝을 단순하게 즐기면 될 따름이다.
Swaggerboyz - PERDIENDO RASGOS ADOLESCENTES
사이키델리아의 일차적 목적은 언제나 환각을 묘사하는 것이었고, 환각은 언제나 마약의 도움을 받았다. 신스패드와 베이스의 공간감을 즐기는 Plugg 장르 역시 마약과 친했고, 사이키델리아의 문법과 별개로 취급받을 만한 이유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실험적인 힙합 듀오 Swaggerboyz가 Plugg 사운드에 환각적인 감각을 부여하는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앨범의 전면에서 작품을 선도하는 ‘BUSCANDO’는 그중에서도 특히 놀라운 트랙으로, 남아시아의 정취를 직접적으로 주입함으로써 사이키델리아 사운드의 원류를 떠올리게 한다.
Tinashe - Popstar
공동의 시대정신이 소멸하고 대중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해진 시대에서 팝은 어떤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가? 팝이라는 장르가 영원히 추구해야 할 popular라는 개념은 2026년의 시점에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메인스트림이 더 이상 대중에 천착하지 않고 언더그라운드가 이따금씩 지표면으로 융기하는 작금의 시대에서, <Popstar>는 과연 현 시대의 팝을 가장 적절하게 정의하고 있다 평가할 만한 작품이다.
온갖 고저와 강약을 끌어안는 백화점식 구성과 메타-팝스타 수사로 팝 앨범의 전형성을 견지하는 작품은, Arca의 전위적인 글리치로 그 전형성을 시작부터 매몰차게 배반하는가 하면, 작품의 최전방에 위치한 ‘Melatonin’으로 게토의 문법을 보란 듯이 내세우고, 아티스트와 장르의 근간을 차지하는 흑인음악적 정체성까지 분명하게 유지해 보인다. 이렇듯 popular와 반-popular의 경계선을 자유롭게 횡보하고 이를 작품의 정체성으로서 거느리는 작품은 또한 그 자체로 현 시대 팝의 경향성과 시대정신의 분명한 반영이며 이를 최전방에서 집약하는 작품에 팝의 왕관이 수여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일 것이다.